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3

2021.04.02

“버블 뉴노멀 시대, 금리인상 본격화하면 주식 팔 준비해야”

한상완 2.1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경기민감주로 갈아타고 부동산 빚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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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04-0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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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완 2.1지속가능연구소 소장.  [조영철 기자]

    한상완 2.1지속가능연구소 소장. [조영철 기자]

    “주식시장에서 먹을 건 먹되, 슬슬 도망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빚내서 집 샀다면 최대한 부채를 줄여 몸을 가볍게 하고요. 버블 붕괴에 대비해 ‘경제적 방공호’를 마련할 때입니다.” 

    코로나19발(發) 실물경제 침체에도 주식·부동산 시장은 기묘한 활황을 띤다. 한상완(60) 2.1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은 역사상 최악의 경제 버블 붕괴를 경고했다. 그는 미국 뉴욕시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대경제연구원 대표를 지낸 경제 전문가다. 최근 저서 ‘트리플 버블: 최악의 버블 붕괴 그리고 기회’(공저)를 냈다. 소비 폭증·원자재 슈퍼 사이클·미국 재정정책 등 3가지 요인으로 경제 거품이 무너진다는 전망이 뼈대다. 버블 붕괴가 일어난다면 투자 활로는 무엇인지, 한 소장을 직접 만나 물었다.


    코로나19에 억눌린 소비 여력

    코로나19 극복은 경제에 호재 아닌가. 

    “그렇다. 코로가19가 극복되면 당장 경기가 살아날 것이다. 그동안 사람들이 소비생활을 제대로 못 했다. 마땅히 돈 쓸 곳이 없으니 저축률이 높아졌다. 미국의 가계 평균 저축률을 역사적으로 추산하면 5%가량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저축률은 17%까지 늘었다 현재 10% 안팎이다. 소비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문제는 억눌린 소비가 어느 순간 확 늘면 공급대란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팬데믹 상황에서 심화된 버블이 더 커진다.” 

    팬데믹으로 버블이 생겼다? 

    “처음엔 코로나19가 어떤 질병이고 얼마나 지속될지 불확실했다. 그러다 각국이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섰고 백신 접종도 시작됐다. 예측 가능한 리스크(risk)가 된 것이다. 세계경제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끝이 보인다. 시장은 일찌감치 터널 끝 보이는 빛을 보고 반응했다. 당장 실물경제는 죽었지만 주식과 부동산시장에 막대한 돈이 풀렸다. 팬데믹 후 경기가 선(先)반영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버블이 됐다.” 

    기우 아닌가.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 버블 붕괴 징후다. 지난해 말부터 가시화한 원자재 가격 오름세는 6개월가량 지난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재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물가가 더 뛴다. ‘슈퍼 사이클’(super cycle: 강력한 가격 상승세)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금리를 인상할 듯한데. 

    “당장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은 금리인상 압박에 직면할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블 붕괴를 야기할 삼각파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 소장은 “버블 형성과 붕괴를 잘 이해하려면 세계경제를 거시적으로 복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라는 일시적 현상뿐 아니라,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의 근본적 변화가 버블 경제 사이클을 만들었다”며 다음과 같이 짚었다. 

    “1990년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대거 외환위기를 겪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주요 원인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미국의 ‘닷컴버블’과 한국의 ‘카드대란’ 등 위기는 계속됐다. 세계 각국은 ‘현대통화이론’(국가가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를 적극 발행해야 한다는 이론)에 따라 돈을 풀어 대응했다. 말하자면 환자에게 모르핀을 계속 투여해 소생시키는 방법이다. 그 결과가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다. 경기 사이클 자체가 버블 형성·붕괴의 연속이 됐다.”


    “한국 경제가 받을 충격, 특히 더 심각”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상의 충격이 올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국 경제가 받을 충격이 다른 나라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도 함께 침체할 것이라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겐 더 악재다. 1990년대부터 신자유주의 기조에 따라 경제 글로벌화가 본격화됐다. 세계 경제·금융이 하나로 묶인 것이다. 과거엔 각국 경기의 호황·불황이 제각각이었다. 가령 선진국 경제에 악재가 닥쳐도 후진국은 호경기일 수 있었다. 이제는 그럴 가능성도 낮다.” 

    한국 경제가 받을 충격이 유난히 큰 이유는? 

    “미국과 유럽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호된 구조조정을 겪었다. 덕분에 부채를 줄일 수 있었다. 당시 한국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을 한 상태였다. 그래서 미국, 유럽보다 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 한국은 20년 동안 쌓인 가계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버블의 생성·붕괴 모두 가계 경제에서 시작된다. 현재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심각한 상황이다(그래프 참조).” 

    트리플 버블 붕괴 속 한국 투자자들의 활로는 무엇일까. 한 소장은 “이번 버블 붕괴도 부동산시장부터 타격할 것이다. 과열된 국내 부동산시장이 특히 위험하다”며 “‘영끌’로 무리하게 내 집 마련에 나섰다면 부채를 최대한 줄여 금리인상과 주택 가격 급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투자의 출구 전략은 무엇인가.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시장 외적 변수가 커져 예단하기는 어렵다. 만약 3기 신도시 건설이 취소될 경우 공급 축소로 매수가 조금 살아날 수는 있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부동산시장은 진작에 ‘상투’를 찍었다. 무리한 부동산 투자를 삼가야 한다. 집을 사면서 생긴 부채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웬만큼 수익을 냈다면 미련 없이 팔고, 여유 자금을 부채 상환에 써야 한다. 특히 문제는 이른바 ‘영끌’해 집을 산 젊은 세대다. 부모 ‘찬스’는 물론, 제2금융권 대출까지 받은 경우가 적잖다. 자금 사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빨리 빚을 정리해야 한다.” 

    주식시장 전망은 어떤가. 

    “주식으로는 당분간 어느 정도 수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곧 경기민감주(제조업 등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의 시간이 온다. 이제 주식시장은 금융장세(실물경기와 무관하게 금리하락에 따라 주가가 오르는 장세)가 끝나고 실적장세(실물경기 호조로 주가가 오르는 장세)다. 당장 실적을 내는 기업 종목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떨어진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주목받은 성장주(현재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는 당분간 이전의 고점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단순 기대감을 넘어 실제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개인투자자가 무엇이 옥이고 돌인지 판단하기란 어렵다. 속 편히 성장주를 팔고 경기민감주로 갈아타면 된다. 그러다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 슬슬 주식 팔 준비를 하면 된다.”


    “위기는 곧 기회”

    그렇다면 재테크 시대는 끝나는 것일까. 한 소장은 “위기는 곧 기회다. 준비하지 않은 99%에게는 파국이겠지만 버블 사이클을 정확히 읽은 1%는 더 많은 부를 쌓을 호재”라며 ‘버블 뉴노멀’ 시대의 투자 방식을 짚었다. 

    어떤 주식 종목에 투자해야 할까. 

    “앞으로 주식투자의 핵심은 종목이 아니라 흐름이다. 세계경제와 산업, 주식시장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예로 들어보자. 경제 버블이 커지면서 주식시장 자체가 호황이었다. 어지간한 주식 종목을 사면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2배 정도 수익을 누리지 않았나. 각 종목의 성장 가능성과 위험성도 면밀히 살피되 ‘마켓 타이밍(market timing)’에 주목해야 한다.” 

    시장 혼란으로 내 집 마련은 더 요원해 보인다. 

    “물론 당장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큰 혼란이 올 것이다. 다만 버블 크기, 붕괴에 따른 충격이 커졌을 뿐 부동산 가격 등락은 이미 겪은 사이클이다. 국내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2013년, 내 조언을 따른 지인들이 수도권 아파트를 3억 원에 매입했다. 지금은 10억 원을 넘었다. 경제 흐름을 잡으면 위기에서 기회를 읽고 기회에서 위기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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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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