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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바로 도심 놀이동산!

영화·쇼핑·식사까지 원스톱 해결 … 젊은층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창출 공간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
2003-09-25 13: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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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바로 도심 놀이동산!

이곳이 바로 도심 놀이동산!

금요일 오후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내부.

평일인 9월18일 오후 3시경, 서울 신촌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로비에 세 사람의 젊은이들이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다. 스물다섯 동갑내기 직장인인 이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다같이 반나절 휴가를 냈다. 그리고 회사 바로 옆에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직행, 지금 팝콘을 씹으면서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 달에 서너 편, 많이 보면 일주일에 두 편쯤 영화를 보러 와요. 이제는 직장이나 집 가까운 데 영화관이 많이 생겼고 인터넷 예매도 되니까 영화 보기가 한결 쉽죠. 자주 가는 영화관이요? CGV 강변이요. 집에서 5분만 걸으면 되거든요.” 나강일씨(25)의 말이다. 나씨는 멀티플렉스를 즐겨 이용하는 전형적인 젊은이인 셈이다. 나씨의 직장동료라는 함민경씨(25) 역시 마찬가지. 함씨는 “휴일에도 친구들이랑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만나 영화 보고 밥 먹고 쇼핑까지 해요. 멀티플렉스는 이제 도심의 ‘놀이동산’인 셈이에요. 바깥에 나가 바람 쐬면서 논 게 언제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멀티플렉스가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있다. 영화 한 편 보기 위해 친구들과 어렵게 약속시간을 맞추고, 영화 상영시간보다 일찍 가서 예매한 후 극장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때우던 풍경은 이미 사라졌다. 토요일 오후면 서울 종로3가나 충무로 등 극장가에 구불구불 긴 줄이 생기거나 암표상에게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표를 사던 것도 오래 전 일. 이제는 집 근처에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가면 바로 영화를 볼 수 있다. 한 영화관에서 10편 넘는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니 영화관에 가기 전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표는 인터넷 예매로 가뿐히 해결되니 암표상 등은 아예 발붙일 자리마저 없다.

편리·다양성 충족 … 신세대 코드와 일치

이곳이 바로 도심 놀이동산!

놀거리 위주인 멀티플렉스의 부대시설이 결국 소비를 조장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에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 중 평일 오후에 영화를 본 관객의 비율이 30.9%로 주말 오후의 관객을 뛰어넘었다고 한다. 또 종로나 충무로, 명동 등 도심에 있는 극장의 관객 수는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목동 분당 등 아파트 밀집지역에 있는 영화관 관객 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모두 멀티플렉스가 가져온 변화들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기존의 ‘단관’ 영화관과 가장 다른 점은 건물 안에 다양한 놀거리 먹을거리가 갖춰져 있다는 점. 멀티플렉스에 간다는 것은 ‘영화를 보러 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영화도 본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멀티플렉스에는 푸드 코트, 쇼핑공간, 게임 등 놀이공간, 카페, 캐릭터 숍, 라운지 등이 갖추어져 있다. 또 도심에 있는 멀티플렉스에는 쇼핑백 보관함 등이 있는 반면 아파트 밀집지역의 멀티플렉스에는 아이들 놀이방이 있는 식으로 입지에 따라 멀티플렉스의 부대시설도 조금씩 달라진다.

멀티플렉스에 익숙한 관객들은 이제 영화관을 먼저 선택하고 그 후 볼 영화를 고른다.

직장인인 한중식씨(29)는 한 달에 한두 번은 반드시 대한극장에 간다. 한때 국내 최대의 와이드 스크린을 자랑하며 ‘벤허‘ ‘십계’ 등 대작 영화를 상영하던 대한극장도 2001년 8개의 스크린을 갖춘 멀티플렉스로 변모했다. 한씨는 이곳에 하루종일 머물며 영화 세 편을 연속해 본다. 한씨는 꼭 대한극장에 가는 이유에 대해 “지하철역에서 바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전망 좋은 옥상 라운지가 있어 다음 영화를 기다리는 시간에는 라운지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씨가 영화를 선택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영화나 감독, 스타의 출연 여부 등이 아니라 ‘영화관’인 것이다. 실제로 영진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2년 관객들은 영화를 선택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에서 영화의 내용 다음으로 영화관의 시설과 위치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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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 새로 생긴 ‘아트레온’ 입구.

멀티플렉스가 젊은이들의 ‘영화천국’이 되면서 멀티플렉스가 들어선 장소는 반사 이익을 보기도 한다. 멀티플렉스 주변의 상권이 변화하고 인근 아파트값마저 올라가는 것. CGV 홍보팀의 이지연 대리는 “부산에 있는 CGV서면의 경우, 철공소 등 공장 지대에 들어섰는데 이제는 버블티숍, 카페, 옷가게 등으로 주변 상권이 완전히 변모했다. 또 각기 애경백화점, 세이백화점 등 군소 백화점 안에 입점한 CGV구로와 CGV대전은 백화점의 매출액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멀티플렉스가 주변 상권에 가져오는 반사 이익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는 영화관 주변 풍경뿐만 아니라 영화를 고르는 취향, 심지어 영화의 내용마저도 변모시킨다. 영화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에 멀티플렉스 일반화가 한몫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즉 엄청난 물량과 첨단기술들을 동원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과거의 와이드 스크린에 적합했다면 기술보다는 아기자기한 줄거리와 섬세한 묘사에 강한 한국 영화들은 상대적으로 스크린 크기가 작은 멀티플렉스에 맞다는 것.

멀티플렉스가 영화의 관람문화를 향상시킨 것만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멀티플렉스 영화가 ‘영화의 다양화’에 기여했는가 하는 문제에서는 약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카펫이 깔린 영화관 바닥과 앞사람의 뒤통수에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관람환경, 예매를 위해 두 번 걸음 할 필요 없는 인터넷 예매 시스템 등은 확실히 나아졌지만 정작 이 같은 외적 요인의 향상이 영화문화의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영화평론가인 정재형 교수(동국대)는 “한 편이 흥행에 성공하면 멀티플렉스 10개관 중 7개관에 같은 영화가 걸리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스크린 수는 크게 늘었지만 단관 시스템과 큰 차이는 없는 셈이다. 멀티플렉스가 관객의 인디 영화나 다양한 장르의 영화 섭취를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교수의 지적대로 상영일수가 짧아졌다는 것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범람이 가져온 일종의 ‘부작용’으로 손꼽힌다. 멀티플렉스들은 ‘그 영화 보니 좋더라’고 관객이 입소문을 낼 때까지 조금 ‘진득하게’ 기다려주지 못한다. 오히려 시간이 없는 사람은 신작 영화를 보기가 더욱 힘들어진 면도 있다. 이렇게 조기종영된 영화는 재빨리 DVD나 비디오로 출시된다. 그래서 멀티플렉스가 DVD 산업을 육성시키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생겨났다.

쇼핑몰과 게임방 등 놀거리와 결합된 멀티플렉스들이 결국 소비를 조장한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 일주일에 두 번은 집 근처인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를 찾는다는 대학생 최혜선씨(21)는 “조조에 할인카드를 쓰면 최고 2000원 정도 할인된 가격에 영화를 볼 수도 있으니 영화 티켓이 비싼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에 가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게 되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비슷비슷한 멀티플렉스를 탈피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신촌의 구 신영극장 자리에 새로 생겨난 멀티플렉스 ‘아트레온’은 쇼핑센터 대신 갤러리와 공연장을 갖춘 ‘문화공간형 멀티플렉스’다. 아트레온의 정기화 기획실장은 “젊은이와 대학이 많은 신촌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이용해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며 “이제 멀티플렉스도 소비가 아닌 문화를 이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403호 (p82~84)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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