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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켜는 드릴게” 이재명-윤석열, 지지 속 경고 읽으라

[이종훈의 政說] 알면서도 속아주는 국민, 성과 못 내면 값비싼 청구서 내밀어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시켜는 드릴게” 이재명-윤석열, 지지 속 경고 읽으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동아DB]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동아DB]

“우리 국민은 참 잔인한 것 같다.”

얼마 전 지인이 대화 중 한 말이다. 좋다고 선출한 대통령도 내칠 땐 가차 없다는 지적이다. 맞다. 우리 국민은 매몰차다. 온갖 의혹에도 끝내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그때는 의혹도 문제 삼지 않을 기세다. 일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반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는 과거 의혹까지 남김없이 끄집어내 응징한다.

“의혹 사실이어도 상관없다”는 국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경선 과정에서 다스(DAS) 의혹을 담은 ‘이명박 X파일’이 돌았고, 본선 내내 논란이었다. 국민은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가 아니라고 믿었기에 선출했을까. 당시 국민 대다수는 다스가 설령 이 전 대통령 소유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선 과정에서부터 최태민 일가와 관련된 의혹을 담은 ‘박근혜 X파일’이 나왔고, 본선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의혹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 당시 국민의 정서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내쳐졌다. 국민 모두가 대통령 선출 당시부터 알고 있던 그 의혹들 탓에 결국 처벌이 내려졌다.

최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장동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다. 검찰 조사까지 들어간 상태다.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까지 구속됐다.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이 최측근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 덕분에 벼락출세했다. 최측근이 아니라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앉다. 오히려 이를 자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측근인데 최측근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결국 뭔가를 숨기려는 의도라는 추정이다.

그럼에도 이 지사의 당내 경선 득표율에는 영향이 없다. 적어도 핵심 지지층 대다수는 설령 대장동 의혹이 사실이더라도 관계없다고 본다. 부차적 또는 지엽적 문제로 보는 것이다. 당연히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내부총질이 눈에 거슬릴 것이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논란이다. 이전에 유포된 ‘윤석열 X파일’도 있지만 윤 전 총장의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는 큰 변동이 없다. 이것도 같은 이유로 봐야 한다. 설령 의혹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관계없다고 보는 보수 지지층이 적잖다는 방증이다.

국민의힘 경선도 민주당 경선처럼 의혹을 끝내 외면하는 방향으로 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를 돌이켜 대입해보면 그렇게 흘러갈 개연성이 없지 않다. 국민의 선택 성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첫째, ‘위험 강행(risk taking)’이다. 실패할 위험이 크지만 성공하면 이득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성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시 국민이 선택한 결정적 변수는 하나다. ‘한강의 기적’ 재연이다. 고도성장을 다시 한 번 일으켜달라는 주문이다.

진보 지지층이 이 지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진보 정체성의 관철’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만으로는 진보적 가치를 사회 전반에 착근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윤 전 총장의 경우 보수 지지층이 기대하는 것은 ‘신(新)적폐 청소’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뤄진 진보 기득권 세력의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것 하나만 잘해낼 수 있다면 나머지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선택 성향이 이번에도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경고 효과’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나면, 대통령이 된 후에는 경계를 할 것이라는 기대다. 어차피 완벽한 인간은 없다. 흠결이 별로 없어 기고만장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흠결이 다소 있더라도 이를 조심하면서 직을 수행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 내리는 성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자신 없으면 자진 하차하라

한국 대통령제를 흔히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한다. 그만큼 강력한 권력을 갖는다. 국민이 아무런 통제 수단을 갖지 못한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의 흠결은 국민 입장에서는 타고 갈 말에 물리는 일종의 재갈과 같다. 말이 함부로 날뛸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다.

일본은 국가 수장 선출 방식이 한국과 다르다. 파벌 수장이 국민 의사와 무관하게 후계자로 신임 총리를 지명하고 중의원과 참의원이 지명선거를 하는 내각제 방식이다. 한국 국민이 내각제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통령은 내 손으로 직접 뽑아야겠다는 의식이 강해서다.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지만 자신의 뜻과 다르게 갈 경우 언제라도 내칠 수 있는 약점을 쥐고 있겠다는 생각 역시 갖고 있을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이를 자각해야 한다. 적당히 둘러댄다고 곧이곧대로 들을 국민이 아니다. 국민이 뻔히 알면서도 속아준다면, 거기에는 그 나름 노림수가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온갖 의혹에도 선출됐을 때는 언제라도 내쳐질 수 있다는 점도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한다.

전직 대통령들의 비극적 결말을 수없이 봤으면서도 대선후보에 나설 때는 잘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을 것이다.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겠다는 결심도 당연히 있겠지만 일단 대통령직에 오르면 각종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다. 유혹을 떨쳐낼 자신이 없다면, 또는 국민에게 내쳐질 때 현재 불거진 의혹으로 처벌받을 것이 두렵다면 지금이라도 포기하기를 권한다. 그것이 나라를 구하고 스스로를 위하는 길이다.





주간동아 1309호 (p10~11)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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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11호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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