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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공격한 中 극렬 네티즌, ‘애국’ 세뇌당한 여성들이 주축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BTS 공격한 中 극렬 네티즌, ‘애국’ 세뇌당한 여성들이 주축

중국의 6.25 전쟁을 미화한 애국주의 영화 금강천의 포스터. [바이두]

중국의 6.25 전쟁을 미화한 애국주의 영화 금강천의 포스터. [바이두]

‘금강천’(金剛川)은 6·25전쟁을 다룬 중국 영화다. 이 작품은 6·25 전쟁 휴전을 앞두고 금강산 인근의 금강천에서 중국군이 미군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몸으로 다리를 쌓아 도강에 성공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항미원조 전쟁’ 기념식에서 연설한 10월 23일에 개봉한 이 영화는 연일 매진사례를 보이면서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6·25전쟁을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뜻이다. 이 영화를 공동 연출한 관후(管虎)감독은 자신의 부친이 6·25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관 감독은 항일전쟁을 다룬 영화 ‘빠바이’(八佰)를 연출한 이른바 ‘애국주의’ 영화의 대가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위대한 항미원조 전쟁은 제국주의의 침략에 저항하고 중국의 안보를 수호하며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또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는 중화민족의 역사에 영원히 기록되고 인류 평화, 발전, 진보의 역사에도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면서 “애국주의의 기치 아래 세계가 중국의 힘을 건드릴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연설 내용처럼 이 영화는 6·25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신냉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민들의 애국주의를 선동하려는 의도로 제작됐다. 그런가하면 수도 베이징에 있는 인민혁명 군사박물관에서 10월 25일 열린 항미원조 전쟁 70주년 전시회도 연일 관람객들로 만원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00위안짜리 금화와 10위안짜리 은화 등 기념주화까지 발행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애국주의 ‘광풍’(狂風)은 항미원조 전쟁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조치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회사인 화웨이가 10월 22일 공개한 ‘메이트40’ 시리즈 스마트폰이 온라인몰 징둥의 사전판매에서 28초 만에 매진됐다. 미국의 스마트폰 회사인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2가 30초 만에 모두 팔린 기록을 깨뜨렸다. 중국의 젊은 층이 화웨이의 플래그십 매장 앞에 메이트40 구매 예약을 하기 위해 대거 줄을 서기도 했다. 말 그대로 ‘애국주의 소비’에 나선 것이다. 덕분에 화웨이의 1∼9월 매출은 6713억 위안(약 114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늘었다. 스마트폰 세계 1·2위를 다투던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는 화웨이는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사업을 집중해 시간을 벌어 미국의 제재를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인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 국민들의 애국주의 소비 덕분에 화웨이가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에선 최근 들어 ‘궈차오(國潮)’ 마케팅이 한창이다. 궈차오는 중국 전통문화를 의미하는 ‘궈(國)’와 유행을 뜻하는 ‘차오(潮)’를 합한 단어로 중국 제품을 사용하자는 운동이다. 애국주의 소비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출생자를 뜻하는 ‘주링허우’(九零后)와 ‘링링허우’((八零后)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웨이보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국 제품을 쓰는 사람은 매국노”, “중국 제품을 쓰지 않는 사람은 중국인이 아니다” 등의 자극적 문구를 게재하며 중국산 제품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이 마오쩌둥 전 주석사진과 오성홍기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AP]

중국 젊은이들이 마오쩌둥 전 주석사진과 오성홍기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AP]

21세기판 디지털 홍위병, 애국주의 광풍 주도

중국의 애국주의 광풍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정부가 7월 24일 텍사스 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스파이 활동 혐의로 폐쇄하는 조치를 내리자, 중국 정부도 7월 27일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문을 닫도록 했다. 당시 미국 총영사관 앞에는 수많은 중국 국민들이 모여들어 오성홍기를 흔들며 미국을 규탄했다. 특히 중국의 소셜미디어에는 “미국은 중국 땅에서 나가라”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라는 등의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영국의 유명한 전직 프로축구선수인 데이비드 베컴도 지난 4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만 팬들에게 “코로나 19로 격리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잘 지낼 수 있는지 조언을 얻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가 중국 네티즌들에게 혼쭐이 났다. 중국 네티즌들은 “베컴이 중국의 일부분인 대만(Taiwan)을 ‘중국 대만(Chinese Taiwan)’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며 “중국을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아이돌 그룹인 한국의 방탄소년단(BTS)도 10월 7일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로부터 밴플리트상을 받고 “올해는 6·25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국과 미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를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소감을 밝혔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 공세에 시달렸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과 미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표현을 문제를 삼으며 “BTS가 항미원조 전쟁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한 채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을 모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삼성 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BTS가 들어간 광고를 삭제했다. 심지어 중국 대형 택배회사가 자국에서 구매한 BTS 제품 배송을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의 애국주의를 주도하는 네티즌들은 ‘샤오펀훙’(小粉紅)이라고 불린다. 샤오펀훙의 시발점은 2003년 여성문학 발전을 위해 개설된 ‘진장원쉐청(晋江文學城)’이다. ‘작은 분홍색’이라는 의미의 샤오펀훙은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가 ‘펀훙’(粉紅·분홍색)이라는 점에서 유래됐다. 당초 순수한 문학 발전을 표방했지만 극단적 애국주의에 심취한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면서 중국을 비판하는 인사나 단체 등에 공격하는 댓글을 달면서 적개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만기를 든 한국 걸 그룹 멤버,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 14세의 어록을 인용한 독일의 자동차회사, 젓가락으로 피자 먹는 광고를 낸 이탈리아의 명품 회사 등을 좌표 찍어 집중 공격하고 심지어 불매 운동까지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주축은 주링허우와 링링허우 세대로 여성들이 많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의 애국주의 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세대들이다. 중국 공산당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이후 초등학생들을 비롯해 젊은 층에게 애국주의 교육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모든 초등학교 교과서에 애국을 강조하는 내용이 실렸고, 모든 언론이 일정 횟수 이상의 애국주의 고취 영상을 내보냈다. 특히 이들은 학교에서 세계 중심이던 중화 민족이 열강의 침략으로 굴욕을 당했지만 공산당 통치와 개혁·개방 덕분에 영광을 되찾고 있다고 배워왔다. 이런 애국주의와 중화민족주의 교육에 세뇌당한 젊은 층은 중국을 비판하는 미국 등 외국들에 대해 거침없이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소통해왔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에 능숙하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인구는 2007년만 해도 5000만여 명이었지만 지금은 무려 9억여 명에 달한다. 주링허우 세대는 2억1100만여 명, 링링허우 세대는 1억6300만여 명에 달하는 데 이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샤오펀훙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을 통해 엄청난 메시지와 댓글을 무차별로 보낸다.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이런 행동 때문에 이들을 21세기판 ‘디지털 홍위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 젊은이들이 화웨이의 메이트 40 구매를 예약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AFP]

중국 젊은이들이 화웨이의 메이트 40 구매를 예약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AFP]

톈안먼 사태 이후 주링허우와 링링허우 세대

홍위병(紅衛兵)이란 중국의 문화대혁명(1966∼1976) 당시 마오쩌둥 주석을 추종했던 대학생 및 고교생 집단을 말한다. 이들은 마오 전 주석에 반대하는 세력을 ‘반혁명분자’로 낙인찍어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등 극좌적인 운동을 벌였다. 마오 전 주석은 홍위병의 팔에 완장을 직접 채워주며 반대파 공격을 부추겼다. 홍위병의 광란으로 공식 통계로만 170만여 명이나 사망했다. 샤오펀훙도 호위병처럼 중국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세력에 막무가내로 사이버 공격을 가한다. 사이버 테러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이들을 교묘하게 원격 조종하고 있다. 특히 시 주석 등 공산당 지도부는 미국과의 갈등과 대립이 갈수록 증폭되자 내부 단결을 위해 애국주의를 강조하면서 샤오펀훙을 앞세워 미국은 물론 이에 동조하는 외국들에 대한 공격을 은밀하게 조장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인들은 자국의 민족주의를 애국주의라고 말하고 있지만, 과도한 열정이 과거 잔혹한 마오쩌둥 시대를 연상시킨다”면서 “중국의 현 상황이 디지털 문화대혁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정치 전문가들은 한 국가의 위상이 전 세계에서 올라가기 시작하면 민족주의가 부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중국의 경우 애국주의가 정도를 넘어 국수주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과도한 애국주의 광풍이 자칫하면 국제사회의 엄청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중국 초등학생들이 교사로부터 오성홍기에 대해 배우고 있다. [CHINA.ORG.CN]

중국 초등학생들이 교사로부터 오성홍기에 대해 배우고 있다. [CHINA.ORG.CN]





주간동아 1266호 (p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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