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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4월까지 보류한 아스트라제네카, 인도와 남미에선 입도선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미국이 4월까지 보류한 아스트라제네카, 인도와 남미에선 입도선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NurPhoto]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NurPhoto]

인도의 세럼 인스티튜트(Serum Institute of India·SII)는 세계 최대 백신 제조회사다.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주도 뭄바이 인근 푸나라라는 곳에 있는 세럼은 BCG백신인 투버락, 소아마비 백신인 폴리오박 등 20여 종의 백신을 165개국에 수출한다. 연간 생산하는 백신은 13억 회 접종분에 달한다. 전 세계 어린이들의 절반이 세럼의 백신을 접종받는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다. 7000여 명이 일하는 세럼에서 생산된 백신 중 80%가 각국으로 수출되고, 1회 접종분은 평균 50센트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백신이다. 세럼은 말 사육자 출신인 시루스 푸나왈라가 1966년 창업했다. 경주용 말을 키우던 그는 백신 개발회사들에게 임상시험용으로 말을 팔다가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백신 생산에 뛰어들어 억만장자가 됐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재산이 115억 달러로 세계 부자순위에서 165위이고 인도에서 6번째이다. 아들 아다르가 2011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면서 네덜란드 제약회사 등을 인수해 사업을 키워왔다. 세럼이 세계 1위의 백신 제조회사가 된 비결은 기술수준이 높은 연구진을 보유한 동시에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럼은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유니세프 등과 계약해 저가 백신을 공급하면서 성장했다.

인도 세럼, 백신 대량생산 준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WPA]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WPA]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세럼은 지난해 4월부터 영국 백신 개발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 대학과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맺고 대량생산에 대비한 준비에 들어갔다. 세럼은 이를 위해 4억5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아직 개발이 끝나기도 전에 양산 준비에 들어간 것은 생산기간을 대폭 줄이기 위함이다. 세럼의 선견지명(?) 덕분인지 몰라도 아스트라제네카는 일단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 백신은 효능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 3상 시험 결과 보고에서 1회 접종 시 정량의 절반만 투약한 방식이 면역효과를 90%까지 높일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해당 방식을 과학적으로 발견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또 백신을 정량으로 2회분 접종 시 면역효과는 62%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백신의 평균 면역 효과는 70.4%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지만 저용량 투약 방식의 경우 면역 효과가 높아진 이유를 아직까지 밝혀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HRA는 지난해 12월 3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긴급 승인했다. 그 이유는 영국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여 명이나 되는 등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1월4일 3차 봉쇄령을 내렸다. MHRA는 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때 1회분과 2회분의 접종 기간을 4주에서 12주로 늘리도록 권고했다. 영국 정부의 인체용 약품 전문가 워킹그룹 위원회 위원장인 뮈니르 피르모하메드 경은 “1회분과 2회분 사이에 3개월 간격을 둘 때 면역 효과가 최대 80%까지 올라갔다”면서 “MHRA가 접종 간격을 권고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피르모하메드 경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지 22일이 지나면 면역 효과가 나타나며, 최소 3개월은 지속된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항원 유전자를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 주형에 넣어 제조한 ‘바이러스벡터 백신’이다. 이런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미국 얀센(존슨앤드존슨)백신이 있다. 이 방식으로 만들어져 현재 사용 중인 백신은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이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세계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승인한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바이러스의 DNA, RNA 등 핵산을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mRNA(메신저 RNA)백신’이라고 불린다. 두 백신은 부작용이 적고 효능(95%, 94.5%)이 뛰어나지만 유통 보관이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대량생산도 어렵다.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에 보관·유통해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 백신의 5분의 1, 모더나 백신의 8분의 1 가격으로 저렴하다. 미국에서의 계약을 기준으로 화이자 백신 2회분의 가격은 29.47 파운드(약 4만3000원), 모더나는 1회분에 23.99∼27.74 파운드(약 3만5000∼4만1000원)에 달해 가장 비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유럽연합(EU)이 1회분을 2.23 파운드(약 3300원)에 구입하기로 했다. 게다가 아스트라제네카는 영상 2~8도에서 유통·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 생산과 접종이 가능하다.

대량 생산과 접종 가능성

영국 정부가 이미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영국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억 회 분을 입도 선매, 여러 백신 후보 중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앞으로 3개월간 백신 수천 만회 분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맷 핸콕 영국 보건장관은 “이번 접종은 끔찍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며 모든 국민들에게 바이러스 사태가 곧 끝난다는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에 이어 인도 정부도 1월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들어간다. 인도 정부는 세럼이 위탁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출을 2개월간 금지시켰다. 인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넘는 등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다. 아다르 푸나왈라 세럼 CEO는 “향후 2개월간 백신 1억회 분을 인도 정부에 공급해야만 한다”면서 “현재 1회당 200루피(약 3000원)의 특별가격으로 인도 정부에만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구가 13억 9000만 명에 달하는 인도는 의료진·경찰·군인, 50대 이상 등 우선 접종 대상만 3억 명에 달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백신 30억회 분 생산을 목표로 세웠다. 세럼은 주로 개발도상국들에 공급될 10억회 분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개도국들의 백신 접종은 상당히 늦어질 수 있다. 푸나왈라 CEO는 “코백스(COVAX)용 백신 수출은 3~4월 이후에나 시작될 것”이라면서 “오는 12월까지 2억∼3억회 분의 백신을 코백스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백스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이 공평한 코로나 백신 구매·배분을 목표로 꾸린 기구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앞으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인도에서 면역 효과가 얼마나 입증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도 정부는 이번 백신 접종이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일부 보건 전문가들은 인도의 열악한 의료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인도는 국토는 넓지만 의료 서비스는 편중돼 있고 전력도 부족하다”면서 “백신 품질을 담보하는 안정적인 보관과 운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의료진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들과 저개발 국가들은 인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성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 국가들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저렴한 백신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도 백신제조 회사 세럼 인스티튜트의 생산시설. [SII트위터]

인도 백신제조 회사 세럼 인스티튜트의 생산시설. [SII트위터]

이런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르헨티나와 엘살바도르 등에서도 사용 승인을 받았다. 브라질·멕시코·칠레도 조만간 승인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는 멕시코와 함께 지난해 8월 이 백신의 중남미 공급분을 생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 백신 2200만회 분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브라질 보건부 국가위생감시국은 승인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만회 분에 대한 수입을 허가했다. 이는 보건부를 대신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구매와 자체 생산을 추진하는 오스바우두 크루스 재단(Fiocruz)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 재단은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원료물질과 기술을 이전받아 백신을 자체 생산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중국 시노백,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화이자, 미국 존슨앤드존슨·벨기에 얀센 등 4개 코로나19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승인 받은 백신은 없다. 백신 사용 승인은 이달 중순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국가들이 앞 다투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구입에 나서고 있는 것은 가격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개발도상국 등에서 수월하게 유통될 수 있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보건당국은 ‘고무줄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사용허가 여부는 4월경이나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주간동아 1272호 (p36~39)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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