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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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한명숙 사건 집착, 결국은 ‘윤석열 사단 잡기’?!

  • 이종훈 시사평론가

    입력2020-05-26 11: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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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년을 맞는 5월23일 한명숙 전 총리가 노 전 대통령 묘소에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년을 맞는 5월23일 한명숙 전 총리가 노 전 대통령 묘소에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자타 공인 대한민국 최고 단결력을 자랑하는 조직이 바로 해병전우회다. 기수문화와 전우애가 결합된 조직이다. 해병전우회도 이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 자리를 내줘야 할 것 같다. 민주당이 학생 운동권 족보와 동지애, 거기에 이익 공유까지 더해지면서 강력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으로 그들은 명실상부한 주류로 부상했다. 최근 그들 사이에서 ‘내 식구 챙기기’가 활발하다. 범죄 전력이 없는 동지는 공천으로 챙기고, 범죄 전력이 있는 동지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챙기는 식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보수 정권도, 진보 정권도 그랬다.

    특별사면보다 더 강력한 조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5월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5월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뉴시스]

    현 주류 세력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려 시도하고 있다. 범죄 전력을 아예 지워주는 것이다. 대통령 특별사면보다 더 강력한 조치다. 본인들 입장에서는 깔끔한 처리일지 모르겠다. 반면, 법치주의에는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조치다. 더욱이 차후 정치 보복을 부를 수 있는 해법이기도 하다. 

    최근 진보 매체 ‘뉴스타파’가 고(故)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의 옥중 비망록을 근거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이 검찰의 조작일 개연성이 높다는 일련의 보도를 내놨다. 김경래 기자와 함께 보도를 낸 심인보 기자는 한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필두로 한 검찰 특수부 라인 검사들이 다 연관됐던, 담당이 됐던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이 내용을 받아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5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조사를 공론화했다. 



    “이 모든 정황은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 사법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 (중략) 한 전 총리는 2년간 옥고를 치르고 지금도 고통받는데, 넘어가면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 (중략) 법무부와 검찰은 부처와 기관의 명예를, 법원은 사법부의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즉시 착수하길 바란다.”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다음 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치된다면 법적으로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 건 맞다”며 이 사건을 아예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기소해 처벌할 기세다. 

    뉴스타파 김경래 기자는 5월 11일 기사에 이렇게 적었다. 

    ‘최강욱 변호사는 한만호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당시는 민변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이 구성돼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 대응하고 있었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한명숙 변호인단의 부탁으로 수감돼 있었던 한만호에게 접견 신청을 했다. 한만호는 감옥에 있는 동안 자신의 사업을 다른 사람들에게 다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초조해하다 검찰의 회유로 거짓 진술을 했다고 최 변호사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그렇게 한만호의 변호인이 됐다.’ 

    한 전 총리 측 부탁으로 한만호 대표를 만난 뒤 아예 그의 변호인이 됐다는 최강욱 변호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거쳐 지난 총선에서 당선했으며 현재 열린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다. 최 대표는 한때 KBS에서 ‘최강욱의 최강시사’라는 시사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되면서 진행자가 교체됐는데, 교체된 진행자가 바로 김경래 기자다. 

    최 대표는 이미 3월부터 “공수처가 설치되면 윤석열 검찰총장 부부가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뉴스타파의 고 한만호 대표 비망록 보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포함한 특수부 검사 관련설 제기, 이들을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 이 모든 것을 우연히 산발적으로 나온 이야기로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공수처 1호 수사 대상

    2015년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로 구치소에 수감되며 눈물을 훔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뉴시스]

    2015년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로 구치소에 수감되며 눈물을 훔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뉴시스]

    이들의 최우선 목표는 윤 검찰총장을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검찰 특수부 라인, 윤석열 사단을 완전히 정리하는 일이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한 전 총리 사건 재조사 필요성을 제기한 5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재조사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검찰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구체적이고 정밀한 조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한다.” 

    추 장관은 1월 대대적인 검찰 인사로 이미 윤 검찰총장의 손발을 자른 상태다. 이런 속에서 총선 직후에는 7월 검찰 인사까지 예고했다. 이번 인사 방향도 1월 인사 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5월 18일 공개한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를 위한 검사 인사제도 개혁’ 권고안에 따르면 검사장·지청장은 형사·공판부 경력검사로 5분의 3 이상 임용해야 한다. 윤석열 사단, 곧 특수부 출신 검사를 추가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 전 총리 사건을 재조사한 뒤 당시 수사의 부당성을 근거로 재심해 무죄로 만든다. 아울러 윤석열 사단이 무리하게 수사한 또 다른 희생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도 무죄로 결론 나게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줄줄이 기소된 백원우 등 청와대 전직 비서진과 기소 위기에 처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무죄로 결론 나게 한다. 최강욱 대표도 조 전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설령 이들이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특별사면된다. 이는 문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낮추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임 전 비서실장이 기소되면 문 대통령도 형사 처벌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 사건 재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재조사에 들어가는 것이 용이한 일은 아니다. 당장 사법부가 반발하고 있다. 5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확정된 재판에 대한 의혹 제기가 증거가 될 수 없다. 의혹 제기만으로 과거 재판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칠까 염려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 전 총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당시 뇌물 9억 원 가운데 3억 원에 대해서는 이견이 전혀 없었다. 나머지 6억 원은 유죄 8명, 무죄 5명으로 의견이 갈렸다. 한 전 총리가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완전 무죄가 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대검찰청을 통해 구체적인 입장문을 내놨다. 

    ‘법원은 1~3심 재판에서 비망록을 정식 증거로 채택했고, 대법원은 해당 문건과 다른 증거를 종합해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년의 유죄를 확정했다. (중략) 재판 과정에서 모두 검토됐는데,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제시하면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당시 재판부는 비망록 내용보다 검찰 조사 당시 진술 내용을 더 신뢰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진술보다 자금이 오간 흔적, 곧 증거를 더 중시했다. 

    재심이 쉽지 않고, 재심에 들어가더라도 무죄 판결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사건을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을 김태년 원내대표나 박주민 최고위원이 모를까. 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카드를 던진 1차 목표는 역시 윤석열 사단 정리라고 볼 수 있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부채 의식

    한 전 총리에 대한 부채 의식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한 전 총리는 한때 ‘친노(친노무현)의 대모’로 불렸다. 2012년 총선 때는 당대표로서 친노계의 정계 진출을 적극 후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그때 신세 진 바가 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김 원내대표가 출마한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고,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표와 총력 유세지원까지 했다. 2012년 총선에서 당선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56명, 전체의 44%였다. 이들은 당시 ‘한명숙 키즈’로 불렸다. 문 대통령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나온 직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사건 판결을 보면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고 우려한다. (중략) 사법부만큼은 정의와 인권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가 돼주기를 기대했지만, 오늘 그 기대가 무너졌다.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다.” “우리는 한 총리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확신한다.” 

    그동안 이 생각에 변화가 없었다면 문 대통령은 여전히 한 전 총리가 무죄라고 확신하고 있을 테다.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기 어렵다면, 그보다 못한 대통령 특별사면을 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초 신년 특별사면이 이뤄질 즈음 한 전 총리에 대한 특별사면 얘기가 나온 적이 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돌이켜보면 이것보다는 재조사와 공수처 수사, 재심, 그리고 무죄로 이어지는 더 좋은 선택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퇴임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필요성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한 전 총리를 비롯한 범여권 인사에 대한 특별사면의 명분을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럴지도 모른다. 당장 실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갖고 있을 가능성은 아주 높아 보인다. 

    만약 한 전 총리 사건을 법무부 지시로 재조사해 이를 공수처로 넘겨 수사하고, 당시 수사라인에 있었으며 현재도 검찰에서 일하고 있는 특수부 검사를 대거 처벌한 뒤 이것을 근거로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문 대통령도, 한 전 총리도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반발도 상당할 테다. 

    민주당은 적폐 세력의 반발로 치부하겠지만, 문제는 언젠가 보수 정권이 들어섰을 때다. 차기 보수 정권은 오히려 이 모든 과정을 수사농단과 사법농단으로 규정하고 공수처를 활용해 처벌하려 들 것이다. 복수혈전인 셈이다.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사 청산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 이것을 모두 털어내고 가려 했다. 국민 통합 차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공약했고 이를 지켰다. 문 대통령도 통합과 협치를 자주 언급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과거사를 소환한다. 급기야 스스로 검찰개혁 적임자로 임명한 윤 검찰총장은 물론, 그 사단까지 몰아내지 못해 조바심이 나 있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누구까지 몰아내야 적폐청산이 완료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적폐 세력을 공격하는 동안 본인들이 저질러온 적폐가 하나둘 불거지는 요즘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 마음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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