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4

2006.07.18

Step4. 정확한 독해는 논술의 처음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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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2006-07-18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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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p4. 정확한 독해는 논술의 처음이자 끝
    대학 논술고사에는 자료제시형 문제가 주로 출제된다. 자료제시형이란 제시문이나 도표, 그림 등 자료를 주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논제에 접근하는 문제 유형을 말한다. 이렇게 대학들이 자료제시형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수험생의 독해 능력을 함께 평가하려는 의도다. 자료제시형 문제는 주어진 자료를 정확하게 이해해야만 논제에 접근할 수 있다.

    자료제시형 문제에서 자료는 논제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논제를 입증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쳐 나가는 데에도 핵심적인 재료가 된다. 즉, 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쳐 나가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논술 문제는 3~4개의 제시문을 자료로 출제한다. 제시문은 문학작품에서 현대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다음의 예를 보자.

    예시)[문제] 다음 제시문에 담긴 ‘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과 연관시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시오. (첫머리에 자신의 주장을 반영한 제목을 달 것. 1800자 안팎)

    (가) 그대들에게 묻노라.



    해는 가더라도 반드시 새해가 돌아오고, 밝은 낮은 어두워져 밤이 된다. 그런데 섣달 그믐밤을 지새우는 까닭은 무엇인가? 소반에 산초(山椒)를 담고 약주와 안주를 웃어른께 올리고 꽃을 바쳐 새해를 칭송하는 풍습과, 폭죽을 터뜨려 귀신을 쫓아내는 풍습은 그믐밤을 새우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침향나무를 산처럼 쌓아 놓고 불을 붙이는 화산(火山)의 풍습은 언제부터 생긴 것인가? 섣달 그믐밤에 마귀를 쫓아내는 대나(大儺)의 의식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함양(咸陽)의 객사에서 주사위로 놀이하던 사람은 누구인가? 여관방 쓸쓸한 등불 아래 잠 못 이룬 사람은 왜 그랬는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을 시로 탄식한 사람은 왕안석(王安石)이었고, 도소주(屠蘇酒)를 나이순에 따라 젊은이보다 나중에 마시게 된 서러움을 노래한 사람은 소식(蘇軾)이었다. (…) 사람이 어렸을 때는 새해가 오는 것을 다투어 기뻐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모두 서글픈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원컨대, 세월이 흘러감을 탄식하는 것에 대한 그대들의 말을 듣고 싶다. -이명한, ‘백주집’ 권20, 문대(問對)

    (나) 18 세상에서 내가 수고하여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내 뒤에 올 사람에게 물려줄 일을 생각하면, 억울하기 그지없다. 19 뒤에 올 그 사람이 슬기로운 사람일지, 어리석은 사람일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내가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지혜를 다해서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그에게 물려주어서 맡겨야 하다니, 이 수고도 헛되다. 20 세상에서 애쓴 모든 수고를 생각해 보니, 내 마음에는 실망뿐이다. 21 수고는 슬기롭고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 하는데, 그가 받아야 할 몫을 아무 수고도 하지 않은 다른 사람이 차지하다니, 이 수고 또한 헛되고,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다. 22 사람이 세상에서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속 썩이지만, 무슨 보람이 있단 말인가? 23 평생에 그가 하는 일이 괴로움과 슬픔뿐이고, 밤에도 그의 마음이 편히 쉬지 못하니, 이 수고 또한 헛된 일이다. -성경전서 전도서 2 : 18~23

    (다) 노인, 즉 전성기를 지난 사람의 성격이란 젊은이의 성격과 정반대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 법이다. 그들은 여러 해를 살았고, 사는 동안 속은 적도 많고 실수도 많이 저질렀으며,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만사가 뒤죽박죽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 그 결과 노인들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으며 모든 일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한다. 그들은 ‘생각’은 하지만 ‘인식’은 하지 못하고, 늘 미적거리다 보니 ‘아마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달면서 그 어떤 것도 분명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노인들은 냉소적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일의 가장 나쁜 점만을 보는 것이다. 게다가 노인들의 인생 경험은 남들을 믿지 못하게 하고, 남을 못 믿으니 의심이 많다. 따라서 그들은 열렬히 사랑하지도 심하게 증오하지도 않으며, 편견이 이끄는 대로 언젠가는 증오할 것처럼 사랑하며 언젠가는 사랑할 것처럼 증오한다. 노인들은 인생살이 앞에 무릎을 꿇었기에 속이 좁고, 그들의 욕망은 그저 그들을 살아남게 하는 것보다 더 고매하거나 더 비범한 것을 겨냥하는 법이 없다. 노인들에게 돈은 꼭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돈이란 것이 얼마나 벌기 어렵고 써버리기 쉬운지를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에, 이들은 돈에 관한 한 인색하다. 노인들은 겁쟁이들이고 늘 미리 걱정하며 산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과는 달리 그들의 기질은 차디차다. 노년이 비겁함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니, 이들은 두려움으로 차갑게 얼어 있는 것이다. 노인들은 삶을 사랑한다. 모든 욕망의 대상이란 갖고 있지 않은 것이게 마련이고,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것들을 갈구하는 바, 노인들은 살 날이 얼마 안 남았기에, 삶을 더욱 사랑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라) 티치아노, 인간의 세 시기 (1511~12)

    (마)

    나는 꿈에 지친 사람, 시냇물에 잠겨 비바람에 시달려온 대리석 트리톤*. 하루 종일 나는 이 여인의 아름다움을 바라본다. 책에서 미인 그림을 발견한 듯 눈을 맘껏 즐겁게 하며 아니면 가려듣는 귀까지도 즐겁게,

    그저 지혜로움에 만족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나이 들면 철이 드는 법. 하지만, 하지만, 이것이 내 꿈인가, 아니면 진실인가? 아, 들끓는 젊음이 내게 있었을 때 우리가 만났었다면! 그러나 나는 꿈에 잠겨 늙어가네, 시냇물에 잠겨 비바람에 시달려온 대리석 트리톤처럼. W. B. 예이츠 ‘나이 들면 철이 드는 법’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해신(海神). 흔히 반인반어(半人半魚)로 묘사됨.

    -위 문제는 2005학년도 연세대 논술 문제로, 모두 4개의 제시문과 1개의 그림이 출제됐다. 제시문 (가)는 이명한의 ‘백주집’ 권20, 문대(問對)의 한 부분이며, (나)는 성경전서 전도서의 한 부분이다. (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가운데 한 부분이며, (마)는 영국의 시인 예이츠의 ‘나이 들면 철이 드는 법’이라는 시다. 또한 (라)는 티치아노의 ‘인간의 세 시기’라는 그림이다. 한국 고전으로부터 서양 고전, 그리고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글이 함께 출제됐다. 이렇게 다양한 제시문으로부터 공통점을 찾아 논제에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제시문 독해하는 법

    1) 비문학의 경우

    먼저, 문제에 제시문의 내용이 한두 문장으로 요약돼 있을 때에는 이를 중심으로 제시문을 읽고 요약한다. 제시문의 내용이 요약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단락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정리해 글 전체의 내용을 요약한다. 이를 좀더 구체화하면 다음과 같다.

    (1) 핵심어를 파악한다.

    핵심어는 단락의 내용 전개에서 중심이 되는 어휘로, 논의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주어진 글에서 자주 반복되는 어휘 및 어구를 파악한다. 핵심어를 파악함으로써 그 글이 말하고자 하는 논점을 찾을 수 있다.

    예시)‘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미국의 많은 신문은 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 전통적으로 이 신문들은 후보의 정치적 신념, 소속 정당, 정책을 분석하여 자신의 견해와 같거나 그것에 근접한 후보를 선택하여 지지해 왔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이 전통은 적잖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신문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실제로 영향력이 있는지, 또는 공정한 보도를 사명으로 하는 신문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가 과연 바람직한지 등과 관련하여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위 예시문에서는 ‘신문’ ‘특정 후보 지지’의 어휘와 어구가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이 이 단락의 핵심어이며, ‘신문의 특정 후보 지지’가 이 글의 논점이다.

    (2) 각 단락의 소주제문을 파악한다.

    단락 구성의 원리에서 확인했듯이 하나의 단락에는 소주제문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 소주제문은 단락의 처음이나 끝에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단락의 첫 문장이나 끝 문장을 통해 단락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도록 한다. 소주제문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경우에는 단락 안에서 핵심어를 찾아낸 다음 이 핵심어를 중심으로 소주제문을 재구성해야 한다.

    단락의 소주제문을 찾는 과정에서 접속어의 사용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결국’ 등과 같은 접속어는 앞의 내용을 총괄하는 경우가 많다.

    예시)소비사회에서 몸은 자연스럽게 자기표현의 중심이 된다. 산업의 발달로 물질이 풍요해지자 인간은 다양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게 되었고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고 믿게 되었다. 오늘날 소비는 대중매체에 의해 조정되고 조절되는 경향이 짙다. 또한 인간은 영상 매체에서 본 이미지를 모방하여 자신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점에서 소비를 통한 자기표현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 규정된다고 할 수 있으며,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기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소비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행위는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 단락은 ‘소비를 통해 자기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행위는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다’라는 소주제문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3) 단락 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 전체의 주제를 파악한다.

    그 단락이 주지 단락이냐, 예시 단락이냐, 상술 단락이냐, 아니면 부연·첨가 단락이냐를 파악한 뒤, 이 단락의 구조를 바탕으로 핵심 내용과 뒷받침 내용을 구분하고,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글 전체의 내용을 파악한다.

    예시)① 우리는 지금 이제껏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거의 모든 영역이 상품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문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관광부터 시작해서 스포츠, 예술, 여가 생활 등은 물론이고 사상이나 지식, 아이디어 등도 모두 상품화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의식주를 비롯한 생활 방식마저 상품으로 판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리프킨(Jeremy Rifkin)은 접속과 ‘문화 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② 접속은 인터넷은 물론 전자 제품, 자동차, 주택 같은 다양한 실물 영역에서도 일관되게 발견되는 포괄적 추세이다. 접속은 이들 상품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한을 말하는 것으로 이의 상대 개념은 소유라고 할 수 있다. 산업 시대는 소유의 시대였다. 기업은 많은 상품을 팔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소비자는 상품을 시장에서 구입하고 소유하여 자신의 존재 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는 이제 자동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임대하여 고객이 평생토록 자신들과 관계 맺기를 원하고, 고객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임차하여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기를 원한다. 기업은 물건을 팔지 않고 서비스나 다른 영역의 접속에 관한 권리를 팔면서 고객의 시간을 장악해 나간다. 우리의 삶이 상품 교환에 바탕을 둔 체제에서 경험 영역의 접속에 바탕을 둔 체제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③ 이와 같은 접속의 시대에는 인간의 모든 경험이 다 서비스화될 수 있다.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이 돈을 매개로 매매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사실상의 모든 인간 활동이 돈으로 거래되는 세계에서는 감정의 연대, 믿음 등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인간관계가 입회, 등록, 요금 등에 기반을 둔 계약관계로 바뀐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우리의 일상적 삶 속에서 이미 상당한 부분이 순전한 상업적 관계로 얽혀 있다. 타인의 시간, 타인의 배려와 애정을 돈으로 사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삶은 점점 상품화되고 공리와 영리의 경계선은 점점 허물어진다.

    ④ 리프킨은 보다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간의 모든 경험을 상품화하는 현상이 사실은 우리 삶의 기저를 허물고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문화는 늘 상업에 선행했다. 상업은 문화의 파생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바뀌어 문화가 상업화를 위한 재료 공급원으로 전락했다. 문화 자본주의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발전시켜 온 문화적 다양성을 샅샅이 발굴하여 상품화하고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그 과정에서 문화적 다양성은 소멸되어 가고 있다. 인간 가치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문화 영역마저 상업 영역에 완전히 흡수당하게 되면 사회적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건강한 시민사회의 기반은 완전히 허물어지고, 결국 인간의 문명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⑤ 리프킨은 지리적 공간에 뿌리를 둔 문화적 다양성을 지켜나가는 것만이 인간의 문명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천 년을 이어온 인간 체험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상실하는 것은, 생물 다양성을 잃는 것 못지않게 앞으로 우리가 생존하고 문명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와 산업의 적절한 균형을 복원시키는 일은 다가오는 시대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이 되는 것이다.

    -위의 글을 각 단락별로 나누어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삶의 변화와 상품화를 리프킨은 ‘접속’과 ‘문화 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②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우리의 삶은 산업시대의 상품 교환에 바탕을 둔 체제에서 경험 영역의 접속에 바탕을 둔 체제로 변하고 있다.

    ③ 접속의 시대에 우리의 삶은 점점 상품화되고, 공리와 영리의 경계선은 점점 허물어진다.

    ④ 문화 영역이 상품 영역에 흡수당하면 건강한 시민사회의 기반은 허물어지고 인간의 문명은 위기에 처한다.

    ⑤ 문화와 산업의 적절한 균형을 복원하는 일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①은 화제 제시의 단락이며, ② ③ ④는 전개 단락이다. ⑤가 결말의 단락이다. 그러므로 이 글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문화의 상업화 및 문화와 산업의 균형 회복’을 말하고 있다.

    (4) 핵심 단락을 중심으로 글 전체의 내용을 파악한다.

    위의 를 각 단락의 중심 내용을 바탕으로 글 전체의 내용을 파악하면 다음과 같다.

    “정보통신의 급속한 발달이 문화의 상업화를 가속시키고 있으며, 인간 가치의 마지막 보루인 문화 영역마저 산업 영역에 흡수당하면 인간 문명은 위기에 처한다. 그러므로 문화와 산업의 적절한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2) 문학작품의 경우

    문학작품은 크게 시와 소설, 희곡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⑴ 시의 독해

    먼저, 제목이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의 경우 중심 제재나 주제 등을 제목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둘째, 시적 화자의 대상에 대한 정서와 태도를 중심으로 독해를 한다. 시적 화자가 지금 어떤 정서와 심리 상태인지를 파악하고, 대상에 대해 가지는 태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면서 읽도록 한다. 즉, ‘누가 어떤 상태에서 무엇을 노래하는가’를 중심으로 시를 읽도록 한다.

    나는 꿈에 지친 사람, 시냇물에 잠겨 비바람에 시달려온 대리석 트리톤*. 하루 종일 나는 이 여인의 아름다움을 바라본다. 책에서 미인 그림을 발견한 듯 눈을 맘껏 즐겁게 하며 아니면 가려듣는 귀까지도 즐겁게, 그저 지혜로움에 만족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나이 들면 철이 드는 법. 하지만, 하지만, 이것이 내 꿈인가, 아니면 진실인가? 아, 들끓는 젊음이 내게 있었을 때 우리가 만났었다면! 그러나 나는 꿈에 잠겨 늙어가네, 시냇물에 잠겨 비바람에 시달려온 대리석 트리톤처럼. -W. B. 예이츠 ‘나이 들면 철이 드는 법’

    - 시는 2005년 연세대 정시 논술고사에 출제된 예이츠의 ‘나이 들면 철이 드는 법’이다. 제목을 보면 나이와 인간의 성숙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시적 화자는 꿈에 지친 사람으로, 여인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있다. 나이가 들면 세상을 분별하여 바라볼 수 있고 철이 들어 지혜를 가지게 되지만, 꿈과 희망은 줄어들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다.

    ⑵ 소설과 희곡

    등장인물 간의 관계 및 이들이 벌이는 사건을 파악한 다음, 이들 등장인물들이 왜 갈등하는지를 분석한다. 즉 등장인물과 이들이 벌이는 사건과 갈등구조를 파악하면 작품 전체의 줄거리를 유추할 수 있다.

    예시)원장님, 그러나 이제 탈출이 끊어진 섬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이 섬은 이제 생명의 증거를 잃어버린 죽음의 섬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원장님께서 섬 위에 이룩하시고자 하신 천국이 가까워오면 올수록 이 섬은 그 원장님의 단 하나의 명분에 일사불란하게 묶여버린 얼굴 없는 유령 집단의 섬이 되어갈 뿐입니다. 하여 점점 더 다스리기가 쉬운, 그러나 개개인의 삶을 찾을 수 없는 생기 없는 유령들의 섬이 되어갈 뿐입니다. 그리고 아마 원하기만 하신다면 원장님께서는 끝끝내 이 섬을 그렇게 만들어놓으실 수도 있으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원장님께서 지금까지 늘 그래오셨듯이, 앞으로도 원장님께서 원하시는 바대로 섬사람들을 설득하고 조정해나가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닐 터이기 때문입니다.

    섬사람들을 원장님 뜻대로 설득하고 조정해나갈 수 있다는 말씀이 맘에 들지 않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그 역시도 틀림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저의 경험에 따른다면 어떤 형태의 울타리 속에 격리된 사회의 질서란,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 성원의 의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개는 그 사회를 지배하고 대표하는 몇몇 상층부의 의사에 따라 좌우되게 마련이며, 이 섬에 관한 한 모든 원장들의 시대가 그것을 똑똑히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원장님도 대개 거기서 예외일 수가 없습니다. 그야 원장님께서는 다른 어느 분보다도 섬 살림을 이끌어 오시는 데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오셨고, 대부분의 경우 원장님은 그 사람들의 의견에 승복하고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고 계시기는 했습니다. 원장님은 먼저 장로회를 만들어 무슨 일에서나 그 장로회의 자문과 동의를 주문하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형식적인 절차 이상의 뜻을 지닐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장로회에선 스스로 일을 발의한 일이 없으며, 언제나 원장님의 뜻에 따라 원장님의 계획들을 원의로 확정시켜 주는 절차로 봉사하면서, 원장님의 명분을 마련해드릴 수 있었을 뿐입니다. 아니 전 지금 그렇다고 그 장로회 사람들을 나무라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 섬에서 겪어온 그 사람들의 경험이나 높다란 울타리로 만족스러울 만큼 격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이 섬의 형편은 비록 장로회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그 밖엔 다른 도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전 사실 원장님 부임 직후부터 이 섬의 선의의 지배자로서의 원장님과 그에 대한 피치자로서의 원생들과의 사이에 어느 정도까지 협의적인 지배 질서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지극히 깊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전 마침내 원장님에게서마저도 저의 그런 기대가 얼마나 부질없는 환상이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절대 상황 안에 격리된 인간 집단 안에서는 그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협의 관계에 의한 지배 질서란 궁극적으로 그 상황의 벽을 무너뜨리는 순교자적 용기와 희생 없이는 가능할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스리는 자의 선의나 정의와는 상관없이 그리고 그의 지배권이 어디에서 연유했든 그것만은 끝끝내 절대 전제가 되어 있는 한, 다스림을 받는 쪽은 항상 감당해낼 수 없는 상황 자체의 압력 때문에 스스로가 무력해져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불행한 사회의 질서란 우리가 흔히 믿고 있듯이 다중의 희망이나 기도 같은 것과는 일단 상관이 없이, 우선은 그 지배자 한 사람의 책임과 각성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의 슬픈 결론입니다.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2006학년도 고려대 정시 논술 제시문)

    -이 글은 소록도의 병원과장인 이상욱이 조백헌 원장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여기에는 원장이 꿈꿨던 낙원이 건설되기 어려운 이유가 잘 나타나 있다. 이상욱은 먼저 조 원장이 소록도에 건설하고자 했던 천국이 누구를 위한 천국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격리된 사회인 소록도에서의 ‘협의 관계에 의한 지배질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벽이 주는 압력 때문에 실현 불가능함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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