주간동아 747

2010.07.26

앗, 장산곶 닭 우는 소리 바람결에 들려왔다!

서해 인천 백령도

  • 글·사진 양영훈 travelmaker@empal.com

    입력2010-07-27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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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장산곶 닭 우는 소리 바람결에 들려왔다!

    1. 백령도 제일의 절경으로 꼽히는 두무진 선대암. 2. 두무진 해안의 갯바위에서 바라본 해넘이 광경.

    우리나라의 수많은 섬 가운데 백령도만큼 육지에서 가깝고도 먼 곳은 없다. 가장 가까운 육지와의 거리가 10여km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육지로 들고 나려면 무려 228km의 뱃길을 달려야 한다. 가장 가까운 육지인 황해도 장연 땅이 지금은 북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장산곶과의 거리도 15km밖에 되지 않는다. “장산곶의 닭 우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온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이른바 ‘접적지역’인 백령도를 여행하다 보면 남북 분단의 현실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마련이다.

    백령도는 면적이 46.35km2, 해안선 길이는 57km에 이른다. 숱한 섬으로 이뤄진 인천광역시 옹진군에서 가장 큰 섬이다. 우리나라 전체로는 원래 14번째 규모의 섬이었으나 대규모 간척공사로 330만m2(100만 평)쯤이 더 늘어난 덕택에 지금은 8번째로 큰 섬이 됐다.

    기암절벽과 해식동굴, 천연비행장 … 비경 가득한 보물섬

    백령도의 관문은 용기포다. 인천항을 출발한 쾌속선이 약 4시간의 긴 항해 끝에 대청도를 경유해 용기포 선착장에 도착한다. 백령도의 관광명소는 모두 바닷가에 몰려 있다. 특히 백령도 서북쪽 끝에서 북녘 땅의 장산곶과 마주보는 두무진 해안은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국가문화재인 명승 제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숱한 세월 동안 비바람에 마모되고 파도에 깎여나간 선대암, 코끼리바위, 장군바위, 형제바위 등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가 몇백m나 늘어서 있다. 우뚝 솟아오른 기암과 깎아지른 암벽이 마치 대군을 호령하는 장수처럼 위풍당당해 보인다. 두무진(頭武津)이라는 지명도 ‘우뚝한 바위들의 형상이 장수들의 머리와 같다’는 데서 생겨났다고 한다. 용기포 선착장과 가까운 용기원산 일대의 해안에서도 기암절벽과 해식동굴이 어우러진 비경을 만나볼 수 있다.

    두무진의 정반대에 자리한 사곶해수욕장(천연기념물 제391호)은 세계적으로도 두 곳밖에 없는 천연비행장이라는 점에서 지형의 특이함을 가늠할 수 있다. 폭 200~300m, 길이 3km의 백사장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규조토(硅藻土)로 이루어져 자동차가 지나다녀도 될 뿐 아니라 비상시에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을 정도. 이곳이 실제 군용비행장으로 활용된 때도 있었다고 한다. 드넓은 백사장 뒤편에는 울창한 소나무숲이 둘러쳐져 있고, 백사장의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아 피서철이면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앗, 장산곶 닭 우는 소리 바람결에 들려왔다!

    3. 형형색색의 콩알만 한 돌로 이뤄진 남포리 콩돌해변.

    백령도에는 사곶해수욕장 못지않게 이색적인 해변이 또 있다. 남포리와 중화동 해안에 형성된 콩돌해변이다. 그중 남포리 콩돌해변은 길이 1km가량의 해변 전체가 콩처럼 자잘한 돌로 가득하다. 진짜 콩과 섞어놓으면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다. 이 콩돌은 백령도에 많은 규암이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에 깎이고 씻겨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색깔도 흰색, 갈색, 회색, 적갈색, 청회색, 청록색 등 다채롭다. 하지만 콩돌해변은 경사가 급하고 수심이 깊어서 해수욕을 즐기기는 어렵다. 대신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려오는 ‘자그락자그락’ 소리와 함께 발바닥에 전해오는 감촉이 매우 시원하고 기분 좋다.

    백령도는 ‘심청전’의 무대로도 알려져 있다. 백령도 두무진과 북한 땅의 장산곶 사이에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판 심청이 빠졌다는 인당수가 있다. 그리고 백령도 남쪽에는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 용궁에 갔다가 타고 온 연꽃이 조류에 떠내려가다 걸렸다는 연봉바위가 있다. 백령도 면소재지 부근의 야트막한 산등성이에는 심청각(032-880-2798)이 들어서 있다. 인당수와 연봉바위는 물론, 바다 건너 북한 땅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이곳은 북한 땅의 아스라한 산줄기 위로 붉은 아침 해가 솟아오르는 광경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백령도 주변의 청정해역에서는 까나리, 광어, 우럭, 전복 등이 많이 잡힌다. 그중에서 특히 까나리가 유명하다. 멸치의 사촌쯤 되는 까나리는 소금에 절여 액젓으로 가공 한다. 백령도의 어느 포구에서나 까나리액젓을 만드는 플라스틱 통이 수백 개씩 늘어선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앗, 장산곶 닭 우는 소리 바람결에 들려왔다!

    4. 천연비행장으로 활용됐을 만큼 백사장이 단단한 사곶해수욕장. 5. 사곶냉면집의 냉면.

    여/행/정/보

    ●숙박

    면사무소가 있는 진촌리에 아일랜드캐슬(032-836-6700), 이화장모텔(032-836-5101), 백령문화모텔(032-836-7001), 월가황토모텔(032-836-8060), 서해모텔(032-836-1101), 옹진모텔(032-836-8001) 등 숙박업소가 몰려 있다. 용기포 선착장 부근에는 백령빌리지(032-836-0160) 등이 있고 콩돌해변이 있는 남포리에도 황토민박(032-836-1009), 해바라기민박(032-836-3838) 등 민박집이 있다. 이 밖에 두무진의 두무진민박촌(032-836-7898), 사곶해수욕장의 사곶횟집민박(032-836-9977)이 있다.

    ●맛집

    사곶해수욕장 부근에 있는 사곶냉면집(032-836-0559)은 백령도에서 가장 유명하다. 백령도 특산물인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한 메밀냉면과 칼국수, 그리고 짠지떡을 내놓는다. 찹쌀가루와 메밀가루를 섞어 만든 만두피에 다진 김치와 굴, 홍합 등을 넣고 쪄낸 짠지떡은 백령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두무진포구에 자리한 해당화(032-836-1448), 선대횟집(032-836-0755) 등에서는 자연산 활어회를 맛볼 수 있다.

    교/통/정/보

    ●인천↔백령도/ 인천 연안부두에서 청해진해운(032-889-7800, www.cmcline.co.kr)의 데모크라시 5호, 우리고속훼리(032-887-2891, www.urief.co.kr)의 마린브릿지호와 프린세스호가 각각 1일 1회씩 총 3회 왕복 운항. 인천에서는 오전 8시, 8시50분, 오후 1시, 백령도에서는 오전 8시, 오후 1시, 1시50분에 출항. 편도 4시간 소요. 인터넷 예매(www.seomticket.co.kr)도 가능. ※여객선의 출항시간과 횟수는 날씨, 비·성수기, 계절, 요일 등에 따라 수시로 바뀌므로 선사에 전화를 걸어 미리 확인, 예약하는 것이 좋다.

    ●섬 내 교통

    농어촌 공용버스(032-836-5735)와 개인택시(032-836-0065, 0328)를 이용할 수 있다. 쵸이스렌트카(032-836-5580), 경인렌트카(032-836-2552) 등 렌터카 업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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