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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급가속 붙은 국회, 청년목소리 집어삼켰다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고령화 급가속 붙은 국회, 청년목소리 집어삼켰다

  • ● 국회의원 정원 300명 중 30대 연령 2명뿐
    ● 말잔치에 그친 청년 육성책, 20대 목소리는 아예 실종
7월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장. [동아DB]

7월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장. [동아DB]

고령화로 대한민국이 늙고 있다지만 국회는 더 빨리 늙고 있다. 20대 국회가 꾸려진 2016년 당선인들의 평균 연령은 55.5세. 이들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에는 59.5세가 돼 환갑에 육박한다. 의회 고령화 추세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각국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도 줄곧 오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국회는 이를 감안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과 국민 평균 연령이 비슷한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더욱 확연하다. 

국회의원은 여느 직군과 달리 전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다. 그렇기에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할 젊은 국회의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높아지는 평균 연령과 반대로 2030세대의 국회 입성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영미권과 유럽 일대에서는 30대 장관이나 총리도 심심찮게 보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장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의원, 한국에서 2번째로 나이 든 직업군

고령화 급가속 붙은 국회, 청년목소리 집어삼켰다
2016년 20대 총선 당선인들의 평균 연령(55.5세)은 역대 최고였다. 1954년 3대 국회 이후 국회의원 당선인들의 평균 연령은 가파르게 올랐다(그래프1 참조). 1996년 15대 국회에서 54세로 최고점을 찍었고, 16대 국회부터는 상승세가 둔화했다. 18대 국회에서는 53.5세로 평균 연령이 소폭 감소했으며, 19대 국회만 해도 당선인 평균 연령은 53.9세였다. 

2020년이면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9.5세, 국회의원이 대부분 각 분야에서 일정 성과를 낸 전문가라는 점을 감안해도 20대 국회의 고령화는 심각한 편이다. 경륜을 갖춘 대기업 임원들의 평균 연령과 비교해도 그렇다. 인터넷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4월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임원 3386명의 연령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연령은 52.9세로 국회의원에 비해 5세 넘게 어렸다(그림 참조). 

각 기업은 임원이나 사장단의 평균 연령을 낮추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사장단과 임원진의 평균 연령은 2년 전에 비해 낮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임원의 평균 연령은 50.4세. 2016년 말에 비해 0.1세 어려졌다. 사장단은 평균 57.9세로 2년 전에 비해 한 살가량 낮아졌다. 



헤드헌팅업계 관계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의 임원 평균 연령이 60세가 넘는다. 공기업 등 연공서열이 확실한 기업을 제외하면 실제 임원단의 평균 연령은 더 어릴 것이다. 낮은 연봉, 신사업 적응성 같은 문제로 각 기업이 임원의 나이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론 국회의원처럼 해마다 평균 연령이 오르는 직업군도 있었다. 대표적 예가 택시운전사. 카카오택시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택시운전사의 평균 연령은 53.4세(카카오택시 가입 기준)로 국회의원보다 젊은 편이다. 하지만 고령화 속도는 훨씬 빠르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택시운전사는 2011년 3만1473명에서 2015년 5만4773명으로 74% 늘었다. 이외에도 퇴직자들이 모이는 아파트 경비원이 평균 63세로, 국회의원보다 연령이 높은 직군이었다. 


고령화 급가속 붙은 국회, 청년목소리 집어삼켰다
한국과 국민 연령대가 비슷한 나라의 국회의원 평균 연령도 환갑을 바라보고 있을까. 국제의원연맹(IPU)이 지난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국민과 평균 연령이 비슷한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캐나다 등 5개국의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전부 한국보다 낮았다. 가장 연령이 높은 나라는 캐나다로 52세(그래프2 참조). 그 뒤를 영국(50.5세), 독일(49.4세), 프랑스(48.7세), 오스트리아(47.9세)가 이었다. 40세 이하 국회의원 비율을 보면 격차가 더 심하다. 한국은 0.66%로 178개 가입국 중 최하위였다. 중국과 미국도 하위권이지만 각각 5.61%, 6.67%로 한국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었다. 1위 덴마크는 41.34%로 한국에 비해 30대 국회의원의 비율이 62배 높았다.


일본보다 더 늙은 한국 국회

고령화 급가속 붙은 국회, 청년목소리 집어삼켰다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도 국회의원의 나이가 한국보다 젊었다. 2017년 기준 한국 인구의 중위연령은 40.8세.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위연령 1위로 46.3세였다. 일본 국회의원의 당선 평균 연령은 참의원 54.9세, 중의원 54.7세로 한국보다 어렸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이원재 KAIST(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의원직을 사실상 세습하는 등 기계적으로라도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하지만 한국은 86세대로 대표되는 50대가 사회,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패권을 잡고 있어 국회 내 세대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20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대였다(그래프3 참조). 20대 국회 연령별 당선인 수를 살펴보면 50대가 161명으로 가장 많고 60대가 그 절반 수준인 81명으로 2위였다. 40대 당선인은 50명이었으며 70대와 30대, 20대가 각각 5명, 2명, 1명이었다.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에 비하면 특히 50대의 비중이 두드러졌다. 19대 국회에서도 당선인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역시 50대(132명)였지만 40대 당선인 수도 90명으로 많은 편이었다. 30대 이하 당선인은 9명이었다. 


20대 국회에서 청년기본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젊은 의원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수민·김해영 의원,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뉴스1]

20대 국회에서 청년기본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젊은 의원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수민·김해영 의원,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뉴스1]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39세로 30대였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벌써 40대다. 같은 당 김수민 의원도 당선될 때는 30세였고, 지금은 33세다. 현재 30대 이하 연령층은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까지 2명이 전부. 현재 국회(정원 300명) 안에서 30대 연령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만한 의원의 비중은 0.6%에 불과한 셈이다.

40대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19대 총선 당시 90명이던 이 연령층이 20대 총선을 거치면서 50명으로 대폭 줄었다. 국회 관계자는 “2004년부터 50대 의원들이 국회의 핵심 연령대로 부상한 이후 지금까지도 의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 때마다 각 당은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겠다고 밝힌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활동하는 청년 정치인은 드물다. 청년 정치인 육성 정책이 말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청년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을 앞으로 배치하거나, 당선에 유리한 지역구에 전략 공천하는 등 전위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처럼 ‘약속된 자리’는 당 내 주도권을 쥔 중년층 의원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2030세대의 지역구 공천은 가물에 콩 나듯 희박했다. 그 결과 김해영 의원만 지역구에서 당선했으며 김수민 의원과 신보라 의원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정당 관계자는 “청년 육성책이라지만, 공천이나 비례대표에서 배려받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 정치 신인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길이 막힌 것 같아 답답하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는 ‘젊은 지도자’ 찾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뉴시스]

물론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원이 꼭 청년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국회에 젊은 국회의원이 적어 법안 심사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청년기본법. 지난해 이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김해영 의원은 “젊은 의원의 수가 워낙 적다 보니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눈을 돌려 미국과 유럽 등을 보면 30, 40대 정치 지도자가 심심찮게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만 39세 나이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같은 해 뉴질랜드에서는 37세의 저신다 아던이 총리직에 당선했다. 올해 5월 러시아 재벌 스캔들로 퇴출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전 총리는 2017년 31세에 총리직에 앉았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오른쪽)와 함께한 문재인 대통령. [동아DB]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오른쪽)와 함께한 문재인 대통령. [동아DB]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15개국 정상의 연령이 30, 40대였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연령이 한국과 같거나 더 높은 국가는 도널드 트럼프(73)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70) 이스라엘 총리, 세바스티안 피녜라(70) 칠레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6) 멕시코 대통령 등 4개국뿐이다. 

젊은 리더들의 국정운영 실적은 어떨까. OECD 집계에 따르면 30, 40대 지도자를 둔 15개 회원국의 지난해 평균 경제성장률은 2.9%로, 60세 이상이 국가를 이끄는 12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2.7%)보다 높았다.


“조기 등용 시스템 도입해야”

이처럼 주요 선진국의 정치인이 한국에 비해 젊은 이유는 인재 등용 시스템의 차이 때문이었다. 정부와 정당이 조기 인재 등용 시스템을 운영해 청년층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7세에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뒤 경제장관에 오르며 국정 경험을 쌓았다. 마크롱 정부의 디지털 경제 담당 국가비서(장관급)인 세드리크 오(한국명 오영택) 역시 37세로 30세에 올랑드 전 대통령의 보좌진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국내에서도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바라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 6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오픈서베이가 전국 성인 남녀 1038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반의 응답자가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정치개혁 부문’에서 ‘정치권 세대교체’를 꼽았다. 같은 조사에서 ‘국회에서 가장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부문’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47.3%가 ‘청년’을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단순히 청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보다, 늙은 세대에게 유리한 선거 및 공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2019.07.12 1197호 (p22~26)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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