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펜의 꿈

  • 티모테우슈 카르포비치(폴란드 시인)
입력
2013-12-27 17:06:00
  • 작게보기
  • 크게보기

펜의 꿈

펜의 꿈
펜이

잠자기 위해서

옷을 벗을 때

펜은

단단히 결심했다



죽은 듯이 자겠다고

불을 모두 끄고

그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타고난 완강한 성격 때문에

세상의 어떤 힘보다도

펜의 척추에 내재한 힘이

가장 강하리라

그것은

부러지기는 할지언정

굽히지는 않는다

펜은

결코 물결이나 머리카락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꾸지는 않으리라

오로지

부동자세로 서 있는

병사나

관棺을

꿈꾼다

그의

내부에 있는 본연의

올곧은 마음이다

나머지는

구부러진 것이다

잘 자시오

청년 시절에는 별을 찍어내던 나의 펜이 이제는 땅에 떨어진 쌀 한 톨을 찍어내기 바쁘다. 단단하던 펜의 척추가 디스크에 걸린 지 오래다. 오늘 밤에는 나의 오래된 만년필 펜촉을 유심히 본다. 참 반듯하게 빛난다. 가끔 쌀이 별이 되기도 하고…. 저 올곧은 모습을 오래 간직하고자 한다. 펜은 꿈을 찍어 현실을 만든다. ─ 원재훈 시인



주간동아 919호 (p8~8)

티모테우슈 카르포비치(폴란드 시인)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408

제 1408호

2023.09.22

올해 증시 달군 상위 20개 종목은… 1위 에코프로, 2위 제이엘케이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