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7

2020.09.18

점입가경 ⵈ 역풍 맞은 여권 ‘추미애 수호대’의 아무 말 대잔치

법무장관 퇴진하면 검찰개혁 좌초된다? 조국 사태 때와 유사한 태도 보여

  • 김유림 기자 이한경 기자

    mupmup@donga.com hklee9@donga.com

    입력2020-09-13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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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에 대한 여권 인사들의 엄호가 점입가경이다. 연일 이어지는 야당의 공세에 여당 의원들이 바통터치를 하듯 줄지어 추 장관을 엄호하고 나선 것. 급기야 박성중 원내대변인이 추 장관 아들 서 씨를 안중근 의사에 빗댄 논평을 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적절치 못한 비유와 해명으로 여론의 역풍이 거세지만 여권 인사들의 추미애 수호대를 자처한 엄호 발언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이 ‘제2 조국’ 사태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여권이 전방위적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추 장관의 아들 서모 씨는 군 복무 당시 휴가 기간이 끝났음에도 무단으로 복귀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추 장관 측이 전화로 휴가를 연장하는 등 압력을 행사해 군 규정을 위반했다고 논란에 휩싸여 있다. 특혜 휴가 의혹에 대한 관련자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전현직 여당 의원들은 논란 초기부터 지금까지 의혹을 부인하며 추 장관 감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추 장관 아들은 안중근 의사의 말을 실천한 것”

    추 장관 엄호의 정점을 찍은 이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이다. 그는 9월 16일 서면 브리핑에서 “명확한 사실관계는 추 장관 아들이 군인으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복무 중 병가를 내고 무릎 수술을 받은 것”이라며 “결국 추 장관 아들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논평은 거센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민주당은 3시간여 만에 해당 논평에서 안중근 의사 관련 문장을 삭제했다. 

    같은 날 열린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추 장관을 감쌌다. 설훈 의원은 “아무리 양심을 걸고 보더라도 이건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라며 “(야당이) 있는 사실을 뒤집어서 덮어씌우기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홍영표 의원은 “과거 군을 사유화하고 정치에 개입했던 세력이 옛날에는 쿠데타까지 일으키다 그런 게 안 되니까 국회에 와서 공작을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군 장성 출신인 국민의 힘 신원식·한기호 의원이 “우리가 쿠데타 세력이라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고, 홍 의원은 결국 “두 분이 쿠데타에 직접 참여했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전날에는 김태년 원내대표의 ‘카톡(카카오톡) 휴가 연장’ 발언이 문제가 됐다. 김 원내대표는 9월 15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휴가 중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전화나 메일이나 카톡으로 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고 말하며 “휴가 중 몸이 아픈 사병을 부대에 복귀시켜 휴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달라진 군대 규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부연했다. 1차 병가기간 무릎 수술 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전화로 휴가 연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추 장관 아들 사례에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나온 발언이었다. 이와 관련해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9월 16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카톡으로 휴가를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연락 수단이) 전화, 전보나 이런 것으로 나와 있는데 전화나 전보를 확장하면 카톡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는데, 조금 더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같은 날 윤건영 의원은 ‘추미애 장관 아들 논란, 사실은?’을 주제로 진행된 MBC ‘100분 토론’에서 “가족이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하는 게 청탁이라면, 동사무소에 전화하는 모든 것이 청탁”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출연한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보좌관 전화 여부가 청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추 장관의 법사위 답변과 대정부질문 답변이 달라진 점을 지적하자 윤 의원은 “추 장관이 대정부질문에서 본인이 지시한 바 없고, 본인이 전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추 장관을 옹호한 뒤, “아들이 양쪽 무릎 수술을 했고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해 수십 년 장애를 갖고 살아왔다”며 “부모의 마음이라면 가족의 마음이라면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앞서 9월 11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추 장관 아들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 “모든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이어 “당직 사병은 이 문제를 처리하는 데 결재라인이 아니다. 당직 사병을 믿을 겁니까, 결재권자를 믿을 겁니까”라고 반문하며 거듭 추 장관을 비호했다. 하지만 이 말은 ‘당직 사병이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앞서 이 당직 사병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은 참을 수 없다”며 “국회에 나가 진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9월 10일 민주당 설훈 의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방부 문건과 관련해 “오죽하면 민원을 했겠나”라며 “그 이야기는 장관 부부가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반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민주당 장경태 의원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아예 연락을 두절하고 부모 자식 간 관계도 단절하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추 장관을 두둔했다.

    “카투사는 편하고” “군대 안 다녀오신 분 많아서…”

    앞서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추 장관 엄호에 힘을 보탰다 역풍을 맞았다. 9월 9일 우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전국 카투사 현역, 예비역들이 들고 일어나 우 의원의 사과를 촉구한 것. 4700명 이상의 회원이 팔로한 페이스북 페이지 ‘카투사’에는 ‘우상호 의원의 망언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문이 올라왔다. 이들은 “우 의원의 발언은 국가의 부름을 받은 현역 카투사와 각자 생업에서 카투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예비역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카투사 갤러리 회원들은 카투사 출신인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1974년부터 1976년까지 카투사로 복무했으며,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미8군 제21 수송중대 행정병으로 근무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엄마 전화 한 통으로 휴가 연장은 보이스카우트 때 이야기’ ‘혹 떼려다 혹 붙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군 미필자 더 많은 민주당

    여권 인사들의 ‘추 의원 감싸기’는 추 장관 아들의 ‘황제 휴가’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시작됐다. 선두로 나선 인물은 민주당 김남국 의원. 김 의원은 9월 4일 MBC 라디오를 통해 추 장관 아들의 ‘특혜 휴가’ 의혹과 관련해 “보좌관이 전화를 했다는 것 자체는 부적절하지만 외압의 대상이 될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외압의 대상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지만, 여권 내에서 처음으로 ‘추 장관의 보좌관이 아들 문제로 군부대에 전화를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만큼 민주당 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그러자 김 의원은 9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의혹 제기를 반박하는 글을 올리며 ‘이번 공격은 국민의힘 당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글은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김 의원의 발언은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에 군 미필자가 더 많다는 취지로 읽히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21대 총선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와 병무청 공직자 병역 조회 결과에 따르면 21대 국회 남성 의원 중 여러 사유로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는 민주당이 34명, 국민의힘이 12명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따져도 민주당(22.9%)이 국민의힘(14.2%)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진영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 의원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김남국은 국민의힘 파견직이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상식’이 무서운 이유

    9월 8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무위원석에 앉아 있다. [동아DB]

    9월 8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무위원석에 앉아 있다. [동아DB]

    야당은 추 장관 아들의 ‘황제 휴가’ 의혹에 이어 또 다른 ‘청탁’ 의혹도 제기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의 보좌진이 서씨가 군 복무 당시 서씨를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으로 파견해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 보좌관은 서씨가 미8군 한국군 지원단(카투사)에 입대한 뒤 자대를 서울 용산으로 옮겨달라는 청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의 딸과 관련해서도 의혹이 불거졌다. 2017년 당시 추미애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근무한 A씨는 최근 언론을 통해 “(추 장관 딸이) 유학을 가야 하는데 신청은 늦고 입학 날짜는 다가와 빨리 처리해달라고 (청탁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추미애 의원 측 보좌관이 국회 담당 외교부 직원을 통해 문의 전화를 한 것은 맞으나, 외교부는 비자 발급과 관련된 일반적인 안내만 했고 실제 비자 발급을 돕는 후속 조치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에 대해 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9월 7일 BBS 라디오에서 “현재는 상식적으로 납득되는 수준”이라고 말해 논란을 가중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 의원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무섭다’고 일갈했다. 진 전 교수는 ‘서민의 자식은 누릴 수 없고, 아예 상상도 할 수 없는 특권이 저들에게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간다고 한다’며 ‘권력을 이용해 아들 휴가를 연장해주고, 동계올림픽 파견까지 시켜주려 한 것이 집권당 사람들에게는 ‘상식’이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정·청이 하나가 돼 조국과 그의 가족의 비위를 감싸고 돈 것도 결국 그들에게는 그게 ‘상식’이기 때문이었을까’라며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더니, 반칙과 특권이 상식으로 통하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 향해 “흥신소 직원 같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도 추 장관 엄호에 힘을 보탰다. 9월 8일 정 의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추 장관의 의원 시절 보좌관이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문의 전화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 보좌관과 (추 장관) 아들이 실제로 친했다고 한다”며 “보좌관한테 (추 장관 아들이) ‘형, 이럴 때는 어떻게 하냐’고 하니 (보좌관이) ‘그럼 내가 알아봐줄게’ 이렇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문의인지 청탁인지가 문제가 아니냐”고 묻자, 정 의원은 “우리가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 빨리 좀 주세요’ 하면 이건 청탁이냐, 민원이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같은 방송에 나온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전화의 성격은 부차적인 문제고 전화를 안 했다고 거짓말한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지적하자, 정 의원은 “(가령) 한 의원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KTX 타고 올라온다고 하면 중간에 화장실을 갈 수 있지 않겠나. 그런데 ‘오는 중에 뭐 했어’라고 물으면 화장실 갔다 온 거 이야기 안 할 수 있는 거다. 그런 지엽적이고 아주 곁가지 일”이라고 답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뒤 진 전 교수는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사람들은 평소에 식당에서 김치찌개 시켜 먹듯 청탁을 하나 보다’라며 ‘잘못이 잘못이 아니게 낱말을 새로 정의하려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청탁이 재촉이 됐으니, 재촉은 청탁이 될 수 있겠다’며 ‘가을을 청탁하는 비’라고 비꼬았다. 

    범여권의 ‘역공’은 야당 의원에 대한 공격성 발언으로도 표출되고 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야당 의원들을 ‘흥신소 직원’에 비유하기도 했다. 9월 7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 장관 아들의 병역 의혹과 관련해 조속한 시일 내 법무부 장관이 출석하는 법사위 회의를 개최해주길 바란다”고 하자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의원은 “법사위에 오나 운영위에 가나, 국회가 마치 흥신소 직원들이 모여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짓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어 유감입니다”라고 말했다. 

    여권이 추 장관을 비호하는 논리는 지난해 ‘조국 사태’ 때와 유사하다. 추 장관이 물러나면 그가 주도한 검찰개혁이 좌초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은 9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의 길이 험난하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청문회 시즌2가 진행되나 싶더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고 썼다. ‘당 차원에서 의혹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인사들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밀리면 끝’이라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추 장관 일까지 막아내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조국 사태 때도 여당 지지자들을 결집해 총선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끝까지 버티자는 생각이 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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