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갓 수확해 온 채소를 선별, 세척해 녹즙으로 만드는 과정.
이 농장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유기농 인증을 받았음에도 풀무원기술연구소의 관리가 계속되고 있다. 토양의 잔류농약 및 오염물질과 유기물 함량을 분기마다 분석·관리하고, 농산물의 잔류농약은 격월로 검사한다. 풀무원기술연구소에선 국제표준에 따라 국제공인시험방법으로 46가지 잔류농약 성분을 분석하고, 추가로 40가지 성분을 자체 검증한다. 납(Pb), 카드뮴(Cd), 비소(As) 같은 중금속에 대해서도 국제공인시험방법으로 안전성을 평가한다.
계약농장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에서는 어떤 농약 성분도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안전성 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이 날 경우 농산물 반입이 중단되며, 재검사와 정밀검사에서 생산자의 과실이 드러날 경우 공급계약이 파기될 뿐 아니라 3년간 재계약할 수 없다. 그러니 생산자들 입에서 “정부보다 회사가 더 지독하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풀무원녹즙에서 사용하는 명일엽·케일·돌미나리·브로콜리는 100% 유기농으로, 이처럼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관리한다.
농약만 뿌리지 않는다고 유기농 채소가 되는 건 아니다. 농약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일반 농가보다 힘이 배로 든다. 가축의 분비물로 거름을 만들어야 하는데,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쓰지 않은 소나 돼지의 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비료를 대신할 볏짚은 유기농 쌀을 재배하는 농가에서 공급받고 있다. 목초액과 그 밖의 친환경 제품들을 이용해 해충을 잡는 것도 보통 고된 게 아니다. 그러나 여름이면 개구리가 울어대고 수풀 사이로 뱀마저 모습을 드러내는 걸 보면, 땀 흘린 대가로 땅이 건강해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농부의 고집과 땀으로 생산된 농산물은 당일 수확 원칙 아래 5℃ 이하로 유지된 냉장차를 이용, 경기도 양주의 풀무원녹즙 생산공장으로 옮겨진다. 하루 15t의 녹즙이 생산되는 양주공장은 2002년부터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HACCP’(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해섭)을 적용하고 있다. 해섭은 최종 제품을 검사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원재료 생산에서부터 가공·유통 전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제품 및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감시 제도다.
원주에서 갓 수확한 명일엽이 녹즙으로 만들어져 용기에 담기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공장에 도착한 명일엽을 수작업으로 선별한다. 잎이 누렇거나 줄기에 상처가 있으면 ‘탈락’이다. 선별작업을 통과한 명일엽은 하단부를 잘라내고 고압세척기로 씻어낸 다음, 다시 한 번 먹기 곤란한 부분을 제거한다. 고압 세척수로 또 한 번 씻고, 지하수로 또 씻는다. 깨끗이 샤워한 명일엽은 3∼5cm 길이로 잘려 분쇄된다. 그리고 마침내 즙을 짜서 용기에 담는다. 용기에 캡을 씌우고, 라벨을 붙여 제조일자를 기록하면 이제 모양새는 다 갖췄다. 마지막으로 금속탐지기를 통과해 이물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한 다음, 박스에 담겨 냉장차량으로 옮겨진다. 공장 내 모든 라인은 중앙컴퓨터가 통제하며, 인공위성을 통해 제품 배송차량의 온도까지 점검한다. 풀무원녹즙은 농산물 운송에서부터 가공, 유통 전 과정에 5℃를 유지하는 ‘콜드체인 시스템(Cold Chain System)’을 고수하고 있다.
풀무원녹즙 생산공장은 가공, 유통 전 과정에 콜드체인 시스템을 적용한다.
풀무원녹즙은 1995년 녹즙사업을 시작한 이래 꾸준한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간편하게 녹황색 채소를 섭취할 수 있는 녹즙 소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누구도 한 끼 적당히 때우기 위해 녹즙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대개 나 자신과 가족에 대한 염려에서 녹즙을 마신다. 이처럼 건강을 생각해서 먹기에 녹즙은 더 신선해야 하고, 가열하지 않고 생으로 먹기에 더 안전해야 한다. 풀무원은 ‘내 자식에게 먹일 수 없는 식품은 만들지도 말라’는 원칙으로 식품을 제조한다는데, 소비자들이 믿고 마시는 만큼 앞으로도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