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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우리는 희생양을 찾고 있다

혐오 현상의 이해와 과제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코로나 시대, 우리는 희생양을 찾고 있다

  • ⑵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홍성수 교수.

홍성수 교수.

혐오라고 하면 누군가를 많이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뜻이죠. 이 강의에서 다루려는 혐오 그런 일상적인 의미를 넘어서 특정한 소수자나 집단에 대해 갖는 부정적인 관념이나 감정, 그 집단을 차별하거나 배제하려는 태도를 뜻합니다. 누군가를 혐오하면 그 집단에 대해 실제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혐오의 피라미드’ 그림을 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는데요. 편견이나 혐오를 말로 표출하거나 글로 쓰게 되면 혐오 표현이 됩니다. 그런 마음을 고용이나 서비스 또는 교육영역에서 구체적인 행위로 옮겨 불이익을 주게 됐을 때는 차별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증오 범죄’라는 말을 쓰는데 극단적인 케이스로 집단 학살 같은 것이 있습니다. 

‘혐오 표현’ 개념에 대해 예전에 유럽평의회 각료회의에서 한 정의는 이렇습니다. 

‘반 유대주의, 제노포비아. 인종적 증오를 확산시키거나 선동, 고취하거나 정당화하는 모든 형태의 표현 또는 소수자, 이주자, 이주 기원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 대해 공격적인 민족주의나 자민족 중심주의, 차별, 적대 등에 의해 표현되는 불관용. 이런 것들에 근거한 증오’. 

작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낸 리포트에서는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 또는 위협이나 차별, 폭력, 선전,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조장하는 효과를 갖는 그런 표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혐오 피라미드

욕설이나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누구든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인종 성별 종교 연령을 갖고 비난받거나 모욕을 받았을 때에는 훨씬 더 큰 모멸감을 느끼게 되고 사회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매우 중대한 해악을 낳습니다. 즉 단순히 기분 나쁘거나 모멸감을 느끼는 걸 넘어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평등한 지위가 훼손되는 거지요. 이런 대우를 계속 받게 되면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려워져 교육에서나 직장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도 커지게 되겠지요. 

우리가 어떤 사람을 욕한다고 했을 때는 개인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지만 혐오나 차별을 표출했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염이 됩니다. 당하는 입장에서도 전염이 되고 가해를 하는 입장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피해 양상이 점점 커져 소수자 개인을 향하건 집단을 향하건 간에 집단 전체에 대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혐오의 역사

혐오와 차별은 앞서 폭력을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굉장히 역사가 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홀로코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대인뿐 아니라 여러 소수자집단이 집단적인 혐오와 차별을 당하고 심지어 학살까지 당했던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비극이었지요. 

사실 유럽연합이 탄생하게 됐던 건 차별과 혐오에 대한 반성, 홀로코스트에 대한 반성이었지만 지금 유럽 사회를 보면 다시 반(反) 이민정서가 확대된다거나 극우파들이 약진하고 영국의 경우 반 이민자 정서, 반 무슬림 정서에 기반해 브렉시트같은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지요. 

미국은 트럼프의 당선을 이주자에 대한 혐오에 기반한 것으로 말하는 견해들도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비교적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혐오문제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역사를 길게 보시는 분들은 해방 이후 좌익척결이나 반공주의, 반공이데올로기도 혐오 사례로 언급하시는 분이 있고 지역차별도 혐오의 한 현상으로 이해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 과거 권위주의 통치시절에 장애인 부랑인 빈민들을 격리하고 배제했던 것도 일종의 혐오라고 이해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오늘날 혐오 현상은 조금 더 다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국가권력에 의해 암묵적으로 알게 모르게 자행되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일반 대중들,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대개 2010년 이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는데 2010년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보면 이주자나 이주 노동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거나 반(反)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커뮤니티들이 갑자기 늘어나게 됩니다. 

2012년에는 일간베스트라고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등장해서 소수자 혐오를 놀이화하기 시작합니다. 여성이라든가 민주화운동세력이라든가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라든가 호남이라든가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면서 재미있는 놀이라도 되는 것 같은 문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는데 비단 한 커뮤니티에서만 머무른 게 아니라 여러 오프라인에서 또 사회 각 영역에서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한국 사회에 전면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보수 개신교에서는 반 동성애운동 같은 걸 통해 혐오를 조장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제주도에 들어온 500여 명 예멘난민에 대해 이들을 쫓아내거나 가짜 난민을 추방해야 된다는 식의 담론이 싹 텄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혐오가 굉장히 일상화된 게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혐오가 싹트는 배경

이유가 뭘까요. 

가장 큰 배경으로 사회경제적 요인입니다. 1997년 경제위기로 한국사회는 저성장시대가 도래해 청년실업이 늘고 개인의 지위가 굉장히 취약한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사람들의 허탈감 시기심, 불만, 분노, 우울감이 혐오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죠. 두 번째는 미디어 환경입니다. 과거에는 히틀러 같은 선동가가 대중 연설로 혐오를 조장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한 가짜뉴스나 음모론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이에 맞서는 건강한 세력이 있다면 확산을 막아낼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극우세력이 등장한다거나 포퓰리즘 정치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사회문화적 배경인데요, 집단주의 문화나 민족중심주의적인 그런 문화를 가진 사회에서 혐오가 확산되기 쉽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혐오라고 하는 건 기본적으로 우리가 살기 위해 저들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그런 담론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곳에서 혐오가 쉽게 퍼져 나가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이걸 혐오 확산 메커니즘으로 정리를 해보면 사회경제적 위기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불안이나 공포심을 갖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익이나 안전에 대해 극단적으로 집착을 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집단주의가 강화되는 동시에 이질적인 집단에 대한 거부감, 적대감이 확대되는 거지요. 동료 시민들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는 일도 빈번하게 됩니다.

●혐오를 키우는 재난

최근 한국의 현상들을 보면 예전에는 혐오라고 하는 것을 인터넷 놀이 정도로, 그냥 뭐 이렇게 노는 거야 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거리에 나가 집회를 한다거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 안전에 대한 집착들이 혐오로 확산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범죄가 일어날까 두렵다,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난민을 혐오하거나 트렌스젠더를 쫓아내야 된다고 이야기한다거나 신분이 불확실한 이주자들을 추방하라는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불안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는 원인이 대부분 다른 곳에 있는데 엉뚱한 희생양을 찾는 경향들이 점점 늘고 있지요. 또 먹고 살기 어렵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사회경제적으로 불안하고 처지와 조건이 계속 악화되는 이유를 자기보다 더 약한 사람들한테서 찾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리면서 더 폭발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재난의 시기에 혐오가 확산됐던 경우들이 많습니다. 1923년 관동대지진은 조선인 혐오를 확산시켰고 1918년 스페인독감 때도 이주자들에게 책임을 물리는 혐오 현상으로 이어져 포퓰리즘 정치, 나치 정권을 등장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아시아인 특히 중국인 혐오가 확산되고 있고 민족주의가 부흥하고 있다고 하는 얘기들도 들려옵니다. 나치와 같은 극우정치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요. 하지만 진짜 원인과 맞서 싸우지 않고 자꾸 핑계거리를 찾고 희생양을 찾는 식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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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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