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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물가 2~3배↑… 고단한 추석 될 듯”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 “봉쇄·고립으로 붕괴할 체제 아니다”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북한 물가 2~3배↑… 고단한 추석 될 듯”

2019년 5월 북한 양강도 장마당 모습. [동아DB]

2019년 5월 북한 양강도 장마당 모습. [동아DB]

“최근 북한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어렵다’는 말만 하더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와 대북제재로 북한 주민의 살림살이와 정서가 모두 위축됐다. 경제사정과 외부환경이 좋을 땐 정치 얘기도 곧잘 하며 변화된 사회상을 기대했다. 북한 주민에게 고단한 추석이 될 듯하다.”

북한의 올해 추석 풍경은 어떨까.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은 “식량 값이 2~3배 가까이 뛴 탓에 북한 주민의 생활고가 더 심해질 듯하다. 2015년 이후 당장 먹고사는 걱정은 해결한 북한 사회가 다시 과거로 되돌아갈 조짐을 보인다”고 짚었다. 1993년 탈북한 김 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탈북민 최초로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냈다. 이론·현장에 두루 능통한 북한 전문가다. 김 소장에게 추석을 앞둔 북한 사회·경제 상황을 물었다.

북한 물가가 올랐다?

“최근 소식통을 통해 알아보니 북한에서 유통되는 휘발유 가격이 2019년과 비교해 4배가량 올랐다더라. 1L에 2달러 정도 하던 것이 8달러가 됐으니 상당히 비싸진 것이다(표 참조). 북한이 수입할 수 있는 석유량은 매우 제한적이다. 밀수하려 해도 단가가 높으니 여의치 않다. (북한에서) 직접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은 소수니까 당장 티는 안 나겠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불만이 커질 것이다. 상당수 식재료 값도 2~3배 뛰었다고 한다.”

북한 휘발유 값 韓 5배 이상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 [조영철 기자]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 [조영철 기자]

한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L당 1642.25원(9월 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기준), 약 1.41달러다. 단순비교해도 한국보다 5배는 높은 가격이다.

경제난을 겪은 지 오래되지 않았나.

“2015년 전후로 북한에서 먹거리 걱정은 거의 사라졌다. 시장을 활성화하면서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됐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겸 국무위원회 위원장) 집권 당시에도 경제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던 북한이 코로나19 봉쇄와 국제사회 제재로 다시 생존의 갈림길에 놓였다. 물론 북한 가계는 한국처럼 합리적·계획적으로 꾸려지지 않는다. ‘생기면 먹고 안 생기면 말고’ 식이다. 고정된 급여로 살림살이하는 것이 아니라, 물물을 교환하거나 작물 경작에 의존한다. 다만 시장물가 상승이 생계에 당장 직격탄은 아니어도 위기가 장기화하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도 추석은 설날과 함께 주요 명절이다. 북한의 최대 국경일 ‘태양절’과 ‘광명성절’(각각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일)만은 못해도 주민들은 추석 명절을 중시한다. 김 소장에게 북한 추석 풍경을 묻자 “온 가족이 모여 차례 지내는 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북한에서도 차례를 지내나.

“당 간부 정도 되는 사람은 차례 지내기를 꺼려하기도 한다. 당국도 ‘혁명적 생활기풍에 맞지 않는다’며 장려하지 않지만 전통을 없애진 못했다. 잘사는 사람은 명절 차례 외에도 한 해 여러 차례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부모가 돌아가신 날과 생일 제사, 추석과 청명을 챙기는 식이다. 살림살이가 어렵거나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적어도 추석엔 조상 묘를 돌보고 차례를 지내는 것이 보통이다. 북한은 유교 기풍 탓에 남존여비가 심하다. 차례나 제사 때 남자 먼저 절하고 여자는 그다음 차례다. 지방은 대개 한글로, 일부 전통을 중시하는 집안은 한자로 쓴다.”

제수용품 마련이 어려울 텐데.

“그래서 제수용품을 수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가령 생선전으로 쓸 명태를 구할 기회가 있으면 일단 챙겨놓고 보는 식이다. 원래 음식은 모두 집에서 마련했는데, 최근엔 가게에서 떡이나 지짐 등을 많이 맞춘다고 한다. 시장 활성화로 돈만 있으면 물건을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엔 다시 경제 사정이 악화돼 제수용품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 당국도 ‘추석 밥상 민심’에 민감하지 않나.

“북한도 명절 때 가족이 모이면 정치 얘기를 한다. 지금 같은 경제상황이 계속되면 (주민들이) 정권에 우호적이기 힘들다. 그렇기에 당국도 민심 동향을 살핀다. 북한 주민은 이미 5~6년 배불리 먹어봤다. 다시 배고파지면 고민이 많아진다. 지금 북한 경제는 중국 지원으로 유지되는 듯하다. 7월 중국에서 북한으로 식량 등 각종 물자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 문제는 중국도 언제까지 공짜로 북한을 돕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자 지원 과정에서 일부 중국인이 북한 주민을 업신여겨 감정의 골도 생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해외 주재원 얘기를 들어보니, 중국 사람을 아주 상스럽게 욕하더라. 얻어먹더라도 경멸당하면 자존심이 몹시 상하기 마련 아닌가. 북한도 이런 상황을 계속 이어가진 못할 것이다.”

“나은 삶 향한 욕구가 변화 동력”

당분간 북한 경제의 숨통이 트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나섰지만, 미국은 “북한 이웃국가들과 외교로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대북제재의 실질적 효과는 없다고 본다. 봉쇄·고립으로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은 어렵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모든 변화는 차고 넘칠 때 가능하다. 빈곤과 결핍 속에서 사람은 변화보다 생존 자체에 골몰하기 마련이다. 고립이 심화할수록 북한 체제는 더 지속 가능해진다. 대북제재가 계속되면 일반 주민만 더 고통스러워진다. 반면 지배계층이 배곯을 일은 없다. 외부와 교류·협력을 하는 가운데 북한 내부 요구에 따라 체제가 점진적으로 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은 떡을 먹으면 고기를 원한다. 고기 먹고 나면 생선도 먹어보고 싶다. 좀 더 나은 삶을 살려는 북한 주민의 욕구가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주간동아 1306호 (p4~5)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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