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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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머물기도, 청와대 복귀도 부담되는 차기 정부… 세종 시대 열릴까

[안영배의 웰빙 풍수] 청와대 관저 침실엔 풍수적으로 살기(殺氣) 관통… 한남동은 12·12 사태 현장

  • 안영배 미국 캐롤라인대 철학과 교수(풍수학 박사)

    입력2025-01-1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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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대통령 12명이 머물렀던 청와대 관저. [동아DB]

    역대 대통령 12명이 머물렀던 청와대 관저. [동아DB]

    새해 시작과 함께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대통령실 위치를 두고 또 한 번 논쟁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간의 논쟁은 차기 대통령 집무실을 북악산자락 청와대로 되돌리자는 쪽, 현 용산 체제를 유지하자는 쪽, 그리고 사실상 행정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세종시로 완전히 옮기자는 쪽으로 정리된다.

    먼저 청와대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해 4월 집권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용산 시대를 선포하고 2년 만에 집권 여당이 레임덕으로 불릴 정도의 참패를 당하자 “무리하게 청와대에서 빠져나온 결과”라는 볼멘소리가 나온 것이다. 그러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되면서 이 주장이 좀 더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 출마를 노리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청와대 복귀론을 주장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는 미국 백악관 같은 대한민국의 상징이다. 그 상징을 옮기는 바람에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출범 때부터 무너지고 야당에 깔보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악산의 청와대는 카리스마가 있는 반면, 남산의 용산 대통령실은 허름하고 카리스마가 약해 야당에 깔보였다는 그의 해석은 풍수적 시각에 상당한 기반을 두고 있다. 사람과 건축 환경 사이에 깊은 상호작용이 있다고 보는 ‘건물 풍수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은 “우리가 건축물을 짓지만, 그 건축물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 명언의 내용이 바로 건물 풍수론이다.

    사람과 건축 환경이 주고받는 상호작용

    윤석열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용산 관저 풍경. [동아DB]

    윤석열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용산 관저 풍경. [동아DB]

    윤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청와대는 과연 어떤 곳인가. 조선왕조 법궁(法宮)인 경복궁과 그 후원에 해당하는 청와대 대통령실은 최고 통치권자의 무대였다는 점에서 역사적 무게만큼이나 카리스마가 넘쳐나는 건물임에는 분명하다. 또 대한민국 건국 이래 역대 대통령 12명이 머문 청와대 대통령실은 수많은 풍수인이 명당인지 아닌지를 놓고 논쟁을 벌여온 곳이다.

    사실 청와대 권역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건축물은 대통령 집무실보다 대통령 가족이 머무르는 관저다. 윤 대통령이 용산으로 떠난 후인 2022년 5월 일반인에게 개방된 청와대 관저는 대통령 가족의 주거 공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대통령 부부의 침실 공간을 관통하는 기운이 사람에게 좋은 생기(生氣)가 아니라 해로운 음기(陰氣), 혹은 살기(殺氣)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청와대 관저를 방문하면 이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기운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다. 이런 관저에 오래 머물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받게 된다.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정서적으로도 타격을 입어 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민국이 5년 단임 대통령제인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청와대 관저에 대해서는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과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지낸 승효상 건축가 등이 이미 문제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승 건축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관저를 가보니 살 만한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복도가 굉장히 어둡고 바람은 잘 안 통하며 음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저에서 5년간 산다면 정신병에 걸리거나 허위의식에 사로잡힐 것 같다는 점에서 이 건물은 없애든지 대통령 거처를 옮겨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분명한 것은 북악산자락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청와대 관저가 전통 자연지리학인 풍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건축 행위가 이뤄진 공간이라는 점이다. 한국 굴지의 종합건축사사무소가 건축 설계를 맡은 청와대 관저 위치는 묘하게도 경복궁 중축(中軸)을 이루는 근정전, 강녕전, 교태전 등과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경복궁 주요 건물과 남북 축으로 연결되도록 한 건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조선왕조의 절대 권력과 연결해 부각하려는 의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풍수적으로 최악의 점수를 받는 청와대 관저와 달리 대통령 업무 공간인 청와대 본관, 영빈관 등은 무난한 편이다. 용산 시대를 선포한 윤 대통령조차 주요 외교 및 국제 행사를 열 때 청와대 건물을 자주 이용했다. 차기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론에 힘이 실리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를 상대로 최적의 경쟁력을 갖춰야 할 대통령 거주 공간으로는 청와대 터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신군부 쿠데타와 반란의 현장, 용산 관저

    세종에 건설될 국회 분원 예정 부지. [세종시 제공]

    세종에 건설될 국회 분원 예정 부지. [세종시 제공]

    그렇다면 일각에서 청와대 복귀론이 나올 정도로 비판의 대상이 된 용산 대통령실과 관저는 어떨까. 현 대통령 집무실(옛 국방부 신청사)은 대단히 좋은 터에 해당한다. 남산에서 갈라져 나온 둔지산자락 일대에 맺힌 대혈(大穴) 세 곳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기운으로 따지면 카리스마가 청와대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용산 일대 도시화 과정에서 대통령실 뒷배 구실을 하는 주산(主山)이 평탄화돼 뒷심이 약해졌다는 단점이 있다.

    용산 대통령실 역시 문제는 주거 공간인 한남동 관저(옛 외교부 장관 공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애초 윤 대통령 측은 육군참모총장(육참총장) 공관을 관저로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일부 풍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러나 이곳이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전두환 군부에 의해 납치된 현장임을 알고 나서는 관저 후보지에서 탈락시켰다. 당시 정승화 총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의 공범으로 몰려 이등병으로 강등되고 옥살이까지 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육참총장 공관 대안으로 부상한 곳이 인근에 있는 현 관저다. 필자는 외교부 장관이 사용하던 공관이 매우 훌륭한 터라고는 할 수 없으나, 청와대 관저를 빠져나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윤 대통령의 용산 시대는 결국 세종 행정수도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까. 정작 군사반란 현장인 육참총장 공관을 피하려 한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계엄을 재현했다. 그 결과 윤 대통령은 관저에서 체포와 탄핵 같은 법적 절차를 마주했다.

    만일 조기 대선이 치러져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면 윤 대통령이 살던 관저에서 살고 싶을지 의문이다. 또한 용산 대통령 집무실은 도감청 의혹이 나오는 등 보안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용산과 청와대 대신 대통령 제2집무실(세종집무실)이 들어서는 세종으로 대통령실을 완전히 이전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더불어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도 세종의사당으로 옮겨 사실상 행정수도를 완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종의 주산인 원수산자락에 있는 세종집무실과 전월산을 배경으로 둔 세종의사당 터는 풍수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다만 이곳에서도 대통령 관저만큼은 풍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더 적절한 터를 찾아 제대로 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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