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5

2006.05.16

두드리면 스페인 함대 열리리라? - 6월23일

조별 예선 48경기 관전 포인트

  • 입력2006-05-15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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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아라비아 vs 스페인 ● 시간 16 : 00(한국 23 : 00) ● 장소 카이저슬라우테른

    사우디아라비아。참가 횟수 : 4회。최고 성적 : 16강(1994년)。FIFA 랭킹: 34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스페인。참가 횟수 : 12회。최고 성적 : 4위(1950년)。FIFA 랭킹: 5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한 번도 서로 싸워본 적이 없다. 이번이 처음. 하지만 승리의 기운은 스페인 쪽으로 기운다. 스페인은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4월 기준) 5위이고, 사우디아라비아는 34위다.

    스페인의 진용은 화려한 명성에다 유럽 명문 클럽 출신으로 가득 차 있다. 반면 사우디는 중동의 얼굴이지만 베스트 11이 자국 리그 선수들로 짜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아시아 최고 클럽인 알 이티하드, 알 힐랄, 알 알리 등에 속해 있다.



    그럼 보나마나 한 경기일까. 아니면 H조 최대 이변을 낳을 무대일까. 한 수 아래의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운트어택(역습)을 노리고 있고, 스페인은 2라운드(16강)를 위해 빨리 끝내고 싶다. 하지만 길고 짧은 것은 맞붙어봐야 아는 법이다.

    ▶너무 힘 빼지 말자(스페인)

    두 경기쯤 치르고 나면 스페인 선수들의 호흡은 척척 들어맞는다. 골 폭죽도 터질 때가 됐다. 사우디와의 조별리그 3차전만 무사히 마치면 스페인은 상승곡선에 탄력을 받을 일만 남는다. 8강 이상의 성적을 위해 전진뿐이다.

    그러기 위해 스페인은 사우디전에서 경기 초반 빨리 승기를 잡으려고 할 것이다. 초반 라울(레알 마드리드)-토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투톱이 선제골을 터뜨릴 경우 연속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만 스페인은 후반 들어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하고 벤치 멤버들에게 뛸 기회를 줄 수 있다.

    스페인의 시나리오가 각본대로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경기 초반 사우디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하면 후반 들어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스페인은 조급해지고 무리한 공격이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오히려 사우디의 역습에 말려 주저앉을 수 있는 것. 앞선 경기 결과에 따라 사우디전 패배가 스페인에게 `‘예선 탈락’이란 대재앙까지 낳을 수 있다.

    ▶우리를 쉽게 보지 말라(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는 ‘거함’ 스페인을 맞아 맞장은 절대 금물이다. 정석대로 맞붙으면 사우디가 분명 불리하다. 그렇다고 스페인 호화 진용의 공격을 무방비 상태에서 맞는 것은 아니다. 두터운 수비로 스페인의 예봉을 꺾은 후 빠른 역습으로 끝을 본다는 얘기다. 믿음직한 중앙 수비수 알 몬타샤리(알 이티하드)가 이끄는 포백 수비라인은 와르르 무너지는 스타일은 아니다. 4년 전 한일월드컵에서 사우디는 독일에 0대 8로 대패한 것을 ‘치욕의 날’로 기억하고 있다.

    공격에 앞서 철벽 수비가 우선이다. 수비가 안정되면 역습 기회는 적어도 서너 차례 찾아온다. 이중 한두 번이 골로 연결되면 사우디는 스페인을 잡을 수 있다. 백전노장 알 자베르(알 힐랄)는 노련한 동시에 전체를 지휘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그의 투톱 파트너 알 카흐타니(알 힐랄)는 공격수로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 수비가 초반에 붕괴되면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스페인을 꺾어야 16강 진출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사우디다. 조심스럽게 꾸준히 두드리면 스페인 함대가 침몰할 수도 있다.

    영리·저돌적 수비 돋보여

    하마드 알 몬타샤리(사우디아라비아) 중앙 수비수. 논란 속에 2005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사우디 포백 수비라인의 핵. 독일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6경기에서 단 1실점에 그친 데는 알 몬타샤리의 공이 컸다. 영리하면서 저돌적인 수비가 돋보인다. 승부 근성이 강하고 시야가 넓다. ‘아시아의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를 연상시킨다. 4년 전 한일월드컵 독일전에서 당한 대패의 수모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알 몬타샤리의 어깨가 무겁다.

    이에로 공백 메운 만능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스페인) 스페인 제1의 중앙 수비수. 소속 클럽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도 같은 위치에 선다. 그의 원래 포지션은 오른쪽 윙백이었다. 스페인 수비의 전설 이에로가 은퇴한 후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앙으로 이동했다. 독일월드컵 유럽 지역예선 11경기(12경기 중)에 선발 출전. 스피드, 파워, 지구력을 고루 갖췄다. 대인, 지역 방어 등 못하는 게 없다. 승부 근성도 있고, 수비 리딩도 잘한다. 전방으로 길게 때려주는 롱 패스도 정확하다.

    ● 우크라이나 vs 튀니지 ● 시간 16 : 00(한국 23 : 00) ● 장소 베를린

    우크라이나。참가 횟수 : 첫 출전。최고 성적 : 첫 출전。FIFA 랭킹: 41위。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튀니지。참가 횟수 : 4회。최고 성적 : 조별예선。FIFA 랭킹: 21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미국 CNNSI 인터넷판은 이 경기가 G조의 운명을 가른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2라운드 진출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튀니지 또한 이 경기에서 승리해야 ‘원하는 것을 가진다’.

    H조 톱시드를 받은 스페인이 16강 티켓을 가지고 간다고 볼 때 2위 싸움은 우크라이나와 튀니지의 공방이다. 맞대결이니 승리하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H조의 판세를 가를 중요한 일전을 문답식으로 풀어보자.

    -두 팀의 객관적인 데이터를 비교하면?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4월 기준)에선 튀니지(21위)가 우크라이나(41위)를 앞선다. 월드컵 본선 경험 면에서 튀니지는 이번이 네 번째이고, 우크라이나는 처음이다. 튀니지와 우크라이나는 지역예선에서 나란히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튀니지는 6승3무1패(25득점 9실점), 우크라이나는 7승4무1패(18득점 7실점).

    -주요 전략과 전술은?

    우크라이나는 공격 지향적인 팀이다.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한다. 주요 포메이션은 3-4-3과 4-4-2. 좌우 측면 공격을 즐기며, 역습으로 재미를 본다. 수비는 맨 마킹과 지역방어를 섞었다. 미드필드의 압박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튀니지의 주 포메이션은 4-4-2와 4-5-1이다. 안정된 포백 수비를 기반으로 좌우 풀백을 적극적으로 공격에 활용해 경기를 풀어간다. 세트플레이에서 강하며, 세밀하면서 완성도 높은 경기 운영을 한다.

    -서로 싸워본 적이 있나.

    이번이 첫 만남이다. 그래서 서로가 조심스럽다. 둘 다 상대를 면밀히 분석했겠지만 붙어보지 않고서는 잘 모르는 법.

    -우크라이나의 셰브첸코(AC 밀란)를 튀니지가 막아낼 수 있을까.

    답하기 아주 어려운 문제다. 셰브첸코는 튀니지 수비를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반면 트라벨시(아약스)와 자이디(볼턴)가 이끄는 튀니지의 포백은 셰브첸코를 막으려고 협력 수비를 펼칠 것이다. 강하게 압박할 경우 셰브첸코가 고립될 수도 있다.

    -서로 주의해야 할 선수들은?

    우크라이나에선 미드필더 로탄(디나모 키예프)이 튀니지의 ‘허’를 찌를 것이다. 집중 마크를 당할 셰브첸코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이 뛰어나다. 꼭 필요한 한 방을 터뜨리는 능력이 있다. 튀니지의 빅 카드는 공격수 산토스다. 브라질에서 귀화한 산토스는 팀에 완전히 적응한 상태다. 빠르고 화려한 발 기술을 자랑한다.

    -아킬레스건은?

    튀니지는 공격과 수비에서 짜임새가 있어 큰 구멍은 없다. 단, 월드컵 본선 같은 큰 무대 경험이 없는 선수가 많다. 긴장할 경우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드필드가 취약지구다. 득점력이 좋은 로탄이 버티고 있지만 후세프(디나모 키예프), 티모쉬추크(도네츠크), 후신(크릴랴 소비에토프) 등의 압박과 중원 장악은 허술하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우크라이나는 조별 예선을 통과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들 것이다. 공격은 인상적이지만 그외에는 볼 게 없다. 튀니지는 16강에 오를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조별 예선만 통과한다며 8강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예선 12경기서 7실점 ‘철벽 수문장’

    쇼브코프스키(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제1의 골키퍼. 독일월드컵 지역예선 12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총 7실점. 셰브첸코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수훈 선수다. 반사신경이 좋아 노마크 상황에서 상대의 슈팅을 막아내는 장면이 많았다. 슈팅 각도를 좁혀가는 데 일가견이 있다. 공중볼 장악, 수비 리딩 등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13년째 디나모 키예프에서 뛰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인간 기관차

    하템 트라벨시(튀니지) 튀니지를 대표하는 인기 스타다. 포백 수비라인에서 오른쪽 풀백을 맡고 있다. 소속 클럽은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지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90분을 줄기차게 오른쪽 측면을 뚫는다. 오버래핑을 즐기는데, 긴 패스와 측면 돌파 후 올리는 크로스가 예리해 위협적인 슈팅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지난 3년간 그를 괴롭혔던 잦은 부상이 변수다.

    ● 토고 vs 프랑스 ● 시간 21 : 00(한국 04 : 00) ● 장소 쾰른

    토고。참가 횟수 : 첫 출전。최고 성적 : 첫 출전。FIFA 랭킹: 59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프랑스。참가 횟수 : 12회。최고 성적 : 우승(1998년)。FIFA 랭킹: 7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흥미진진한 명승부가 될 수도, 아니면 맥 빠지는 졸전이 될 수도 있다. 역시 두 팀의 1, 2라운드 경기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짙다. G조의 최약체로 평가되는 토고의 경우 2연패를 당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다면 그저 참가에 의의를 두는 소극적 자세로 임할 것이며, 최강팀 프랑스는 2연승을 거둬 토고전이 별 의미가 없어진다면 2진급 플레이어를 투입해 느긋이 경기를 즐길 것이다.

    물론 흥행을 고려할 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토고와 프랑스 모두 마지막 경기에서 16강 진출 여부가 판가름 나는 것.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결과는 예측불허의 장에 접어든다. 객관적 전력으로는 프랑스가 몇 수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심리적 요인 등 변수로 보면 오히려 토고가 우세할 수도 있다. 토고는 잃을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 프랑스는 토고에 패해 16강 진출이 좌절될 경우 모든 것을 잃는다. 16강 티켓을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이며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는다. 프랑스가 토고전에 관계없이 16강 진출을 매듭지으려면 스위스, 한국을 상대로 승점 6을 확보해야 하는데, 정황상 쉬운 목표는 아니다. 때문에 일단은 프랑스가 토고를 맞아서도 전력을 다해야만 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프랑스가 토고를 꺾을 확률은? 전문가 7할 이상은 프랑스의 낙승을 예견하고 있다. 실력으로 봤을 때 프랑스가 토고에 밀릴 것으로 예상하는 견해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전문가 3할가량은 경기 당일의 날씨 및 선수들의 컨디션, 로커룸 분위기, 선수단 주위 환경, 월드컵 전체의 판도에 따라 승부는 뒤바뀔 수 있다고 예측한다. 아무래도 쫓기는 처지의 프랑스가 심리적으로는 다소 위축될 수 있다. 더욱이 프랑스는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전에서 크게 깔본 세네갈에 0대 1로 패한 전례가 있어 토고를 편하게 여길 수만은 없는 처지다.

    그래서인지 도메네슈 프랑스 감독은 “모두가 어려운 상대지만, 특히 토고는 알려진 게 많지 않아 전력을 분석하는 데 꽤나 어려움이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프랑스가 토고전에서 승자가 되려면 우선은 경기 시작 후 이른 시간 안에 골을 터뜨려야 한다. 이 경기에서 선제골이 갖는 의미는 굳이 부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선제골은 프랑스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지지대가 될 것은 물론이고 이후 경기 진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앞선 상태에서 전반을 마쳐야 후반을 여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만일 전반에 골을 뽑지 못하고 후반을 맞는다면 프랑스 선수들은 지난 4년 동안 지겹도록 반복한 악몽의 경험처럼 ‘조급증’에 시달릴 것이며,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다 공간을 내주는 우를 범할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프랑스는 전반 선취골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혹은 경기 종반에 이르도록 골을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인내심 있게 약속된 플레이를 펼칠 필요가 있다. 허리 이하 공간을 촘촘히 운용하며 찬스를 기다리는 게 낫지, 괜한 흥분으로 대책 없이 진격했다가는 다시 한번 나락을 체험할 수도 있다. 지도 경력이 풍부한 토고의 베테랑 사령탑 오토 피스터 감독은 프랑스의 약점을 일찌감치 파악, 수비에 치중하다 역습을 펴는 전술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수 좌우 어디서나 ‘만능 플레이어’

    야오 세나야 주니오르(토고) 필드의 만능 엔터테이너. 공격의 실마리를 마련하는 플레이메이커를 비롯해 좌우 윙포워드,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로도 뛸 수 있는 전천후 다기능 플레이어다. 저돌적인 돌파력이 돋보이는 인파이터형의 선수로 왕성한 파워, 쾌속 스피드, 능수능란한 경기운영 능력을 뽐낸다. 프랑스 수비 후방을 휘젓고 다니며 동료 저격수 아데바요르에게 ‘킬러 패스’를 공급할 적임자.

    설명 필요 없는 최고의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프랑스) 설명이 필요치 않은 당대 최정상 스트라이커. 절정의 골 감각에 화려한 드리블링, 매끈한 경기력, 웬만한 공격형 미드필더 못지않은 어시스트 능력, 기막힌 킥 솜씨 등 다양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 앙리는 토고전에서 플레이메이킹에 신경 쓰기보다는 직접 골을 작렬하는 데 집중해야 할 책임이 있다. 프랑스 제1의 킬러다운 골 결정력으로 선제골을 집어넣어 동료들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

    ● 한국 vs 스위스 ● 시간 21 : 00(한국 04 : 00) ● 장소 하노버

    한국。참가 횟수 : 7회。최고 성적 : 4강(2002년)。FIFA 랭킹: 30위 。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스위스。참가 횟수 : 8회。최고 성적 : 8강(1934, 38년)。FIFA 랭킹: 35위。16강 가능성 : ★★★。우승 가능성 : ★★

    신흥 복병 스위스는 2006 독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넘어야 할 세 번째 산이다. 한국은 토고, 프랑스와 맞붙은 뒤 오늘 하노버스타디움에서 스위스와 조별라운드 마지막 일전을 치른다. 한국이 앞선 두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스위스전 결과는 16강 진출 여부와 상관이 없겠지만, 승점 4 이하의 성적으로 스위스를 만나면 최소 무승부를 기록해야 16강 진출이 보장된다. 물론 최상의 시나리오는 스위스를 가볍게 꺾고 승점 3을 추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스위스는 조직력이 강하다. 톱니바퀴 맞물리듯 돌아가는 스위스 선수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고도로 훈련된 전투부대를 연상케 한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11명의 호흡이 척척 들어맞고 협조 플레이도 짜임새 있어 허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스위스는 전략적으로 신중하기까지 하다. 코에비 쿤 스위스 감독은 강적을 만나든, 약체를 상대하든 ‘선(先)수비 후(後)역습’ 원칙을 고수하며 휘하 용사들을 지휘한다. 사전 상대 분석은 철저하기 이를 데 없다. 프랑스, 아일랜드 등 유럽 강호들이 지역예선에서 스위스에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쿤 감독은 상대의 단점을 확실히 파악한 뒤 경기에 임하면서도 늘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한다. 한마디로 냉철하다.

    스위스의 경기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은 수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패스 플레이로 흐름을 조절하면서 숨 고르기에 치중한다. 승부수를 띄우는 시점은 보통 중반 이후. 그렇다고 무작정 상대에게 덤벼들지는 않는다. 역습의 횟수와 강도를 늘릴 뿐이다. 초반의 역습이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는 것이라면, 종반에 이뤄지는 역습은 탐색 완료된 약점을 파고드는 게 목적이다. 제아무리 강한 수비력을 가진 팀이라도 취약점은 있게 마련. 쿤 감독은 바로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전술을 즐긴다.

    물론 쿤 감독의 작전이 비교적 원만히 먹히는 까닭은 선수들의 전술 이해력이 출중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멤버 상당수는 유럽의 내로라하는 명문 클럽에서 활동한다. 이게 무엇을 뜻할까. 바로 개인의 능력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조직력이 튼튼한 팀의 선수들이 개인기까지 평범치 않다? 고로 스위스는 강할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의 이름 있는 축구 전문가들은 스위스와 한국의 결투를 ‘조직력 vs 조직력’의 싸움으로 요약해 전망한다.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다. 스위스의 조직력이 파워와 높이에 기초를 둔 것이라면, 한국의 조직력은 속도를 밑천 삼은 것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격파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측면보다 중앙을 공략하는 전술을 준비하는 게 이로울 것으로 보인다. 평균 신장 185cm를 자랑하는 스위스 수비를 상대로 해서는 측면 침투에 이은 문전 크로스 작전이 빛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특유의 장점인 스피드를 충분히 살린다면 승산은 있다. 짧고 빠른 패스로 속도에서 약점을 보이는 상대 위험지역 중앙을 두드리는 동시에 다각적인 2대 1 패스로 공간을 창출, 슈팅 찬스를 만들어내는 게 관건. 따라서 선 굵은 플레이보다는 정교하고 세밀한 움직임이 요구된다. 유기적인 협력 플레이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은 둘 중 어느 팀이 더 조직적으로 뭉치느냐에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칠 줄 모르는 그라운드의 슈퍼엔진

    박지성(한국) 한국 축구의 아이콘. ‘슈퍼엔진’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풀타임을 동일한 호흡으로 견뎌낼 만큼 강한 심장을 가졌으며 공의 흐름을 살리는 경기운영이 매력적이다. 스위스전에서 박지성의 역할이 특히 중요시되는 이유는 상대 수비진영을 쉴 새 없이 오가며 공간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메이커가 절대 필요한 까닭이다. 박지성이 효과적으로 물꼬를 터줘야 한국은 희망이 있다.

    볼 컨트롤·측면 돌파 솜씨 발군

    트란퀼로 바르네타(스위스·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스위스의 미래로 통하는 라이트윙. U-17·20청소년대표팀의 주축 멤버로 활동하다 2004년 9월 국가대표팀에 전격 발탁됐다. 공 다루는 센스가 특출하며, 측면 돌파 솜씨가 빼어나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전술 이해력까지 출중, 왼쪽 미드필더로도 포진이 가능하다. 발군의 지원사격 능력을 갖춘 바르네타를 잡지 못하면 한국은 크나큰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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