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1

2016.03.30

커버스토리 | 20대 총선 공천과 대선 기상도

공천 파동에 날아간 朴대통령의 꿈

권력 누수 △, 임무 완수 ×, 50년 보수 ◯

  • 이종훈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rheehoon@naver.com

    입력2016-03-28 10:40:19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알파GO’가 아닌 ‘야당GO’를 앞에 둔 박근혜 9단, 아니 명예 10단이 생각보다 빠르게 수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번 대국에서 박 대통령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3가지 경우의 수는 △권력 누수 △임무 완수 △50년 보수다.


    # 권력 누수

    가장 큰 걱정은 권력 누수다. 누구나 맞는다는 임기 말 권력 누수, 곧 레임덕이다. 정윤회 감찰 문건 유출과 십상시 파문 당시 조기 레임덕을 맞을 것이란 지적까지 나온 터다. 이후 빠르게 사태를 수습하고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지금,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야권은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올 테고, 국민은 중간평가로 여길 것이다. 야권이 노골적으로 박근혜 심판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이것이 먹혀드는 순간 선거 판세가 불리해질뿐더러, 선거 이후 레임덕도 심해질 것이다. 그것을 막아야 한다. 최선은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것이다. 차선은 현재 의석을 지키는 것이다. 최악은 제1당을 야권에 내주는 것이다.

    선거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야권이 분열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미 선거연대는 물 건너간 상황이고, 후보단일화 변수가 남아 있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최선을 향해 달릴 것인가, 아니면 차선에 만족할 것인가. 박 대통령은 최선을 향해 달리기로 마음먹는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다. 재선에 도전할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박 대통령의 전투본능이 되살아난다. 그가 누군가. 선거의 여왕 아니던가.

    공격을 당하면 더 공격적으로 나가라! 그의 승리 공식이다. 공격에 앞서 전열을 정비한다. 전열을 정비하려고 보니 내부에 반발세력이 만만치 않다. 이들을 정리하지 않고는 정비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박 대통령은 19대 총선에서도 그러했듯이 대대적인 반대세력 정리 작업에 나섰다. 반대세력이라고는 하지만 19대 총선에서 살아남은 잔류세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들의 반발도 격렬해 살생부 파문과 공천 여론조사 결과 유출, 그리고 윤상현 의원의 녹취록 공개로 불가피하게 정리 대상을 조정해야 했다. 그래도 친위세력이 이제는 3분의 2에 육박한다. 나머지도 차마 정면에서 ‘NO’라고 말하지 못할 자가 대부분이다. 이 정도면 총선 이후 권력 누수에 대한 안전판은 확보한 것으로 봐야 한다.





    # 임무 완수

    권력 누수만 없다면 임무 완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4대 개혁을 통한 경제활성화, 제2 한강의 기적이라는 임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씨를 뿌린 만큼, 딸인 박 대통령에게는 그것을 거둘 의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은 늘 아버지를 제외하고 경쟁자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아버지의 업적을 뛰어넘는 것, 그것이 박 대통령의 목표다. 그러나 상황은 비관적으로 흐르고 있다. 성과가 나와야 할 시점에 각종 경제지표는 하향세다. 염장을 지르는 것도 아니고, 야권에서는 물론 여권에서조차 정권무능론을 제기하고 있어 더욱 화가 난다. 정부를 닦달해도 지표가 당장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나마 수출이 버텨주는 것, 불황형 흑자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위안이다. 어떤 시도를 더 해볼 것인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누구도 확실한 답을 주지도 않는다. 경제전문가들도 이 대목에 와서는 몸을 사린다.

    결국 자신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일단 이미 확정된 것이라도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거듭 국회를 압박한다. 그래도 경제활성화 법안 상당수를 통과시키는 데 성공하긴 했다. 20대 국회에서 나머지 법안을 통과시키면 1단계 공사는 끝난다. 결국 정치권이 문제다. 야권도 문제지만 여당 내에서 반발하는 세력이 문제다. 역시 그들은 쳐내야 할 대상이다. 남김없이.


    # 50년 보수

    아무리 생각해도 임기 5년은 너무 짧다. 1단계 공사에 해당하는 법안 통과에만 거의 3년이 걸린다. 너무 비효율적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회를 섬나라 여의도로 보낸 이유를 알 것 같다. 임기를 연장할 방법이 없을까. 연장만 가능하다면, 아버지만큼 집권할 수 있다면 아버지 이상의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많이 아쉽다. 현실 가능한 방법을 정리해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는 개헌이다. 개헌으로 4년 중임제를 만든 다음 한 번 더 하는 방법이다. 현행 헌법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개헌을 하면서 예외조항을 둔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또 다른 수는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하는 방법이다. 대통령은 국민투표로 선출하고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이다. 다수당 국회의원이면 누구나 총리가 될 수 있는 제도다. 대통령 퇴임 이후 국회의원으로 다시 선출된다면 총리 임명이 가능한 것이다.

    이원집정부제에서 대통령은 외치를, 총리는 내치를 담당한다. 그 연장선에서 반기문 대통령, 친박(친박근혜)계 국무총리 구도도 이미 나와 있다. 다만 여기에서 친박계 총리가 누구냐 하는 문제만 의문점으로 남는 상황인데, 박 대통령 본인이 그 당사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해외에 이미 전례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우다. 4년 중임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이 이뤄지고, 박 대통령이 총리가 된다면 임기 8년 연장이 가능해진다. 도합 12년이다. 이 정도면 앞서의 ‘권력 누수’ 걱정 없이 ‘임무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다.

    그런 점에서도 이번 총선에서 개헌을 관철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는 일은 중요하다. 가능하면 200석, 하지만 180석 정도도 나쁘지 않다. 이미 운동장은 기울어졌다.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은 날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을 압도하는 데 성공하면, 이후 50년은 보수 장기집권으로 끌고 가는 것이 가능한 사회구조다.


    # 공천 평가

    위 3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 박 대통령이 선택한 공천전략은 ‘진박(진짜 친박근혜) 공천’이었다. 역시 선거의 여왕다운 정면승부였다. 그러나 초반 반응이 기대 이하였다. 내각과 청와대에서 자천타천으로 발탁해 일단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선거 현장에 투입했지만 지지율이 낮게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물러설 그가 아니었다.

    박 대통령이 꺼낸 다음 카드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였다. 경제위기 상황이지만 정치 위기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끝에 그를 진박 감별사이자 마케터로 선거현장에 투입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당내 경선 막판에는 본인이 직접 나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곱지 않은 시선에도 당내 경선 개시 시점에 대구·경북 지역 방문을 강행한 것이다. 당내 경선 초반 진박 후보 대부분은 이러한 진박 마케팅의 혜택을 입었다.

    그런데 대형사고가 터졌다. 윤상현 의원의 녹취록 파문이 그것이다. 박 대통령의 대구·경북 방문에 임박해 터진 이 사고로 말미암아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선 보람도 없어졌을 뿐 아니라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결과 경선 막판 진박 후보 일부가 대구·경북 지역은 물론, 서울 강남 지역에서조차 탈락하는 참혹한 사태로 이어졌다. 윤상현 의원의 녹취록 파문으로 진박 마케팅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윤 의원 파문은 전략공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쳐 본래 공천혁신 차원에서 정리하려 했던 친박 중진을 비롯한 비주류 중진 상당수가 살아남았다. 경선에서도, 전략공천에서도 진박 공천을 당초 의도했던 만큼 관철시키지 못한 채 공천은 마무리됐다. 한 언론(중앙일보)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지역구 공천 대상 250여 명 가운데 친박계는 130명 정도로 알려졌다. 비박(비박근혜)계는 100명 정도다. 나머지는 친이(친이명박)계와 친유승민계다.

    공천을 주도한 친박계 소장파는 당초 150명 대 80명 정도를 기획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련의 파문 끝에 현 구도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선거 결과 이들 가운데 어느 계파가 얼마나 생환할지는 불확실하다. 대략 현 의석을 기준으로 한다면 친박계 100명, 친이계와 친유승민계 포함 비박계 60명 정도가 아닐까 추산해본다. 전체의 3분의 2가 친박계라는 의미다. 지난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문 당시 언론이 분석한 바로는 새누리당 내 친박계는 대략 60명 선이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비중이 높아졌다.



    # 전체 판세

    이런 공천 결과가 총선 본선 판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윤상현 의원의 녹취록 파문 여파가 꽤 클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윤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만회의 수다. 하지만 약체 후보를 윤 의원 지역에 공천함으로써 점수를 다시 잃고 말았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역시 사실상 압박해 탈당케 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가 막판에 무공천 카드를 꺼내 유승민 의원을 사실상 살려주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일부 만회를 했다. 그래도 진박 공천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히 작용할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180석 내지 200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봐야 한다. 다행히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역시 만만치 않은 공천 내홍을 보인 까닭에 상쇄 효과는 상당히 발현되고 있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은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녹취록 파문만큼이나 악재였다. 국민의당 공천 과정은 상대적으로 관심 밖에 있었던 까닭에 비난 여론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막판 도끼시위와 비례대표 친안철수계 공천 파동은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래도 새누리당이 아직까지 유리한 것은 야권분열 때문이다. 야권연대가 이뤄지더라도 부분 연대, 곧 후보단일화 차원에서 그친다면 그래도 새누리당은 선전할 수 있을 것이다.


    # 총선 이후

    총선 이후 박 대통령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선거 결과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이다. 위 3가지 경우의 수라는 관점에서 검토해보면 다음과 같다.  

    권력 누수 △ : 20대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설령 200석을 확보하더라도 박 대통령의 권력 누수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임무 완수 × : 진박 국회의원이 대거 탄생하고 당내는 물론 원내에서 이들이 맹활약을 펼치더라도 경제활성화와 4대 개혁에서 당장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간적 제약 때문이다.

    50년 보수 ◯ : 개헌을 한다면 보수 장기집권은 훨씬 더 수월해질 터다. 박 대통령 역시 국회의원 신분을 다시 얻어 총리가 될 기회도 생길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