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와 발해의 맥을 이어줄 유물로 평가받은 명문 금동판, 평양 청암리 토성에서 출토된 불꽃뚫음무늬 금동관, 평안남도 평성에서 출토된 시루, 고구려의 도자기들.(위부터).
고려대 일민박물관에서 5월7일 개막된 고구려 특별전 ‘한국 고대의 글로벌 프라이드, 고구려’에선 북한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 60점을 볼 수 있다. 국보급만 15점. 더하여 고려대 박물관 자체 소장품 50점과 국내의 국립 및 대학 박물관, 일본의 여러 박물관에서 소장한 유물 등 모두 230여점이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를 웅변한다.
고려대 최광식 박물관장은 “고려대라는 이름은 강성했던 고구려를 계승한 ‘고려’에서 비롯했다. 고려대 100년사를 되돌아보면서 고구려의 기상을 되새기고자 ‘고구려 특별전’을 마련했다”면서 “북한 유물 대여를 계기로 고구려사 왜곡 등과 관련해 남-북 공동의 학술적 대응에도 힘이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개토대왕비 탁본 ‘청명본’은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
서울에 온 북한의 고구려 유물은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뽐내는 최고의 유물들이다. 특히 1994년 강원도 철령에서 나온 철제 말과 청동제 사신(四神), 88년 함경남도 신포에서 출토된 명문(銘文·새긴 글씨)이 있는 금동판 등 북한의 국보급 유물들은 고구려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데도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평양 진파리 7호 무덤에서 나온 고구려의 대표적 금속공예품인 해뚫음무늬 금동장식, 평양 청암리 토성에서 나온 불꽃뚫음무늬 금동관에선 고구려 문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강원도 철령의 고구려 건물 터에서 발굴된 기마 모형에선 대륙을 호령한 고구려인의 기개가 느껴진다.
‘고구려 특별전’에선 광개토대왕비의 희귀 탁본 2점도 공개된다. 광개토대왕비 연구 자료가 되는 대표적 원석탁본(原石拓本·아무런 가공 없이 비석의 상태 그대로 뜬 탁본)인 ‘청명(靑溟)본’과 ‘미즈다니(水谷)본’이 그것이다. 청명본은 일반에게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석회를 이용한 탁본으로 비문이 훼손되기 전에 원판을 떴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고구려 특별전’은 발굴 자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물들은 △고구려의 신앙과 예술 △고구려의 기와 △고구려의 금속 유물 △고구려의 와당 △고구려의 불상 △고구려의 금석문 △동북공정의 고구려사 왜곡 등으로 나뉘어 전시된다. 최 박물관장은 “중국에 소재한 고구려 유물도 들여오려 했으나 무산됐다”면서 “고구려 특별전은 중국이 추진하는 동북동정의 고구려사 왜곡을 비판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