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9

2021.03.05

주얼리 하우스로 동물들이 들어왔다

성스러운 기운 가득한 ‘동물의 왕국’

  • 민은미 주얼리 콘텐트 크리에이터

    mia.min1230@gmail.com

    입력2021-03-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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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의 
‘흰 소’.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이중섭의 ‘흰 소’.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화가 이중섭(1916∼1956)은 ‘소의 화가’로 불릴 만큼 소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어릴 때부터 소의 커다란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행복했다고 하니, 소의 화가라는 별명이 과장은 아니다. 그는 사물을 오랫동안 관찰해 그리기로 유명했다. 한번은 소를 얼마나 오랫동안 관찰했던지, 소 주인이 그를 소도둑으로 의심해 경찰을 불렀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이중섭의 이런 관찰력 덕분에 우리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중섭의 소 그림을 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소를 소재로 한 이중섭의 대표작은 ‘흰 소’ ‘황소’ ‘싸우는 소’ ‘소와 어린이’ 등이다. 

    “신혼집 마당에서 마사코(이중섭의 일본인 아내)가 키운 ‘닭’은 ‘소’에 이어 내가 그릴 수 있는 익숙한 ‘내’가 되었다.” 이중섭의 말이다. 그의 작품 소재는 이처럼 소와 닭, 그리고 어린이와 가족이 주를 이뤘다. ‘투계’ ‘닭과 가족’ ‘길 떠나는 가족’처럼 수많은 은지화(담뱃갑 속 은지에 송곳으로 눌러 그린 그림)를 보면 그의 작품은 향토성을 강하게 띠고 있으며, 동화적이고 동시에 자전적(自傳的)이다. 대표작 ‘황소’는 고개를 들어 울부짖는 듯한 소의 모습이 붉은 바탕과 대비돼 강렬함을 표출한다. ‘흰 소’는 거친 붓질로 머리와 꼬리를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1989년 우표로도 나왔을 만큼 유명하다. 이중섭의 그림에 특히 자주 등장하는 흰 소는 그의 자화상이다. 한국 토종 소인 황소를 흰색으로 표현한 이유는 백의민족을 상징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신축년에 등장한 소 모티프 주얼리

    골든듀에서 선보인 소띠 골드바. [골든듀]

    골든듀에서 선보인 소띠 골드바. [골든듀]

    올해는 신축년(辛丑年)이다. 신축에서 신(辛)은 백색, 축(丑)은 소를 의미한다. 바로 ‘흰 소의 해’인 것이다. 이중섭의 ‘흰 소’를 소환한 이유다. 화가 이중섭이 소를 보면 마냥 행복했던 것처럼 우리도 다양한 동물과 교감하며 함께 살아간다. 주얼리 세계에서도 동물과의 교감이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약 100만 종에 이르는 동물이 주얼리로 변신해 동물의 왕국이 펼쳐지고 있다고 하니, 주얼리업계를 동물의 왕국이라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국내 파인주얼리 브랜드 골든듀는 2021년 신축년을 맞아 소띠 골드바 2종을 1월 2일부터 전국 백화점에서 선보이고 있다. 홍콩 주얼리 브랜드 주대복은 소를 모티프로 한 펜던트, 팔찌, 반지 등으로 이루어진 새해 액세서리 컬렉션을 출시했다. 

    주얼리 제품 속 여유롭고 유유자적한 소의 모습은 힘, 우직함, 성실함의 상징이다. 주얼리 브랜드에서 새해를 맞아 선보인 다양한 소 모티프 제품들은 ‘상서로운 기운이 물씬 일어나는 해’이길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쇼메 ‘아프리카의 보물’ 컬렉션

    쇼메 ‘에스피에글르리’ 
동물 브로치 중 얼룩말, 기린, 플라밍고(왼쪽부터). [쇼메]

    쇼메 ‘에스피에글르리’ 동물 브로치 중 얼룩말, 기린, 플라밍고(왼쪽부터). [쇼메]

    쇼메 ‘에스피에글르리’ 
동물 브로치 중 
코끼리, 개미, 사자(왼쪽부터). [쇼메]

    쇼메 ‘에스피에글르리’ 동물 브로치 중 코끼리, 개미, 사자(왼쪽부터). [쇼메]

    주얼리 세계에서는 소뿐 아니라 사자, 원숭이, 말, 새 등 다양한 동물이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 주얼리 하우스 쇼메의 ‘아프리카의 보물’ 컬렉션은 대표적인 동물 모티프 주얼리로 손꼽힌다. 아프리카에서 주얼리는 권력과 아름다움, 선망의 상징이다. 부적으로 사용되는 한편, 수백만 가지의 착용 방법이 개발되기도 했다. 

    쇼메는 케냐의 젊은 예술가 에반스 엠부구아(Evans Mbugua)와 협업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의 재발견을 시도했다. 주얼리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한다는 평을 받는 에반스 엠부구아는 ‘아프리카의 보물’ 컬렉션 중 ‘에스피에글르리(Espie‵gleries)’라는 서브 컬렉션을 통해 동물의 세계를 표현했다. 

    에반스 엠부구아에 의해 탄생한 제품은 6개의 동물 브로치다. 얼룩말, 기린, 플라밍고, 코끼리, 개미, 그리고 사자가 주인공이다. 작품 속 사자는 달콤한 낮잠을 즐긴 뒤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몸통은 사파이어와 옐로 사파이어로 뒤덮였고 꼬리 끝에는 0.8캐럿 다이아몬드가, 발끝에는 핑크 사파이어가 장식돼 있다. 

    핑크 오팔로 제작된 코끼리는 긴 코로 아름다운 보석 꽃다발을 감고 있다. 몸통은 에나멜, 입과 꼬리는 검은색 오닉스로 장식된 얼룩말의 등에는 금빛 재간둥이 원숭이가 앉아 있다. 기린은 록크리스털로 이루어진 하얀 구름을 뚫고 나올 정도로 긴 목을 갖고 있다. 사랑에 빠진 가냘픈 다리를 가진 두 마리의 분홍 플라밍고는 핑크 오팔과 검은색 오닉스로 부리 끝을 표현했다. 개미들은 감미로운 향과 맛을 지닌 과일 사이를 곡예하듯 넘나든다. 


    쇼메 ‘아프리카의 보물’ 컬렉션 워치. [쇼메]

    쇼메 ‘아프리카의 보물’ 컬렉션 워치. [쇼메]

    쇼메는 주얼리뿐 아니라 손목 위 시계에도 동물의 왕국을 표현했다. 화려한 앵무새는 즐거운 모습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으며, 뱀은 머리 위에 앉아 있는 개구리와 함께 여유를 즐기고 있다. 또 다른 시계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기린 한 쌍 위로 3마리의 새가 날고 있다. 12시를 알리는 표시판은 별 모양의 옐로 사파이어로 장식했다.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정취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야 하는 2021년 신축년이 시작되자 ‘우보천리(牛步千里)’하자는 덕담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보천리는 소의 걸음처럼 매우 느릿하지만, 꾸준히 가다 보면 천 리 길을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소처럼 올해를 우직하게 살아가다 보면 코로나19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주얼리의 동물 컬렉션을 즐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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