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

여대생들 용돈, 어디 쓰나 봤더니

  • 오수빈 강릉원주대 법학과 1학년

    tnqls4538@naver.com

    입력2019-12-1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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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바나’는 ‘사회를 바꾸는 나,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컨버전스 뉴스랩(News-Lab)으로, 대학생들의 기고도 싣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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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섭과 규제를 과감히 뿌리치는 젊은이들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통제가 있다. 바로 돈이다. 돈이 없으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못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님 장학금’부터 알바(아르바이트)로 번 푼돈까지, 돈을 좀 모았다 싶어도 통장은 금세 ‘텅장’이 돼버린다. 머리를 굴려 폼 나게 짠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대학생은 어떻게 돈을 모으고 어디에 쓸까. 전국 300만 명 넘는 여대생의 소비 패턴은 각양각색일 것이다. 그중 일부를 엿보고자 1, 2학년 여대생 7명의 10월 한 달간 지출내역을 분석하고 인터뷰를 해봤다. 

    먼저, 돈은 어디서 나오고 한 달 용돈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여대생 7명 모두가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고 있었다. 그중 2명은 알바도 했다. 월 용돈 수준은 약 30만 원이 4명, 10만~20만 원이 3명이었다. 평균 24만 원으로 볼 수 있겠다. 

    돈을 쓰는 곳 1위는 카페와 술집이었다. 금액도 가장 컸고 지출 건수도 가장 많았다. 학기 중이라 여행비보다 많이 나온 듯하다. 2위는 영화관과 노래방.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혼자 또는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가거나 코인노래방을 찾은 흔적이 여대생들의 휴대전화 가계부에 남아 있었다. 영화관에 가려면 인당 1만 원은 잡아야 한다. 코인노래방은 3곡에 1000원인 곳을 찾아가는데, 방문 횟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3위는 옷 구매. 계절이 바뀔 때 한 벌씩 사는 여대생이 많았다. 학생에게 거액인 3만~4만 원이 한 번에 나가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개별 인터뷰를 통해 용돈 사정을 상세히 들여다봤다. 소비 패턴의 차이가 두드러진 자취생, 통학생, 기숙사생으로 유형을 나눴다.



    자취생, 아껴도 ‘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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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민제(20·한라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 씨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 생활을 한다. 알바로 돈을 벌기는 한다. 그러나 월세와 관리비를 내야 하고, 밥을 먹으려면 장도 봐야 한다. 대학생이 됐으니 마음에 드는 옷도 ‘미친 듯이’ 사고 싶은데, 식비와 생활비 부담 때문에 매일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닌다. 

    권씨는 “알바비가 들어와도 통장에 돈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텅장’이 되고 만다”며 “지출이 많으니 돈을 모으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가끔은 그냥 물만 먹고 살면 식비가 들지 않겠지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이모(21·서울시립대 세무학과 2학년) 씨는 대학 입학 직후부터 학교 근처에서 자취 생활을 하고 있다. 부모의 지원으로 전세를 사는 덕분에 월세 부담은 없다. 하지만 자취하면 식비가 많이 나가지 않을 것 같았는데, 친구들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음식을 시켜 먹거나 밖에서 사 먹는 일이 많다 보니 예상 밖으로 식비 부담이 커졌다. 

    이씨는 “서울로 진학해 그동안 충격만 먹었다”고 표현했다. 서울 전셋값 수준에 놀라 1차 충격을 먹었고, 학기 초 동기들이랑 밥과 술을 먹었더니 지갑이 납작해져 2차 충격을 먹었다고 한다. 2학년이 된 지금도 생활비에 쪼들리다 보니 3차 충격이 길게 가고 있다고. 

    “매일 충격만 먹으면서 대학 생활을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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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지(20·강릉원주대 관광경영학과 1학년) 씨는 교통비와 식비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집이 있는 동해시에서 학교가 있는 강릉시까지 시외버스로 통학하다 보니 한 달 교통비만 16만 원이 나온다. 오전 수업 후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도 식비가 7만 원에 이른다. 교통비와 음식 값이 올라 통학생의 지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씨는 “통학러(통학생)라고 하면 다들 ‘부럽다’고 하는데, 통학러의 삶은 정말 힘들다”고 말한다. 

    “게다가 장거리 통학이어서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데도 비용은 비용대로 드네요.” 

    집과 학교가 같은 지역에 있는 통학생의 부담은 좀 적을까. 오윤지(21·강원대 사회학과 2학년) 씨는 “통학한다고 돈이 적게 드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학교와 집이 아주 가까운 것도 아니어서 수업 사이에 집에 가 식사를 하고 올 수도 없다. 오씨는 “집과 학교가 같은 지역에 있다 해도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닌 이상 비용이 적잖게 든다”고 말한다. 매일 시내버스 또는 택시를 타고 다니는데, 교통비만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는 것이다. 

    “통학생은 집밥만 먹고 다니는 걸로 아는데, 전혀 아니에요. 매일 밖에서 사 먹어 정말 돈에 쪼들린다고요!”

    기숙사생, 술값 벌려고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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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진(21·강릉원주대 회계학과 1학년) 씨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기숙사 식당을 이용한다. 부모의 지원을 받는 기숙사비에 식대가 포함돼 있어 식비 부담은 덜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메뉴가 나오거나 친구와 함께 식사할 일이 생기면 그만큼 추가 식비가 든다. 흔치 않은 것 같은데도 한 달을 모아보면 금액이 꽤 된다. 기숙사는 친구들이 항상 함께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커피나 술에 손이 가고, 이렇게 나가는 돈이 용돈의 4분의 3이나 된다. 

    이씨는 “강의실과 기숙사가 가까워 좋긴 하지만, 어느 순간 밖에 나가 식사하는 데 익숙해져버렸다”며 “외식하면 커피 값까지 추가돼 지출이 급증한다”고 자책했다. 지출이 늘어나면 알바를 해야 한다. 어찌 보면 술값, 커피 값을 위해 알바를 하는 셈이다. 

    “잠깐 방심하면 식비, 커피 값, 술값으로 20만 원을 쓰는 기적을 볼 수 있죠.” 

    식당 없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이지(20·경동대 유아교육학과 1학년) 씨는 대학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강제로 컵밥 마니아가 됐다. 다른 기숙사생들과 함께 주말에 마트에 가 2주치 식량을 사온다. 하나에 3500원인 컵밥을 10개, 1500원짜리 큰 컵라면 5개만 사도 4만 원이 넘는다. 

    ‘컵’ 소리에 괴로울 때쯤 그냥 굶기도 하지만, 간혹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밖에 나가 사 먹곤 한다. 이러면 순식간에 한 달 식비만 15만 원가량이 나가버린다. 이씨는 “기숙사 생활에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갈지 예상치 못했다”며 “내년에는 친구들이랑 원룸을 구해 같이 생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대생들이 쉽게 공개하지 않는 소비 패턴을 들여다보니 ‘야, 나두’ 형이 많은 듯했다. 어느 세대라도 유행을 포기하며 살지는 않았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돈 있을 때는 나도 너처럼 쓴다’는 기질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여대생들에게는 가계부 애플리케이션(앱)과 생활비 또는 달력 앱을 추천한다. ‘툭하면 술자리, 만나면 커피나 배달 야식, 질러 쇼핑’도 이젠 끝이다. 연말 반성을 거쳐 새해에는 미니멀 소비로 가겠다는 결심도 다져본다. 여대생들도 더 큰 자유를 누리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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