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2

2021.01.08

‘페북’ 절필 이후 진중권, “유권자 토론 위한 역할 고민 중”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1-01-04 16: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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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전 교수는 고양이 뿐 아니라 강아지도 좋아하는 동물애호가다.

    진중권 전 교수는 고양이 뿐 아니라 강아지도 좋아하는 동물애호가다.

    1월3일 저녁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집 안이 유난히 휑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반려묘 ‘루비’가 보이지 않았다. 

    “루비가 안 보이네요.” 

    “며칠 다른 곳에 맡겼어요. (루비의) 변비가 잘 낫지 않아 걱정이에요.” 

    진 전 교수는 여덟 해 된 반려묘 ‘루비’와 함께 산다. 루비는 지난해 가을부터 심한 변비로 고생하고 있다. 한 달 전쯤에는 변비약 부작용으로 집안 곳곳에 설사를 뿌려 놓기도 했다. 

    “루비가 없어 허전하겠어요.” 



    “그러게요. (루비가) 없다는 게 크게 느껴지네요.” 

    ‘루비 아빠’ 목소리에 그리움이 배어 나왔다. 진 전 교수는 고양이 뿐 아니라 강아지도 좋아하는 동물애호가다. 

    “페북(페이스북) 절필 이후 금단 현상 같은 것은 없나요.” 

    “그런 건 없고요. 새로 시작한 일이 많아서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페북 절필 이후 진중권 전 교수는 피아노 연주 연습을 시작했다.

    페북 절필 이후 진중권 전 교수는 피아노 연주 연습을 시작했다.

    ‘페북 절필’ 이후 그는 집안에 디지털 피아노를 새로 들였다. 피아노교습소를 운영했던 모친 덕에 초등학교 때 체르니 30까지 배웠다는 그는 최근 피아노 연주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손가락을 크게 벌려 흰 건반과 검은 건반 사이를 연주하려다 보니 손가락 한쪽이 이렇게 까졌어요.” 그가 밴드 붙인 손가락을 내밀었다. 미학자 진중권과 피아노 연습이 어울리는 듯 보였다. 

    “선생님을 따로 두고 배우나요?” 

    “유튜브가 워낙 잘 돼 있어요. 유튜브 보면서 혼자 연습하고 있어요.” 

    “완주할 수 있는 곡이 있나요?” 

    “악보 보면서 떠듬떠듬 연주하는 수준이에요.” 

    ‘피아노 치는 진중권을 보고 싶다’고 요청하자, 잠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습 중인 곡을 연주해보였다. 서너 소절은 부드럽게 연주하는데, 아직 곡 전체를 마스터 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헤드셋만 쓰면 낮이든 한밤중이든 언제든 피아노를 칠 수 있다”며 “그게 디지털 피아노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하루 종일 피아노 연습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그가 요즘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중앙일보 등에 보낼 연재 원고 쓰는데 2,3일 집중하고요, 나머지 시간에는 주로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어요.” 

    “스페인어는 왜요?” 

    “나중에 스페인에 가서 살려고요. 스페인어가 독어와 불어와 비슷한 점이 있어요.”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가 단순 명쾌했다. 진 전 교수는 독일 유학을 위해 독일어를 배웠고, 독일 유학하는 도중 불어를 배웠다. 또한 석사 논문을 쓰기 위해 러시아어를 배워 3개 국어에 능통하고, 일본어까지 한다. 이번에는 스페인어에 도전한 것이다.

    1월3일 채널A 신년토론에 나선 진중권 전 교수.

    1월3일 채널A 신년토론에 나선 진중권 전 교수.

    잠시 화제를 그의 일상에서 시국으로 돌려 새해 벽두 이슈로 떠오른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에 대한 그의 견해를 물었다. 

    “이낙연 대표 헛발질로 흘러가고 있죠. 친문이 거세게 비판하니까 바로 물러서잖아요.” 

    “왜 지금 시점에 사면론을 꺼냈을까요.” 

    “대선주자로 존재감을 키우려고 (사면론을) 꺼냈건, (보궐)선거를 의식해서였건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돼가고 있지요.” 

    역시 단순하면서도 명쾌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어떻게 전망합니까.” 

    “안철수, 금태섭, 국민의힘이 단일 후보를 내면 승산이 있겠지요. 정권에 실망한 국민이 많더라도 지금처럼 후보가 셋이 따로 나오면 어찌될지 모르죠.”

    1월3일 채널A 신년토론 참석자들. 왼쪽부터 진중권 전 교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토론 진행자 김승련 에디터,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 [장승윤 기자]

    1월3일 채널A 신년토론 참석자들. 왼쪽부터 진중권 전 교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토론 진행자 김승련 에디터,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 [장승윤 기자]

    페북 절필 이후 그는 새해 방송 출연을 통해 ‘보수’와 ‘진보’ ‘검찰개혁’에 대한 그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1월3일 저녁에는 채널A 신년토론에서 ‘보수 혁신’을 주제로 토론 패널로 나섰고, 4일에는 JTBC 신년토론에서 ‘검찰개혁’을 주제로 토론에 나선다. 10일에는 ‘진보’를 주제로 채널A 신년토론 출연이 한차례 더 예정돼 있다. 

    “진 교수의 페북 복귀를 바라는 이들이 많습니다.” 

    “시시각각 전개되는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은 이제 저 말고도 잘하는 분들이 많아요.” 

    일명 ‘조국 흑서’(원 제목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저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12월28일 블로그를 통해 진 전 교수를 향해 “돌아와 달라”며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은 아직 진 교수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거야 시간이 해결해 주겠죠.”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는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당장 4월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7월이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퇴임하고, 곧 이어 각 당이 대선후보 경선에 돌입하게 됩니다.” 

    “진보와 보수가 안고 있는 한계와 편향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 지 그 점에 대한 유권자 사이의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겠죠.” 

    “그 같은 토론 과정을 주도할 계획은 없습니까.” 

    “여러모로 고민 중이에요.”

    진중권 전 교수가 지난해 12월 펴낸 책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

    진중권 전 교수가 지난해 12월 펴낸 책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

    시국 관련 그의 페북 활동은 정경심 교수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 지난해 12월23일을 끝으로 종료했지만 그는 왕성한 기고와 방송 출연 등의 다른 소통 채널로 자기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펴낸 저서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에서 ‘생활 속 진지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거리의 기동전이 아니라 생활 속 진지전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부족한 게 아니다. 부족한 것은 그 비판의 대안이다. …(중략)… 승리하기를 바란다면 질 떨어지는 유튜브 채널에 들인 관심과 지원을 정말로 보수를 재건하는 진지전에 사용해야 한다.‘(단행본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 중에서)

    지난해까지 거대 여당에 맞서 프레임 전쟁을 이끌어왔던 진중권 전 교수가 올해 ‘보수를 재건하는 진지전’이나 유권자 토론 활성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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