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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극심한 후유증 남기는 코로나 블루, 심리 방역은 선제 대응해야”

서울시COVID19심리지원단장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청년에게 극심한 후유증 남기는 코로나 블루, 심리 방역은 선제 대응해야”

코로나19 이후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말하는 김현수 교수. [조영철 기자]

코로나19 이후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말하는 김현수 교수. [조영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9월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개월 동안 코로나19통합심리지원단을 통해 이뤄진 상담 건수는 51만120건에 이른다. 그중 코로나19 확진자와 가족, 격리자를 제외한 일반인의 상담 건수도 10만5939건으로 20.77%를 차지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시가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실태조사에서도 서울시민 10명 중 4명이 ‘정신 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에도 변화가 있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8월 말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 조사에서 코로나19 뉴스와 정보에서 느끼는 감정은 불안이 47.5%, 분노가 25.3%, 공포가 15.2%였다.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기 전인 8월 초 동일한 설문조사와 비교할 때 불안은 15.2%p 줄었지만 분노는 2.2배, 공포는 2.81배 증가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예방 백신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60%가 면역력을 가져야 일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 다스리기가 중요한 때,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만나 해법을 물었다. 김 교수는 현재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과 서울시COVID19심리지원단장이라는 중책도 맡고 있다.

공포와 불안이 분노나 우울로 발전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고 8개월이 지났다. 많은 사람이 심적 고통을 호소한다.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해 발표되는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정서적 불편감을 일시적 혹은 지속적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말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뜻이다. 감염병 유행 시 초기에 느끼는 감정은 공포와 불안이다. 이것이 분노나 혐오로 나아갈 수도 있고, 우울과 무기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느끼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의미하는 공식 용어인 ‘코로나 블루’는 전 세계에서 공통된 현상이다. 국내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코로나 레드(화병), 코로나 블랙이라는 말도 사용하는데 이는 공식 용어가 아니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발전단계가 정리된 게 있을까. 

“있다. 2003년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베트남 등의 아시아와 캐나다, 미국 등에서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1918년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5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 등의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감염병이 가져온 공포와 불안은 분노나 혐오로 발전해 폭력과 법규 위반으로 진행될 수도, 우울이나 무기력, 외로움을 거쳐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두 가지 모두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동일한 감염병이 유행해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남기는 경험은 다르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우 우리는 록다운(봉쇄)까지 가지 않았지만 미국이나 영국, 유럽 지역은 통행권을 가진 사람만 외출이 가능한 록다운을 경험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서양에서는 외로움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고, 의료재난을 맞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들도 있다. 그들 나라의 사람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에까지 직면하지는 않았다.” 




-1910년대에 유행한 스페인독감의 자료가 지금도 남아 있나.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대처법 중에는 당시 자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활용하는 것도 많다. 마스크 쓰기가 대표적이다. 스페인독감 유행 당시 촬영된 흑백 사진을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스페인독감과 관련한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집회를 한 지역과 안 한 지역, 교회를 열었던 지역과 아닌 지역, 거리두기를 한 지역과 안 한 지역의 인명 피해 상황도 비교해볼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종교계에서 먼저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18년에는 교회에서 예배를 보지 않았다. 교회에 모여 예배를 보고 나면 감염자가 속출하고 사망자가 발생하자 목사들이 ‘교회에 안 와도 된다’는 유인물을 만들어 직접 배포했다. 그렇게 치면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100여 년 된 용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적용된 것이 사스 때다. 사스 유행 당시 우리나라는 가볍게 지나갔으나 홍콩과 캐나다에서는 그 상황이 심각했고 지역에 따라 규모의 차이는 있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응했다.”

-감염병 대처와 관련해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외에 적용되는 옛 경험이 더 있나. 

“손 씻기다. 우리나라에 손 씻기 대회가 있는 것을 알고 있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질병관리청에서 해마다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행사가 1960년대부터 있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20~30초 길이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동안 손을 씻으라고 말한다. 인간은 그동안 스페인독감, 인플루엔자, 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신종플루, 에볼라, 지카 등 7~10가지 감염병을 겪어내면서 시민들과 소통하는 방법, 위생수칙 내용과 계도 수단을 발전시켜왔다. 스페인독감이 종식된 것은 백신이 나와서가 아니다.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위생수칙을 준수해 바이러스 전파 경로를 차단한 덕분이다.”

청년과 노인에 대한 우선적 지원 절실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남길 후유증에 대한 대비를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남길 후유증에 대한 대비를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코로나19 종식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나를 어떻게 재정비해야 하나. 

“개인 차원에서는 크게 4가지다. 우선 자기 돌봄이 중요하다. 나의 스트레스 상태를 체크하면서 관리해야 한다. 컨디션 관리도 필수다. 에너지 사용에 있어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는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 잘 먹고 잘 쉬며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긍정적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이 4가지는 전 세계에서 공통된 대처방식이다.”

-그럼에도 힘들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장에서도 느끼는가. 

“물론이다. 설문을 통해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뿐이라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에 걸려오는 전화도, 병원을 찾아 상담하는 이들도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도 전년 대비 우울 관련 상담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돼 있다. 사실 상반기에는 크게 늘었다고 보지 않았는데 8~9월에 확 늘었다. 재난지원금을 5월뿐 아니라 8월, 11월에 줬으면 효과가 있었을 텐데 그런 여력이 없는 게 아쉽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효과가 있나. 

“물론이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월에는 자살률이 떨어졌다. 재난지원금 지급도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거다. 사스 때 캐나다에서 재난지원금을 준 곳이 우울이나 자살률이 낮았다. 미국도 1인당 1000달러를 줬는데 사스 때 경험으로 지급한 것이다. 록다운을 하면 벌이가 없어지니 청년층이 큰 타격을 받는다. 자살률도 청년층에서 가장 높다. 재정적 지원은 청년층과 실업층에, 정서적 지원은 노인층에 이뤄져야 한다. 홍콩에서는 사스 유행 당시 노인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는데 사스가 종식된 후에도 줄지 않았다. 외로움이 낳은 비극이다. 비극을 경험하면 금방 잊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외환위기의 영향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살률은 한번 올라가면 잘 내려오지 않는다. 청년자살이 고착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19는 특히 청년들에게 충격적 경험이다. 회사에서 더는 사람을 안 뽑을 수 있다, 빨리 자를 수도 있다는 것은 공포다. 자기 전공과 관련해 해외에 나가서 공부를 더 해야 하는데 갈 수도 없다. 그 말은 지금까지 계획했던 인생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학교에도 제대로 못 나가고, 카페 같은 곳도 자유롭게 갈 수 없는 제한된 사회. 이런 나쁜 기억이 앞으로 살아가고 어떤 판단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종식 자체로 모든 문제가 끝나지 않는 듯하다.
 
“그것이 남길 후유증에 대해 많이 생각해야 한다. 핀란드에서는 과거 비슷한 상황을 겪은 뒤 기후 관련 과목이 개설됐다. 모든 문제가 환경 파괴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에서는 ‘관계 맺기’에 관한 연구가 한창이다. 갓난아기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등을 정기적으로 만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자랐을 때와 코로나19로 인해 부모, 집안 천장만 보고 자랐을 때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한다. 한마디로 록다운으로 인한, 사회관계 박탈로 인한 변화를 관찰한다. 우리나라가 방역은 잘하지만 그 같은 연구는 생각도 못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대한 준비와 연구는 개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에서 해야 한다. 

물론 당장도 문제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신규 확진자가 일일 기준 100명 안팎인 상태로 지속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문제 제기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한 코로나19 체제로 계속 갈 것인지, 대규모의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같은 최소한의 방역 조치만 남기고 예전 생활로 돌아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온이 떨어져서 호흡기 질환이 늘어나면 대규모 감염 위험이 커진다는 신중론도 있고 그런 상황은 이미 지나갔다는 의견도 있다. 후자에 대한 논의가 가능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19의 치사율이 높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남길 후유증에 대한 대비 필요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너무 어려운 선택일 것 같다. 

“여러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사회적 전환을 하기는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인간중심주의에서 지구중심주의로. 사람과 동물, 환경은 하나로 연결돼 있어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원헬스(One Health)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 성장주의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적 여파로 힘들어진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과제가 있다. 일례로 여행업 종사자들에게 여행업을 계속하라고 할 것인가,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경우는 최근 들어 다시 신규 확진자가 하루 5000명씩 나오지만 록다운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예전처럼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가고. 얼마 전 테레사 메이 전 영국 총리도 방한하지 않았었나. 사회지도층과 전문가들이 논의를 하고 있을 텐데 어떤 발표를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정책적 결정을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게 과제다. 세계가 다시 교류를 해야 할지, 지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이대로 계속 갔을 때 가장 힘들어하는 이들은 젊은이들이다. 전공 때문에 외국에 가야 하는데 비자가 안 나온다. 기업체에서는 해외 주재원도 뽑지 않는다고 한다. 여행업을 포함해 교류하고 만나는 업종의 전망도 불확실하다. 그들의 우울과 절망을 잘 막아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여전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1위인가. 

“리투아니아가 OECD에 가입하면서 잠시 내준 적이 있지만 바로 1위로 복귀했다. 10만 명당 25명이다. 국민의 삶에 큰 위기가 찾아왔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세심한 관심이 부족하다. 예전에 비하면 예산이 늘었으나 질적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연대감이 낮아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되는 대도시는 원래 자살률이 높은 편이나 서울은 대한민국에서 세종시를 제외하고 자살률이 가장 낮은 도시다. 예산이 가장 많은 덕분이다. 서울에서도 서초구가 인구 10만 명당 18명으로 가장 낮다. 1393(자살예방상담전화) 야간 상담자는 2~3명이다. 한 명이 통화하는 평균 시간은 20분이고 모두 통화 중이면 전화는 끊어진다. 자살 위기에 놓인 사람에게는 1분 1초가 급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살률을 낮출 수 없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토론을 벌일 때 자살이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방식으로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며 정책적 싸움을 벌였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최근 1393 전화 통화가 안 돼 문제가 됐다. 안 받은 게 아니라 모두 통화 중이라 자동으로 끊어진 것이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전화가 연결되도록 돼 있다.”

-서울시COVID19심리지원단(이하 심리지원단)은 어떤 활동을 하는가.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를 잠재울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카드뉴스로 제작해 전달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방역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메르스 때의 실패 경험 덕분이다. 그때는 확진자와 격리자만 신경 썼지, 국민들의 공포를 다루는 데 실패했다. 한마디로 심리방역 실패였다. 그때는 격리자 매뉴얼도 없어서 당시 가장 쉽게 나온 미국 콜로라도주 매뉴얼을 내가 번역해 일주일 만에 만들었다. 감염 공포는 환자와 가족만이 갖는 게 아니다. 전체 시민이 갖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는 확진자와 격리자 관리는 서울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일반 시민과 일부 경미한 경증환자와 격리자 관리는 심리지원단이 각각 담당한다. 심리지원단은 TF팀으로 소셜 미디어팀에 정신건강 전문가와 변호사, 교사 등이 참여해 시민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주간동아 1260호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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