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0

2020.07.31

반려동물 방역용으로 파는 마스크, 효과 검증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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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0-07-27 17: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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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8일 경기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강아지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스1]

    1월 28일 경기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강아지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스1]

    반려동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올해 3월부터 인터넷에서 동물용 방역 마스크를 파는 업체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차단 효과를 당국에서 검증받은 방역용 동물 마스크는 지금까지 단 1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용 마스크, 기능 인증 받지 않아”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동물용 방역 마스크. [최진렬 기자]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동물용 방역 마스크. [최진렬 기자]

    ‘KF94 국산 바이러스 미세먼지 차단 강아지 마스크.’ 

    네이버쇼핑에서 볼 수 있는 동물용 마스크 제품 홍보문구 중 하나다. 7월 24일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개 미세먼지 마스크’ ‘개 바이러스 마스크’를 검색한 결과 각각 1259개, 143개의 마스크 판매업체가 나왔다. 이 중 동물 방역 주무 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허가나 인증을 받은 동물용 방역 마스크는 지금까지 없었다. 

    국내 펫팸(pet+family)족이 10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반려동물용 방역 마스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해외 뉴스에서 알려지면서 반려동물의 방역용품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국내에서도 올해 3월을 기점으로 인터넷에 반려동물용 방역 마스크 판매 등록이 우후죽순처럼 이뤄졌다. 네이버쇼핑에 등록된 A 동물용 마스크업체는 반려동물의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에 관한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제품을 홍보했다. 코로나19와 미세먼지 차단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된 해당 제품은 등록 후 두 달도 안 돼 4900여 건의 사용 후기가 달렸다. ‘강아지도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걱정돼서’ 등 효과를 기대하는 댓글도 넘쳐났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정부당국에서 효과를 검증받지 못했다. 국내 시판되는 동물용 방역 마스크 가운데 정부당국이 허가를 내준 사례도 없다. 제품 심사는커녕 제조업자나 수입업자 측이 당국에 제품을 신고한 일도 없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측은 “동물용 방역 마스크의 경우 국내 제조 과정이나 해외 수입 과정에서 신고된 제품이 없다”고 밝혔다. 



    동물용 방역 마스크는 ‘동물용의약외품의 범위 및 지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동물용의약외품에 속한다. 이런 제품의 제조나 수입을 위해서는 ‘동물용의약품 등 취급규칙’에 따라 농림축산검역본부장 혹은 국립수산과학원장 허가가 필요하다.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제출한 제품 안전성 및 유용성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당국이 검토하는 방식으로 허가가 진행된다. 동물용 방역 마스크의 허가 주체는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측은 “국내에서 동물용의약외품으로 생산되거나 (정식 절차를 통해) 수입되는 마스크가 없는 만큼 시중에서 방역 용도로 판매하는 마스크는 공산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증받지 않고 효과 선전”

    문제는 판매업자들이 공산품 마스크를 팔면서 방역 효과를 선전한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와 미세먼지 차단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는 마스크 판매업자 C씨는 “KF94 필터를 적용한 제품”이라면서도 “국내에서 마스크 자체의 기능을 인증 받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동물용 방역 마스크가 허가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미세먼지나 바이러스 차단 효과를 선전하면 약사법을 어길 수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동물용의약외품으로 신고하지 않은 동물용 방역 마스크의 효능 및 효과를 광고, 판매하면 약사법 제68조 제5항 위반이다”고 경고했다. 이 조항은 ‘관련 부처로부터 허가나 신고를 받지 않은 동물용의약외품의 경우 명칭, 제조 방법, 효능 및 성능에 대한 광고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역시 주의를 당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계 부처에서 효과를 인정받지 않았음에도 인정받았다고 하거나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것은 허위 혹은 거짓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라며 “소비자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 조사를 거친 뒤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위반 정도에 따라 경고조치에서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까지 다양한 제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품 신고도 없어”

    하지만 당국은 신고나 민원이 들어오기 이전에는 동물용 방역 마스크 관련 제품을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동물용 방역 마스크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없는 것으로 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지만 주로 사람이 사용하는 마스크나 손소독제, 살균제, 공기청정기 등을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물용 방역 마스크의 필요성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희명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반려동물 역시 미세먼지나 코로나19 등으로 호흡기 감염이 유발될 수 있다”며 “주변에 코로나 확진자 혹은 격리자가 있거나 애견카페 등을 방문할 때 동물이 불편하지 않는 선에서 마스크를 씌우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박 교수는 또 “동물과 보호자의 건강을 위해 제품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제품 신고와 관리 체계의 문제점을 다시 살펴볼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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