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0

2020.05.22

전라북도의 숨결을 담은 전통식품

‘국가지정 식품명인 10인의 정성’이 ‘건강’을 전한다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0-05-22 1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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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기다림의 미학, 입안 가득 솔잎 향
    벽암스님의 송화백일주

    애주가 사이에서 평생 곁에 두고 마시고 싶은 술로 소개되며 귀한 대접을 받는 ‘송화백일주’는 수왕사 주지에게만 전승된다. 12대 전승자이자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1호 벽암스님에 이어 13대 전수자 조의주 씨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송화백일주는 주원료인 송홧가루, 송순, 솔잎을 채취하는 일부터 정성이 꽤 들어가는 데다, 원료도 많지 않아 마음대로 빚어낼 수 있는 술이 아니다. 더욱이 3년이라는 긴 숙성 기간이 필요하며, 땅속에 묻은 채 서서히 발효·숙성시키는 전통주다. 정성 가득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1년에 2000병으로 제한해 빚고 있으며, 사람들의 기(氣)를 다스리는 정신문화의 한 장으로 민속주 법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여름밤의 초승달을 머금다
    조정형 명인의 이강주

    ‘고아내려 만든다’는 뜻으로 이강고(梨薑膏)로 불리던 ‘이강주(梨薑酒)’는 조정형 명인 가문에서 내려오는 가양주다. 수많은 비법으로 빚어낸 이강주는 이름 그대로 전통 소주에 배와 생강은 물론 울금과 계피, 꿀 등이 들어가며, 이를 6개월 이상 숙성시켜야 만들어진다. 연한 노란색을 띠고, 과음해도 숙취가 전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주 제조법 계승자 중 생존해 있는 마지막 ‘1세대 주조 명인’이 만든 만큼 맛과 건강에도 일품이다.

    I 전주의 마음을 가득 담은 ‘가족회관’
    김년임 명인의 전주비빔밥

    비빔밥 명가로 불리는 ‘가족회관’의 김년임 명인은 단순한 비빔밥이 아닌, 전통을 담은 ‘전주비빔밥’을 고수하며 먹는 이에게 따뜻한 정을 나눠주고 맛의 고장 전주도 알리고 있다. 특히 한국 고유의 오방색을 띠는 20가지 재료가 질서정연하게 어우러진 비빔밥이 방짜유기에 담겨 나오면 먹기 아깝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는 김 명인의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다. 현재 딸인 양미 씨가 엄마의 정성 가득한 장인정신을 배워 전주비빔밥을 통해 전주의 맛을 알리고 있다.

    자연을 담아 건강을 지킨다
    임장옥 명인의 감식초

    건강이 악화됐던 임장옥 금계식품 대표는 집안에서 담그던 전통 감식초의 효능을 몸소 체험하고 이를 널리 알리고자 발 벗고 나섰다. 감식초는 항암성분인 타닌의 함량이 높은 먹시감에 누룩을 넣어 술을 만든 후 3년 이상 자연숙성 및 발효시켜 만든다. 임 명인은 음식이 건강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여전히 먹시감을 유기농, 무농약으로 직접 재배하고 있으며 최소 3년 이상 걸리는 자연숙성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I 홍삼 박사의 모든 것이 담겼다
    송화수 명인의 홍삼

    ‘송화수 홍삼’은 홍삼으로 유명한 전북 진안군에서 만들어진다. 진안은 평야가 아닌 고원으로, 오염되지 않은 토양과 고산성 기후 덕분에 생태적 선택성이 강한 인삼이 생육하는 데 최적인 환경이다. 송화수 홍삼을 만든 홍삼 박사 송화수 명인은 수삼을 홍삼으로 제조할 때 고유 성분이 유실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좋은 성분을 다 붙잡아두는 식품명인 제44호가 만든 송화수 홍삼은 코로나19로 면역력 강화에 힘써야 할 요즘 건강식품으로도 제격이다.



     대나무의 곧은 마음 그대로
    송명섭 명인의 죽력고

    청죽을 마디마디 자르고 여러 조각으로 쪼갠 뒤 항아리에 넣어 사나흘간 불을 지피면 대나무에서 죽력이라는 진액이 나온다. 쌀과 누룩을 섞어 30일간 저온 발효시켜 술덧을 완성한 뒤 죽력이 담긴 항아리에 댓잎, 솔잎, 생강, 석창포, 계심을 넣어 사나흘간 재운다. 재운 약재를 소줏고리에 넣고 대나무 가지로 입구를 막는다. 술덧을 부은 뒤 소줏고리를 얹고 약한 불에서 6~8시간 증류하면 ‘죽력고’가 된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48호이자 전북무형문화재 제6-3호인 송명섭 태인양조장 명인의 열정이 담긴 죽력고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맛과 향도 느껴보자.

    진짜배기 장맛을 아는가
    윤왕순 명인의 천리장

    ‘천리장’은 ‘천 리 길을 들고 가도 상하지 않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식품명인 제50호로 지정된 윤왕순 명인이 직접 담근 천리장의 맛 비결은 간장이다. 전통방식 그대로 메주를 쑤고 잘 말려 곰팡이를 피운 뒤 간수가 빠진 소금물을 더해 숙성시킨다. 이를 깨끗이 거르면 천리장의 주재료인 달고 맑은 감청장이 만들어진다. 소 볼기짝살인 우둔살을 썰어 채반에 말린 뒤 삶고, 이를 가루로 만들어 감청장과 함께 가마솥에서 오랜 시간 졸이면 천리장이 완성된다. 비교적 간단해 보이지만 그 맛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다. 특히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탄생하는 맛이다 보니 이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I지금까지 이런 고추장은 없었다
    강순옥 명인의 찹쌀 고추장

    뚜렷한 일교차와 높은 습도라는 지리적 장점을 가진 전북 순창은 효모균 발효에 최적의 환경이다. 이 고추장의 고장에서 순창 기능인들이 인정한 명인이 있다. 바로 강순옥 명인이다. 순창의 수많은 고추장 기능인 사이에서 강 명인의 고추장이 유독 관심을 받은 이유는 ‘깊은 맛’과 ‘차별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추장을 담글 때 찹쌀풀을 넣지만 명인의 고추장에는 찹쌀밥이 들어간다. 특히 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인 ‘메주 띄우기’는 그 누구의 손을 빌리지 않고 명인이 직접 하기에 장맛이 한결같이 깊고 진하다.

    찐득하게 옛 맛을 지켜간다
    원이숙 명인의 옛날 쌀엿

    원이숙 명인은 30년간 전통의 맛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으로 똑같은 맛과 품질을 유지하며 쌀엿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원 명인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직하게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전통방식을 고수한다. 전통 쌀엿은 설탕이나 물엿, 감미료를 일절 넣지 않고 오롯이 질 좋은 쌀과 엿기름만으로 맛을 낸다. 무엇보다 엿의 맛은 어떤 엿기름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엿기름을 직접 만든다. 명인으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정성을 다해 만든 쌀엿은 옛 맛을 그대로 유지하며 전통문화도 이어가고 있다.

    엄마의 손맛 그대로 순창고추장의 맥을 이어
    조종현 명인의 고추장

    지난해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선정된 조종현 명인은 어머니인 전통 순창고추장 식품명인 제36호 문옥례 명인의 전수자로, 대를 이어 7대에 걸쳐 전통 순창고추장의 맛을 이어오고 있다. ‘순창고추장의 대모’로 불리던 어머니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은 조 명인의 고추장을 맛본 사람은 한결같은 그 맛에 꾸준히 찾고 있다. 문옥례 고추장의 비법은 재래간장에서 찾을 수 있다. 메주, 고추 등 어느 재료 하나 소홀히 다루는 법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소금에 가장 신경 쓴다고 한다. 이는 소금이 고추장뿐 아니라 장류의 맛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직하고 까다롭게 골라 준비한 재료와 오랜 세월을 거쳐 명인에게 전해진 비법, 최적의 조건이 만나 만들어진 고추장 맛은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매료시켜 한식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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