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97

2019.07.12

사회

강원랜드, 자체 제작 슬롯머신 브랜드 KL Saberi로 재도약

신사업 전초기지 ‘사배리’ 브랜드, 세계에 알려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9-07-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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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G2E Asia - KL Saberi 부스. [사진 제공 · 강원랜드]

    2019 G2E Asia - KL Saberi 부스. [사진 제공 · 강원랜드]

    강원 태백시 문곡동에 ‘사배리(里)’라는 마을이 있다. 생소한 지명이지만, 인근에 위치한 강원랜드에게는 꽤나 중요한 사업상 요충지다.

    강원랜드는 2017년부터 새로운 사업을 벌였다. 카지노 운영을 넘어 카지노 게임용 기기를 만들어 파는 계획이다. 단순한 카지노 게임용 기구가 아니다. 정보기술(IT), 3차원(3D) 그래픽 등 신기술이 집약된 제품 제조·판매 사업이다. 그리고 그 게임 생산 기지가 바로 사배리에 있다.

    2017년 2월 강원랜드 본사에서 시작된 강원랜드 슬롯머신 제조 사업은 같은 해 6월 사배리로 사업지를 옮겼다. 이곳에서 만들기 시작한 제품은 슬롯머신. 6개월 만에 가시적 성과가 나왔다. 그해 12월 자체 개발한 슬롯머신 ‘부채춤77’과 ‘노인의 보물’ 등 2종이 호주 BMM사로부터 카지노 슬롯머신 국제표준인 GLI(Gaming Laboratories International)-11 인증을 획득했다. 이 인증은 3개월 동안 400여 가지의 항목을 충족하고 3억 회 이상 테스트를 통과해야 할 정도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BMM사는 미국 GLI사와 함께 슬롯머신 국제인증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강원랜드가 신사업에 도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카지노 부문 외에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서고, 둘째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다. 기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전부 국산이나 지역 업체가 납품하는 것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고용 증대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해외에서 생산되는 슬롯머신을 국내에서 제작하면 지역 고용 창출에 이바지하는 것은 물론, 외화 유출 방지 효과도 있다. 더 나아가 해외 수출로 외화까지 획득한다면 강원랜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손색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배리, 강원랜드의 새 먹거리 만든다

     ‘KL Saberi’ 초기 개발 모습(왼쪽). 강원랜드의 자체 개발 슬롯머신 ‘부채춤 77’. [사진 제공 · 강원랜드]

    ‘KL Saberi’ 초기 개발 모습(왼쪽). 강원랜드의 자체 개발 슬롯머신 ‘부채춤 77’. [사진 제공 · 강원랜드]

    강원랜드는 현재 총 1360대의 슬롯머신을 운영하고 있다. 7년을 주기로 슬롯머신을 교체하는데, 여기에만 매년 40억 원가량 예산이 든다. 현재 강원랜드 카지노에는 20대의 ‘KL Saberi’ 슬롯머신이 배치, 운영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140대를 추가로 교체할 예정이다. 

    강원랜드처럼 카지노 운영회사가 슬롯머신을 직접 개발, 생산하는 업체는 오스트리아 ‘노보메틱’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 같은 카지노 운영회사는 극소수다. 

    자체 슬롯머신 개발 사업의 가능성을 엿본 강원랜드는 지난해 6월 본격적인 슬롯머신 제조 사업에 나섰다. 가장 먼저 슬롯머신 브랜드를 만들었고, 브랜드명을 사업지가 있는 사배리의 이름에서 딴 ‘KL Saberi’로 정했다. ‘Saberi’는 페르시아어로 ‘인내, 꿋꿋함’이라는 뜻으로, 강원랜드가 슬롯머신의 국산화를 위해 꿋꿋이 걸어온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KL Saberi’는 2018년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G2E(Global Gaming Expo) Las Vegas’에도 참가했다. G2E는 카지노 관련 업체와 제조사 등이 참가하는 세계 4대 게이밍 전시 행사 가운데 하나다. 강원랜드는 이 박람회에 카지노업체가 아닌 기기 제조업체 자격으로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부채춤77’ ‘노인의 보물’ ‘남사당놀이’ ‘강시’ ‘럭키스트 파이브’ 등 5종의 자체 개발 기기를 선보이며 ‘KL Saberi’의 이름을 세계 카지노업계에 알렸다. 

    이렇게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KL Saberi’는 지난해 12월 대구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 ㈜골든크라운과 기기 6대의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날 강원랜드는 ㈜골든크라운, ㈜화성시스템, ㈜JT사와 슬롯머신 개발에 대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업무협약을 통해 강원랜드는 ㈜골든크라운과 기기 판매 후 운영, 기기 수리 전문인력 교육 등을 통해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일본 게임기기 하드웨어 제조사인 ㈜JT와는 전략적 기술 제휴를 맺고 향후 다양한 슬롯머신 개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해 일본시장 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KL Saberi,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은 품질

    2019 G2E Asia에서KL Saberi는 최우수인기제품상을 수상했다. [사진 제공 · 강원랜드]

    2019 G2E Asia에서KL Saberi는 최우수인기제품상을 수상했다. [사진 제공 · 강원랜드]

    올해 5월 마카오에서 열린 2019 G2E Asia에서는 ‘여인천하’ ‘알라딘’ ‘헤라클래스’ ‘행운의 모험’ ‘모토크로스’ 등 신규 테마 5종을 추가로 선보였다. 특히 여인천하 게임 테마 주인공이 등장하는 포토존과 슬롯머신 속 게임 테마를 가상현실로 즐기는 VR(가상현실)존이 관람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COD(City Of Dream), 베네시안, 윈 등 마카오를 대표하는 대형 카지노 관계자들이 강원랜드 부스를 방문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각국 카지노 관계자들도 ‘KL Saberi’ 슬롯머신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게이밍 전문잡지 ‘아시아게이밍브리프(AGB)’, 게이밍 관련 전문방송 CA 등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이어졌다. 강원랜드 부스를 찾은 한 해외 바이어는 “‘KL Saberi’ 슬롯머신은 20년 가까이 카지노를 운영한 노하우가 축적된 제품으로, 다른 업체의 기기들과는 구별되는 특장점이 있다. 한국 공기업이 만든다는 점도 신뢰도 측면에서 큰 메리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G2E Asia 운영위원회가 전시에 참가한 300여 개의 부스 가운데 박람회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통해 뽑은 ‘방문객이 선정한 최우수 인기제품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한편 문태곤 강원랜드 대표이사는 1월 동남아시아 관광객 유치를 위한 싱가포르 출장에 나섰다. 출장 당시 문 대표는 현지 카지노를 보유한 리조트월드센토사의 체스터 츄아 부사장을 만났다. 강원랜드의 자체 개발 슬롯머신 ‘KL Saberi’의 수출을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는 ‘KL Saberi’ 슬롯머신을 소개하는 등 츄아 부사장과 기본 협의를 진행했으며, 판매 계약 등을 위한 후속 업무를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강원랜드와 RGB 임직원들이 슬롯머신 공급계약 체결을 하고있다. [사진 제공 · 강원랜드]

    강원랜드와 RGB 임직원들이 슬롯머신 공급계약 체결을 하고있다. [사진 제공 · 강원랜드]

    4월 강원랜드는 해외 수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동남아시아 최대 슬롯머신 유통사인 RGB와 슬롯머신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1986년 설립된 RGB는 종업원 500여 명이 일하는 기기 전문 유통사로, 주요 판매지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주요 9개국이다. 공급 기간은 총 2년. 강원랜드는 아시아지역 카지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RGB와 공급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KL Saberi’ 슬롯머신의 해외 판매망을 구축했다. 

    강원랜드는 2020년 유럽과 일본에서 판매망을 구축한 뒤 2021년 중남미, 2022년 미국과 캐나다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2031년까지 전 세계 슬롯머신 시장점유율의 약 2%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최근까지 슬롯머신을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번 공급 계약 체결을 계기로 지속적인 자체 생산과 해외 판로 개척을 통해 국내 제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도모하고 더 나아가 고용 창출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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