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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홍준표 주호영… ‘금배지 제조소’ 사법연수원 14기

국회의원 14명, 검찰총장 2명, 대법관 2명, 헌법재판관 3명 배출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추미애 홍준표 주호영… ‘금배지 제조소’ 사법연수원 14기

사법연수원 14기 당대표 3총사 추미애·홍준표·주호영. [동아DB]

사법연수원 14기 당대표 3총사 추미애·홍준표·주호영. [동아DB]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퇴진 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추 장관을 비롯한 사법연수원 14기 출신이 덩달아 조명 받고 있다. 사법연수원 14기는 일찌감치 법조계에서 ‘금배지 제조소’로 불려왔다. 법조인 경력을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한 인물이 유독 많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현 무소속), 정종섭 전 미래통합당 의원(전 행정자치부 장관), 홍일표 전 미래통합당 의원, 신기남 전 민주당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이 14명에 달한다. 

검찰에서는 두 기수에 한 명도 나오기 어렵다는 검찰총장이 두 명이나 나왔다. 김진태·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주인공이다. 대법관 2명(이기택 현 대법관, 권순일 전 대법관), 헌법재판관 3명(이석태 현 헌법재판관, 강일원·안창호 전 헌법재판관)도 배출했다. 

또한 김창보 서울고등법원장, 최상열 광주고등법원장, 조경란 특허법원장이 있으며,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여럿이다. ‘별장 성접대’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2심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도 연수원 14기다.

한때 3당 대표가 모두 14기

사법연수원 14기는 전체 인원이 309명이다. 앞서 13기 때 사법시험(1981년) 정원이 처음으로 300명을 돌파했다. 어느 조직이든 해당 기수마다 ‘특이점’이 있게 마련인데, 연수원 14기 중에는 유독 ‘튀는’ 행보를 보이는 이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3당 대표가 모두 연수원 14기 출신이었다.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한국당 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이 연수원 동기라는 점을 앞세우면서 “여야 협치”를 외치기도 했다. 

추미애 장관은 직설적 화법과 불도저 스타일의 추진력으로 ‘추다르크’라는 별칭을 지녔다. 법무부 장관 취임 후에는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검찰개혁이란 명분하에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주도했으나 결국 무산됐고, 이로써 “법치주의마저 훼손했다”는 오명을 안게 됐다. 

1958년 대구에서 태어난 추 장관은 한양대 법학과 졸업 후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가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 ‘여성 첫 지역구 5선 의원’으로 활약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지내면서 ‘대구경북(TK) 출신의 첫 여성 당대표’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직설적인 스타일로는 홍준표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홍 의원은 1995년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에 등장하는 검사의 실존인물로 알려지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신한국당)으로 당선됐다. 2014년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데 이어 19대 대통령 선거에 한국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었다. 정치 연륜이 쌓일수록 ‘막말’ ‘독고다이’ 등의 부정적 이미지도 강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치른 2017년 대선에 후보로 출마했을 때 ‘막말 논란’이 극에 달했다. 작고한 장인을 유세 중 ‘영감탱이’로 칭했다가 ‘패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김형오 공관위원장으로부터 ‘총선에 출마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고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해 우여곡절 끝에 당선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홍준표 의원과 같은 시기에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다. 주 원내대표 역시 5선 의원으로, 2004년부터 4번 연달아 대구 수성구을을 지역구로 삼았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수성구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2020년 12월 18일 주 대표는 정기국회 기간 동안 공수처법 개정안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 주요 쟁점 법안과 관련해 “180석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저지하지 못했다”며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같은 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재신임됐다. 

추 장관은 연수원 시절 같은 3반이었던 홍준표 의원보다 옆 반(1반)이었던 주호영 대표와 더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연수원은 6개 반으로 이뤄져 있었다. 주 대표가 앞장서 만들고 김 전 총장이 회장을 맡은 14기 불교모임에 추 장관도 열심히 참여했다고 한다. 불교모임 회원들은 매달 관광버스를 대절해 경남 합천 해인사, 경북 김천 직지사 등 전국의 사찰을 순례하고 다녔는데, 추 장관 역시 매번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고 한다. 14기 출신 한 변호사는 “당시 추 장관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재수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다른 동기들에 비해 나이가 어렸다. 여자 연수원생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는데도 불교 모임에 열심히 쫓아다니는 등 열의가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추 장관과 주 대표는 국회의원이 된 후 국회 내 불교 모임인 정각회에서 다시 만났다. 추 장관은 현재 정각회 활동을 하지 않지만, 주 대표는 국회에서 소문난 불교신자로 정각회 회장을 맡은 데 이어 지금도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추 장관과 홍준표 의원은 같은 대구 출신에 연수원 반도 같았지만 당시 잘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14기 출신 한 변호사는 “그때만 해도 연수원이 총 4반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처음 6개월은 다 같이 모여 수업을 듣고 그 다음엔 각자 법원, 검찰, 변호사 사무실로 흩어져서 1년간 실무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연수원으로 돌아와 6개월간 수업 및 시험을 치렀다”며 “인원이 많은 데다 같이 생활한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같은 반이라고 해도 얼굴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대법관 수두룩

채동욱·김진태 전 검찰총장. [동아DB]

채동욱·김진태 전 검찰총장. [동아DB]

연수원 14기는 검찰총장도 두 명이나 배출했다. 2013년 4월 취임한 채동욱 전 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6개월 만에 낙마하자 동기인 김진태 전 총장이 후임으로 선임됐다. 채 전 총장은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 출신으로, 2002년 이명재 총장 이후 11년 만에 공안검사들을 제치고 검찰총장 자리를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대전고검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에는 이른바 ‘스폰서 검사’ 추문의 실체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전·현직 검사들을 상대로 한 조사를 지휘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처음으로 외부인사로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검찰총장에 임명됐으나 개인사가 불거지며 낙마했다. 김진태 전 총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고, 한보그룹 비리,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홍업 씨 비리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았다. 

법관 중에는 권순일, 이기택 판사가 대법관이 됐다. 권 전 대법관은 2014년 대법관 자리에 올라 2020년 9월 퇴임했다. 권 전 대법관보다 1년 늦게 대법관이 된 이기택 대법관은 올해 9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2014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법관에 임명됐고, 2017년 제20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2015년 “변호사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주심을 맡아 법조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으며 가수 조영남의 대작 사건 때도 주심으로 활약했다. 

이기택 대법관은 민법, 민사소송법, 민사집행법의 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또 특허,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 사건에도 정통한 인물이다. 2005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는 2003년 11월 이후 중단된 ‘인혁당 재건위원회’ 관련 재심사건 심리에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려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에 기여했다는 평을 들었다 

변호사 중에는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낸 행정소송에서 변호를 맡은 이석웅 변호사가 연수원 14기다. 2020년 11월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당분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냈을 때 윤 총장의 연수원 동기인 이완규 변호사와 함께 이석웅 변호사가 선임됐다. 판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윤 총장의 충암고 선배이자 서울대 법대 선배다. 서울민사지법, 서울지법 동부지원, 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춘천지법 강릉지원, 서울서부지법, 서울중앙지법에서 부장판사를 지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장을 끝으로 2007년 판사 생활을 마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횡령· 뇌물 등 형사소송 대리를 맡은 강훈 변호사도 연수원 14기다. 강 변호사는 1998년 판사 생활을 하다 퇴직하고 법무법인 바른을 세워 대형 로펌으로 키웠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인연으로 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로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2018년 바른에서 나왔다. 현재는 법무법인 열림의 대표다.

“동기애 끈끈하진 않아”

사법연수원 14기들은 여느 기수에 비해 그 면면이 화려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특정 기수의 색깔로 일반화시키는 건 무리가 있다. 윤석열 총장과 연수원 동기(23기)인 김영종 변호사(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는 “연수원 교육은 어느 기수나 같기 때문에 기수의 문제라기보다는 개개인의 성향 차이”라며 “14기 중에 다소 거칠고 쇼맨십이 강한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이석웅 변호사처럼 후배들 사이에서 인품 좋기로 소문난 분들도 많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의 박모 변호사(연수원 13기)는 추미애 장관의 판사 시절 일화 등을 풀어놓으며 “14기들이 처음부터 튀긴 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추 장관은 판사 초임 때부터 성격이 강해 조직 문화에 잘 흡수되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다”며 “제13대 대통령 선거 때 김대중 당시 후보가 낙선하자 판사실에서 큰 소리로 울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추 장관과 같은 대구 출신의 모 부장판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판사가 무슨 행동이냐. 이럴 거면 차라리 정치를 하라’고 호통 쳤다는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14기 한 변호사는 “연수원 13기 때부터 사법시험 선발자가 확 늘어났기 때문에 정치나 법조계에서 활약하는 인물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연수원이라는 곳이 대학까지 졸업한 사람들이 직업의 선택을 위해 만나는 곳이다 보니 생각만큼 동기애가 크지 않다. 우리 기수뿐 아니라 다른 기수들도 ‘동기’라는 준거집단 의식이 그리 크지 않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273호 (p16~19)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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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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