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걸었다’│메덩골정원 지음│박찬국 감수│1만8000원│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6월 출간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걸었다’의 한 대목이다. 이 책은 환생한 니체가 1인칭 화자로 등장해 정원의 일곱 공간을 직접 거닐며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는 독특한 형식을 취했다.
책은 “신은 죽었다” “너 자신이 되어라” 등의 경구로 유명한 니체를 설명하는 대신 산책을 함께 하는 동행자로 여긴다. 독자는 니체의 발걸음을 따라 정원을 거닐며 그의 생각과 사상을 음미할 수 있다. 니체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입문서’를 표방한다.
책의 배경인 메덩골정원 역시 또 다른 주인공이다. 메덩골정원은 자연과 건축, 예술과 철학이 만나는 ‘인문학 정원’을 지향하며 경기 양평군 19만8000㎡(6만 평)에 2012년부터 14년에 걸쳐 조성됐다. 칠레 예술‧건축 스튜디오 페소 본 에릭사우센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이자 스페인 건축가인 안톤 가르시아 아브릴, 프랑스 조경가 기욤 고스 드 고르 등이 이 정원을 조성하는 데 참여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걸었다’는 니체와 함께 걸으며 신과 고전 작품을 형상화한 메덩골정원의 공간들을 만난다. 책의 말미에 니체는 한국 전통 공간에 담긴 ‘비움’의 철학을 음미하고 결국 스스로 말하는 ‘위대한 정오’에 이른다. 니체는 낡은 가치와 도덕을 극복하고 초인(위버멘시)를 향해 나아가는 극적인 시간을 정오로 상징했다.
“정원 밖의 세상이 여전히 거친 진실로 그대들을 시험할지라도, 결코 그 흐름에 휩쓸리지 마라. 우리는 이미 고통을 예술로 빚어 내는 법을 배웠으며, 허무를 딛고 일어서는 법을 목격했노라.”
이 책은 니체 철학 연구의 권위자인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감수를 맡아 완성도를 더했다. 박 교수는 추천사에서 “일찍이 니체는 우리 인생을 정원을 가꾸는 일에 비유한 적이 있다”며 “니체의 소망이 깃든 메덩골정원을 찾는 모든 이들이 정원을 거닐면서 강한 의지와 우아한 기품, 자연과 타인들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고 썼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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