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전성기 맞은 PGA투어 한국 맏형 이경훈

[김종석의 인사이드 그린] 바이런 넬슨 2연패하고 최근 귀국, 내년 메이저대회 톱10 진입 목표

  •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전성기 맞은 PGA투어 한국 맏형 이경훈

이경훈. [사진 제공 · CJ]

이경훈. [사진 제공 · CJ]

어느새 그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가운데 맏형이 됐다. 후배들을 이끌며 올해 최고 성적으로 전성기를 맞은 이경훈(31·CJ대한통운)이다. 연말을 맞아 최근 귀국한 이경훈은 “감사한 일이 참 많은 한 해였다. 아쉬움이 없는 시즌이다. 목표를 많이 이뤘다”며 쉼 없이 달려온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이경훈의 2022년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처음’으로 정리할 수 있다. 5월 AT&T 바이런 넬슨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는데, PGA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8월에는 ‘왕중왕전’으로 불리는 시즌 마지막 대회 투어챔피언십에 첫 출전했다. 9월 미국팀과 유럽을 제외한 인터내셔널팀의 단체 대결인 프레지던츠컵에 데뷔하기도 했다. 이런 활약으로 세계 랭킹을 역대 자신의 최고인 33위(12월 2일 현재 37위)까지 끌어올렸다. 2021~2022시즌 상금도 334만7180달러(약 44억2000만 원)를 벌어 랭킹 30위로 마쳤다.

AT&T 바이런 넬슨 2년 연속 우승

이경훈이 올해 5월 AT&T 바이런 넬슨에서 2년 연속 우승한 뒤 가족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 CJ]

이경훈이 올해 5월 AT&T 바이런 넬슨에서 2년 연속 우승한 뒤 가족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 CJ]

많은 성과 가운데 그는 AT&T 바이런 넬슨 2연패를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몰아쳐 최종 합계 26언더파 262타로 간판스타 조던 스피스(미국)를 1타 차로 제치는 역전 우승 드라마를 쓴 뒤 아내, 딸과 감격을 나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PGA투어 80번째 도전 끝에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타이틀 방어로 각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이경훈의 대회 2연패는 현지에서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 1944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2연패 이상 달성한 선수는 샘 스니드(1957·1958), 잭 니클라우스(1970·1971), 톰 왓슨(1978~1980) 등 4명에 불과하다. 골프 역사를 빛낸 스니드, 니클라우스, 왓슨 등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앞서 4월 대회에서 3연속 컷 탈락이라는 부진에 빠졌던 이경훈은 캐디와 스윙코치를 바꾸고 일자형 퍼터 대신 투볼 퍼터로 교체한 끝에 분위기 반전을 이뤘다. 이경훈이 설명한 당시 상황이다.



“초반에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스윙도 바꿔보려 했죠. 몸에 익숙하지 않아 결과가 나쁘더라고요. 기본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게 효과를 봤어요. 어드레스와 그립을 조금 교정해 적응했습니다.”

‘별들의 전쟁’이라는 프레지던츠컵 출전도 소중한 경험이 됐다. 이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4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했다. 이경훈은 김시우(27), 임성재(24), 김주형(20)과 호흡을 맞췄다.

한국 선수 4명은 인터내셔널팀이 따낸 12.5점 가운데 절반인 6.25점을 합작해 탄탄한 실력을 과시했다. 이경훈도 마지막 날 싱글 매치에서 지난 시즌 메모리얼 토너먼트 우승자 빌리 호셜을 3홀 차로 따돌리며 1승 1패를 기록했다. 비록 인터내셔널팀이 미국팀에 패하긴 했지만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대회 기간 내내 큰 인상을 남겼다.

이경훈은 “과거 일본투어와 PGA 2부 투어에서 칠 때만 해도 많이 어렸다. PGA투어에 처음 왔을 당시 위에 형들이 많았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젠 최고참이 됐다”며 웃었다.

한국 골프는 국제무대에서 ‘남저여고’ 현상이 심했다. 한국 여자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최강 실력을 발휘한 반면, 남자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이경훈을 비롯해 PGA투어 한국 선수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면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올해 LPGA투어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16개 대회 연속 무관에 그치며 하강 곡선을 그렸다. 이경훈은 한국 선수들의 PGA투어 선전을 누구보다 반겼다.

“한국 선수들이 매 대회마다 상위권에 올라갈 만큼 잘하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한국 골프가 강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LPGA투어처럼 (한국 선수들이) 휩쓸 시간이 온 것 같다고도 하더라고요. 인기와 관심이 높아졌어요.”

초6 때 외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골프 인연

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4총사. 이경훈, 김시우, 김주형, 임성재(왼쪽부터). [김주형 인스타그램]

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4총사. 이경훈, 김시우, 김주형, 임성재(왼쪽부터). [김주형 인스타그램]

어릴 적 체격이 당당해 투포환이나 역도선수 권유를 받았던 이경훈은 초교 6학년 때 외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주니어 시절 유망주로 국가대표에 뽑힌 그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2015년과 2016년 국내 최고 권위 메이저대회인 코오롱 한국오픈을 2년 연속 우승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고 해외 진출에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일본투어에서도 우승한 그는 2016년 야망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갔으나 2부 투어를 전전하며 ‘눈물 젖은 빵’을 먹기도 했다. 15개 대회에 출전해 600만 원도 안 되는 상금을 벌며 좌절했다. 호텔방에서 야식으로 컵라면에 즉석밥만 먹다 보니 체중이 7㎏ 넘게 찌기도 했다. 싸구려 호텔에 머물다 벌레에 물려 고생한 적도 있다.

힘들어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2018년 유주연 씨와 결혼한 뒤 일이 술술 풀렸다. 2019년 PGA투어에 입성한 이후 첫 승을 신고하는 기쁨을 누렸다. 아내 유 씨와 줄곧 투어를 동행한 이경훈은 지난해 7월 딸을 얻었다. 그는 “딸이 복덩이인 것 같다. 감사한 일도 무척 많았다. 가족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경훈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결혼은 골프 인생에서 중요한 전기가 됐다. 그래서인지 후배들을 향한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김시우와 임성재는 12월 서울에서 각각 결혼할 계획. 임성재는 미국 뉴욕대 음대를 졸업한 예비신부와 혼례를 치른다. 김시우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에서 통산 7승을 올린 오지현(26)과 화촉을 밝힌다.

김시우, 임성재는 코로나19 사태로 1년 연기돼 내년 개최될 예정인 중국 항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한다. 프로 선수 2명과 아마추어 선수 2명이 출전하게 돼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경훈은 “결혼 후 마음이 편해졌다. 딸이 16개월인데 무척 예쁘다. 애 보는 맛에 산다. 후배들도 결혼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군대 문제는 중요하다. 후배들이 메달을 따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PGA투어 2022~2023시즌은 9월 이미 막을 올렸다. 새로운 시즌에 이경훈은 4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없이 더 씨제이컵(CJ컵)에서는 3위에 이름을 올리는 안정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시즌 초반 상금 랭킹은 28위(80만87달러·약 10억5770만 원).

공식 대회 일정이 없는 11월 말 가족과 제주, 강화도 등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낸 이경훈은 내년 1월 본격적인 시즌 재개를 앞두고 새로운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한 계단 올라서기 위해 무엇보다 정교한 퍼트를 강조했다. 올 시즌 PGA투어에서 이경훈은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02.8야드(76위)에, 페어웨이 안착률은 69.55%로 25위에 올랐다. 그린 적중률은 74.31%로 15위에 랭크될 만큼 정상급 아이언 실력을 갖췄다. 다만 퍼트 성공률 향상이 과제다.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가 29개로 120위다. 홀당 평균 퍼트 수는 1.611개(120위)다. 1~4라운드를 비교해보면 마지막 4라운드 평균 퍼트 수가 29.75개로 149위다. 이경훈은 “결국 퍼트가 스코어를 결정짓는다. 특히 1~3m 퍼트 적중률을 높여야 한다. 퍼트할 때 스피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교한 퍼트 맹연습

그는 며칠 전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퍼트 전문 지도자 스티븐 스위니(미국) 코치에게 레슨을 받고 셋업 자세를 교정했다.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보다 낮아 롱 퍼트를 할 때 공이 들려 맞아 거리 조절에 애를 먹는 단점을 지적받은 뒤 양쪽 어깨를 지면과 평행하게 바꾼 것이다.

한국 선수의 PGA투어 진출을 돕는 심원석 JR 사우스베이 골프 대표는 “이경훈은 우승 후에도 겸손하게 배움을 추구하고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또 성실한 선수라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이경훈을 후원하는 CJ 스포츠마케팅의 김유상 상무는 “스스로 느끼는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려고 늘 노력하는 선수다. 때를 기다릴 줄 알고 또 계속 성장하고 있다. 오로지 골프만 생각해 오히려 다른 것들도 좀 하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칭찬했다.

이경훈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새해 목표로 그는 AT&T 바이런 넬슨 3년 연속 우승과 함께 메이저대회 톱10 진입을 꼽았다. 그는 메이저대회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명인열전’ 마스터스에는 올해 처음 출전했으나 컷 탈락했다. 메이저대회 개인 최고 순위는 올해 US오픈에서 거둔 공동 37위.

“메이저대회 코스는 까다롭기 때문에 욕심을 내면 힘들어요.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내년엔 꼭 10위 이내 성적을 내고 싶어요. 물론 우승이면 최고죠.”

오랜 기다림 끝에 꽃길에 올라선 이경훈. 그래서 그의 각오가 예사롭지 않다.

김종석 부장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아일보 스포츠부장을 역임한 골프 전문기자다. 1998년부터 골프를 담당했고 농구,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주요 종목을 두루 취재했다.





주간동아 1367호 (p56~58)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75

제 1375호

2023.02.03

“위험할 정도로 강력한 AI” 챗GPT 직접 사용해보니…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