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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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 호주머니 푼돈 찔러주려는 李·尹에 뿔났다

[이종훈의 政說] “선심성 공약 말고 근본적 대책 만들라”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12-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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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앞줄)가 2030 청년들로 꾸려진 공동선대위원장들과 함께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에 입장하고 있다(왼쪽 사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가 11월 2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및 청년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11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앞줄)가 2030 청년들로 꾸려진 공동선대위원장들과 함께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에 입장하고 있다(왼쪽 사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가 11월 2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및 청년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양당 대선후보의 청년 구애가 눈물겹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11월 28일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에 후보 직속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를 설치했다. 윤 후보는 “차기 정부를 맡으면 대통령실부터 모든 정부 부처에 청년 보좌역을 배치하겠다”며 “청년 보좌역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하고 필요한 정보도 공유하며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청년을 단순 정책 수혜자가 아닌, 국정 파트너이자 정책 기획자로 삼겠다는 의미다. 조만간 정부 부처로 ‘청년부’를 설치하겠다고 나설 기세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11월 24일 ‘청년 선대위’를 구성한 데 이어, 나흘 후 광주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만 18세 고교생을 선임했다. 이 후보는 광주 선대위 출범식에서 “2030세대에게 혹독한 세상을 물려줘 정말로 죄송하다”고도 말했다.

    “2030에 혹독한 세상 물려줘 죄송”

    청와대도 가세했다. 박수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은 11월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청년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뼈대를 세우고 청년정책을 제도화한 첫 정부”라고 평가했다. ‘청년기본법’을 제정해 청년 및 청년정책 개념을 법률로 명문화한 것 외에도 청년정책조정위원회출범, 청와대 청년비서관 신설 등을 이유도 들었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청년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화자찬하는 가운데 여당 대선후보는 청년에게 사과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이 후보가 청년 선대위를 구성하고 고교생을 광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 이유는 자명하다. 한때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적극 지지한 청년 표심이 이탈해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일자리정책 실패로 청년세대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들의 마음이 식었다. 청년들을 벼락거지에 만년 실직이라는 참혹한 처지로 몰아놓고는 청년을 살뜰하게 챙겼다고 주장한다. 유체이탈 화법이다. 청와대의 자화자찬이 또 다른 반발을 부르는 상황인 만큼 이 후보 역시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 상황은 국민의힘 안에서도 벌어진다. 청년세대의 열망이 반영돼 6월 11일 ‘이준석 대표체제’가 출범했다. “보수정당이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기대가 커졌고 청년세대의 입당 러시가 이어졌다. 당연히 청년세대에서 국민의힘 지지율도 상승했다. 이 대표는 이와 같은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다.




    부동산·일자리정책 실패로 직격탄

    이 대표가 청년세대를 오롯이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청년세대의 열망이 그를 통해 정치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두 거대 정당의 대선후보가 연일 떠들썩한 행보를 보이지만, 청년 공약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는 연간 200만 원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윤 후보는 저소득 청년에게 도약보장금으로 월 50만 원씩 최대 8개월까지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벼락거지가 된 그들의 호주머니에 푼돈 몇 푼 찔러주는 게 상상력의 전부인 듯하다.

    답답하다 느낀 탓일까. 청년세대가 직접 나섰다. 11월 14일 청년단체연합체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은 ‘분노의 깃발행동’ 행사를 개최했고, 1만7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 요구안’을 발송했다. 청년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참여연대를 비롯한 38개 청년·시민 사회단체가 11월 18일 ‘2022 대선청년네트워크’를 출범하기도 했다. 이들은 “각 당 대선후보가 경쟁적으로 청년을 외치며 ‘선심 쓰겠다’고 말하는 정치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경선 때 주장한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공약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를 포함한 14개 소프트웨어 관련 단체가 11월 26일 ‘100만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건의하면서다. 이 후보는 이 건의에 대해 “디지털 전환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라며 “기회를 살리기 위해 디지털 인재 양성에 힘을 쏟겠다”고 응답했다. 윤 후보 캠프 역시 “매우 공감한다”며 관련 공약 발표를 예고했다. 두 후보 모두 공감을 표했지만 내용을 잘 아는 눈치는 아니다. 최근까지 두 후보가 발표한 비전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청년세대의 심정은 어떨까. 비전이 부재해도 청년보좌역 몇 자리 던져주면 만족할까. 공동선대위원장에 고교생을 임명한 것에 감동받을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청년은 근본적 해법을 원한다는 것이다. 선심성 공약 몇 가지로 자신들이 당면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직접 정치에 참여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나선 이유다.

    기성세대로서, 또 정치평론가로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하나다. 대선보다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집중하라! 지방선거에 적극 출마해 풀뿌리부터 바꿔나가라는 의미다. 비전 없는 대선후보를 붙들고 우격다짐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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