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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우한 폐렴에 전전긍긍하는 아베 일본 총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될 경우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 어려울 수도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우한 폐렴에 전전긍긍하는 아베 일본 총리

오는 7월 도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도쿄 신국립 경기장의 모습. [도쿄올림픽 조직위]

오는 7월 도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도쿄 신국립 경기장의 모습. [도쿄올림픽 조직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1896~1987)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차관과 상공대신을 지낸 기시 전 총리는 A급 전범으로 복역하다 불기소처분으로 석방됐다. 이후 1955년 자민당 초대 간사장을 거쳐 1957~1960년 총리를 역임하는 등 전후 일본 정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일본의 침략 전쟁을 인정하지 않았던 그의 목표는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후 체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1956년 총선에서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시 야당인 사회당의 약진으로 자민당은 개헌 발의 정족수인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아베 총리는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지금까지 외조부의 숙원이던 평화헌법을 개정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日, 도쿄올림픽 개최 계기로 경제부흥

1964년 도쿄 올림픽 개막식 때 성화주자의 모습. [도쿄올림픽 조직위]

1964년 도쿄 올림픽 개막식 때 성화주자의 모습. [도쿄올림픽 조직위]

아베 총리와 기시 전 총리의 또 다른 공통점은 도쿄올림픽이다.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했다. 기시 전 총리는 1959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했지만 미·일 안보조약 개정을 둘러싼 논란으로 1960년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결국 기시 전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주관하지는 못하고 개막식에 참석해 개회를 선언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아베 총리는 기시 전 총리의 손을 잡고 개막식에 갔다. 아베 총리는 항공자위대 항공기가 하늘에 오륜마크를 그리는 장면을 보면서 “이제부터 일본에서 뭔가 빛나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경제부흥에 성공하면서 독일을 제치고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베 총리는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20 도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아베 총리는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아베 총리로선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올림픽을 바탕으로 일본의 새로운 경제적 도약은 물론, 평화헌법까지 개정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1월 1일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레이와(令和·나루히토 새 국왕의 연호) 시대가 시작됐고 올해 도쿄올림픽이 열린다”며 “새 시대에 어울리는 새 헌법을 내 손으로 어떻게든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의 각종 인프라 구축과 효율적인 대회 운영을 위해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고 있다. 이에 따라 올림픽 예산이 당초 예상의 5배가 넘는 3조 엔(약 32조889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또 도쿄올림픽의 목표 가운데 하나로 방사능 오염 지역인 후쿠시마의 재건과 부흥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을 유치하는 등 경제적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중국 개인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했고, 중국 각지와 일본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항공편을 증설했으며, 숙박 시설도 대대적으로 늘렸다. 



하지만 요즘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점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도쿄올림픽(7월 24일~8월 9일)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최악의 경우 도쿄올림픽이 연기 또는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육상, 배드민턴 등 일부 종목의 올림픽 출전권 예선 대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미뤄져 일정에 변동이 생겼다.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도쿄올림픽에 찬물을 끼얹을까 몹시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각종 시나리오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들어갔다.


평화헌법 개정의 꿈

중국 여행객들이 도쿄의 한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고 있다. [니케이 아시안 리뷰]

중국 여행객들이 도쿄의 한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고 있다. [니케이 아시안 리뷰]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의 연기나 취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아베 총리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도쿄올림픽 개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착실하게 준비하고 적절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IOC도 도쿄올림픽의 취소나 일정 변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역대 하계올림픽은 제1·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때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취소된 적이 없다. 4년 전인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도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일부 선수가 출전을 포기했지만 대회는 큰 문제 없이 열렸다. 하지만 지카바이러스의 경우 매개체인 모기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과 접촉만으로 전염될 수 있어 일본에서 확산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 올림픽에는 선수단 1만1000여 명이 참가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에서 수백 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목표로 내걸었던 올해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 유치는 이미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유커(游客·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일본 관광이 급격히 줄고 있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유커의 예약 취소가 3월까지 4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한 달 평균 80만 명이었다. 1월 27일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해외 단체관광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모두 959만 명으로 국가별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 중 개별관광객이 60%, 단체관광객이 40%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갈수록 확산하면서 중국인 개별관광까지 대폭 줄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SMBC닛코(日興)증권은 유커의 일본 여행 중단이 6개월간 이어질 경우 중국인의 일본 내 지출이 2950억 엔(약 3조2341억 원)이나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SMBC닛코증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각국으로 계속 확산하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에 가려던 외국인들이 방문을 꺼리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관광산업 타격은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일본 경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일본 민간연구소 노무라소켄(野村總硏)은 이 경우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0.45%에 해당하는 2조4750억 엔(약 27조3072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도쿄올림픽이 실패한다면 아베 총리가 추진하려던 개헌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리더십도 크게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2021년 9월까지다. 아베 총리는 이때까지 반드시 개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도쿄올림픽이 실패할 경우 그 전에 물러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에선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다면 ‘최장 3연임 9년’으로 규정된 당 총재 임기를 바꿔 아베 총리가 4연임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과 관계 개선도 불투명

마스크를 쓴 중국 관광객들이 도쿄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Japan Times]

마스크를 쓴 중국 관광객들이 도쿄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Japan Times]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추진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4월 일본 방문도 무산될 수 있다. 시 주석은 4월 초 일본을 국빈 방문해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나루히토 국왕을 예방할 계획이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중국과 관계 개선을 주요 외교 목표로 설정하고 시 주석의 방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의 걸림돌인 동중국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더욱 확산할 경우 시 주석의 방일이 연기 또는 취소될 수도 있다. 물론 양국 정부는 시 주석의 방일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유동적이다.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자신의 야심을 실현할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주간동아 2020.02.21 1227호 (p26~28)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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