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8

2020.07.17

집밥 수요 늘어 동네 반찬가게도 새벽배송 나섰다

“자고 일어나면 현관에 신선한 반찬”…국내 반찬시장 2조 원대로 성장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0-07-10 11: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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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반찬 새벽배송이 인기를 얻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반찬 새벽배송이 인기를 얻고 있다.

    #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서울 마포구 맞벌이 주부 김모(41) 씨는 퇴근길에 잊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집 앞 반찬가게. 국 1개에 반찬 2개를 고르면 1만 원이 안 되는 돈으로 당일 저녁식사와 다음 날 아침까지 해결할 수 있다. 주말에도 예전에는 외식 비중이 높았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서 밥 먹는 날이 많아지면서 반찬가게 이용 횟수가 배로 늘었다. 고기볶음 등 메인요리 하나만 있으면 국과 찌개, 밑반찬은 반찬가게에서 사온 것으로 대체할 수 있어 짧은 시간 안에 한 상 차림이 가능하다. 아이들 입맛에 맞는 반찬도 다양하게 고를 수 있어 식사 준비에 대한 부담도 확 줄었다. 김씨는 “그동안 왜 그렇게 힘들게 음식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집 근처에 믿고 먹을 수 있는 반찬가게가 있는 게 새삼 감사하다”며 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밥’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부들의 근심도 덩달아 늘고 있다. 그동안 아이들 점심은 학교급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횟수가 줄어들면서 삼시세끼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상황. 회식 등의 이유로 저녁을 먹고 귀가하던 남편도 코로나 사태 이후 주로 집에서 저녁을 먹어 주부들의 반찬 걱정이 더욱 늘었다. 

    맞벌이라 아이 혼자 집에서 밥을 차려 먹어야 하는 경우에는 ‘밥 걱정’이 더 크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맞벌이 주부 최모 씨는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날마다 배달음식을 주문해줬는데, 이제 그것도 질린다고 해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놓고 출근한다”고 말했다. 평소 반찬가게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최씨가 “이제는 반찬가게 없이는 못 살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국(찌개), 반찬 4개에 1만5000원

    더는 집밥에서 ‘손맛’을 강요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맛, 청결, 편의, 가격 면에서 사 먹는 반찬에 대한 신뢰가 커진 덕분이다.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식 대체식품) 시장의 확대일로와 맞물려 온오프 라인 반찬전문점도 확장세다. (사)소비자공익네트워크에 따르면 국내 반찬시장 규모는 2조 원(오프라인 매장 포함)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HMR 시장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9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HMR 시장 규모는 5조 원이 넘는다. 

    최근에는 새벽배송까지 가능한 반찬 전문점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맞벌이 주부 강모 씨는 요즘 아침마다 새 반찬을 받아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동안 마켓컬리, 쿠팡 로켓프레시 등 새벽배송으로 국, 찌개 등을 주문해 먹었으나 대부분 ‘냉동제품’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던 차에 새벽배송을 해주는 반찬가게를 알고 눈이 번쩍 띄었다. 



    이 가게는 온라인 홈페이지에 한 달 치 식단을 미리 올려놔 가족이 잘 먹을 법한 음식이 나오는 날짜를 선택해 최소 이틀 전 주문하면 해당일 새벽에 집 앞으로 가져다준다. 이 업체의 경우 배송업체를 따로 쓰지 않고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직원들이 직접 음식을 차에 실어 배달한다. 배송료는 없다. 

    강씨는 “주중에 배송 받으면 아침에 반찬들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출근하고, 퇴근 후 살짝 데우는 정도로만 요리해 밥상을 차린다”고 한다. 또 “주말에도 아침에 일어나 현관문만 열면 4인 가족이 한두 끼 먹을 만한 국과 반찬들이 도착해 있으니 집밥 걱정이 확 줄었다”며 만족해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국이나 찌개 1개에 반찬 4개가 1만5000원으로 매일 동일하다. 강씨는 “반찬 살 때 편의성 못지않게 중요한 게 가격인데, 마트에서 사와 집에서 직접 만드는 것보다 저렴한 듯하다”고 말했다.

    명절·제사음식도 새벽배송 이용

    반찬 전문점의 볶음류, 마른반찬 등은 팩당 3000~4000원 수준이다.

    반찬 전문점의 볶음류, 마른반찬 등은 팩당 3000~4000원 수준이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주부 최모(38) 씨도 새벽배송 반찬 덕분에 한결 자유로워졌다. 일곱 살배기 딸아이를 둔 최씨는 아이 입맛에 맞는 반찬들을 주로 고른다. 달걀찜, 쇠고기장조림, 시금치나물, 멸치볶음 등으로 가격은 팩당 3000~4000원. 최씨는 “냉장고에 식재료를 늘 채워놓고 살 수가 없는데, 아침마다 갓 만든 신선한 반찬들이 배달돼 오니 장보기와 요리하는 수고를 동시에 덜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전업주부 임모(58) 씨는 석 달 전 지인의 소개로 광주광역시에서 김치, 장아찌 등을 주문해 먹어보고는 이내 단골이 됐다. 임씨는 “젊어서는 반찬을 사 먹는다는 걸 생각도 못 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사 먹는 게 훨씬 맛있고 편하다”며 “눈 뜨면 집 앞에 맛있는 음식들이 놓여 있으니 선물 받는 기분도 들고 좋다”고 말했다. 임씨가 거래하는 업체의 경우 4만 원 이상 주문 시 택배비가 무료이고, 새벽배송은 오전 7시 전 도착을 원칙으로 한다. 

    손이 많이 가는 명절음식이나 제사상은 반찬가게 도움 없이는 힘들다. 임씨는 “그동안 ‘엄마 손맛’이라는 명분으로 집밥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 것 같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편하게 살고 싶다”며 사 먹는 반찬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성인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반찬 전문점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월 2~3회 이상 이용자가 76.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주 1회 이용자(30%) 역시 많았다. 전업주부의 경우 월 2~3회 이용(35.5%)이, 직장인은 주 1회 이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소비자의 반찬 구매율이 높아질수록 안전성 점검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3월 온라인 배달마켓과 반찬 제조업체 등 총 130곳을 점검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11곳을 적발한 바 있다. 

    주요 위반 내용은 △유통기한 경과 제품 보관(1곳) △위생적 취급 기준 위반(3곳) △건강진단 미실시(2곳) △표시 기준 위반(2곳) 등이다.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반찬 120종에 대한 식중독균 오염 여부 검사에서는 다행히 모두가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로나 시국인 데다, 여름철까지 맞았으니 업체 모두가 식품위생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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