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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웃음 동시 선사 일본인의 마음 흔들다
재일교포 감독이라는 수식어는 이상일 감독에게 불필요한 많은 족쇄를 채워놓는 것 같다. 영화 ‘훌라걸스’ 이전에는 일본 내에서도 이 감독의 지명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보통의 일본 관객들은 ‘훌라걸스’ 자막이나 포스터에서 감독 이름을…
20070320 2007년 03월 14일 -
혼돈과 단절의 세상 소통에 대한 깊은 사색
태초에는 인간의 언어가 하나였다. 인간이 하늘에 도전해 탑을 쌓아올리자 신이 분노하여 인간의 언어를 혼잡게 하고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셨다. 그리고 그들을 거기에서 온 땅으로 흩어버리시고 그 사이에 혼돈과 단절을 만들었다. 그런 …
20070313 2007년 03월 07일 -
전우를 위한 전쟁 역사는 사진에 속았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나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것을 다루는 도구가 곧 사진이다. 내 사진은 당신이 보지 않는 것을 표현한다. 모든 것은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됐다. 1945년 종군기자였던 조 로젠탈의 바로 그 사진. 마치 무…
20070227 2007년 02월 16일 -
삼류 화장실 유머로 일류 미국 똥침 놓기
프랑스 르네상스 시기의 최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에는 먹고 마시고 섹스하고 화장실 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주인공 팡타그뤼엘이 등장한다. 그는 소설에서 자신이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
20070206 2007년 02월 05일 -
지능 낮은 딸과 시한부 엄마 여성 관객 눈물샘 터뜨리기
죽어가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힘겹게 이야기를 잇는다. “아무것도 니 잘못이 아니야.”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그러자 일곱 살짜리 지능을 가진 딸이 어미의 육신을 흔들며 가냘픈 울음을 삼킨다. “엄마 일어나. 엄마 일어나.” 아, 손수…
20070123 2007년 01월 17일 -
순결했던 386 영혼의 타락 그리고 메마른 러브스토리
고백하건대 임상수의 영화는 내게 늘 뜨거운 감자였다. 개방적이고 당당한 여자들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성을 안주 삼는데 그 속에 나 같은 여자는 없는 것 같고, 엔카를 부르는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정신이 멍해지다가도 지식인이라면 응당 …
20070109 2007년 01월 08일 -
외모 지상주의 꼬집나, 부추기나
올해 세 번째다. 성형과 관련된 영화를 보는 것이. ‘신데렐라’, ‘시간’ 그리고 ‘미녀는 괴로워’. 살로 만든 명함인 얼굴을 찢고 뜯는 이 작업이, 무심한 기표의 변환이 스크린상에서 너무 쉽게, 초현실주의적으로 이루어져 오히려 더…
20061226 2006년 12월 19일 -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J.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쓰게 된 도화선은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고 한다. 병사들과 민간인들이 소리 없이 죽어가고 나치가 창궐하는 암흑의 세상을 목도한 톨킨은 ‘절대권력은 부패한다’는 메시지를, 반지를 버려야 하는 주인공의 여정…
20061212 2006년 12월 11일 -
게이 감독이 만든 게이들의 연애담
페미니즘 영화를 남성 감독이 만드는 것만큼이나 웃기는 일이, 동성애 영화를 이성애자 감독이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후회하지 않아’는 동성애를 도발적으로 내세웠던 ‘내일로 흐르는 강’이나 ‘로드 무비’의 연장선상에 있…
20061128 2006년 11월 22일 -
탄압·투쟁·희생·독립… 아일랜드 민중 ‘격랑의 삶’
사람들은 흔히 켄 로치를 ‘세상에 마지막 남은 좌파 감독’이라 부른다. 또는 ‘블루칼라의 시인’ ‘노동자들의 대변인’ ‘좌파 영화의 십자군’ 등등. 아직도 켄 로치는 자신의 영화 속에 ‘인터내셔널가’를 집어넣고 민중의 연대와 혁명의…
20061114 2006년 11월 13일 -
괴물과 요정 출몰사건 동화인가 팬터지인가
이 글을 읽는 독자 대부분은 어렸을 때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 적이 있을 것이다. ‘옛날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솔깃한 이야기를 듣다 스르르 잠든 기억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레이디 인 더 워…
20061031 2006년 10월 25일 -
사형수 男과 자살 미수女 상처 보듬고 애정 싹트고
나는 사형제도에 반대한다. 사형제도는 인간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 한번 죄를 지으면 그 죄값도, 그 인간의 영혼도 절대 변화하지 않으리라는 가정에 기초한 형법제도다.그러나 평론가이기에 앞서 임상심리학자로서 나는 너무나 많은 사람…
20060926 2006년 09월 21일 -
건달과 작부의 악다구니 연애담
‘육담’이라는 게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저속하고 품격이 낮은 이야기나 말’이라는 뜻으로, 직역하자면 육체의 언어쯤 될까.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피와 살과 욕과 정으로 빚어내는 징글맞은 연애담, 본능과 육체의 언어…
20060912 2006년 09월 11일 -
여자가 되고픈 소년 씨름판으로 가다
‘천하장사 마돈나’때는 1980년대. 마돈나의 노래 ‘Like a virgin’을 누군가가 듣고 있다. 황홀한 오후, 완전히 음악에 빠져서 대청마루에서 헤드뱅잉을 하는 꼬마. 그런데 정면을 보니 꼬마는 얼굴에 립스틱을 잔뜩 칠한 남…
20060829 2006년 08월 23일 -
발칙·황당·엽기 소녀 단세포 세상에 똥침 놓기
황당무계, 엽기발랄, 좌충우돌! 인터넷 만화로 시작해 공전의 히트를 친 ‘B급 달궁’(만화작가의 이름이다)의 ‘다세포 소녀’가 영화화됐다. 놀랍게도 감독은 ‘정사’ ‘스캔들’ 같은 선 곱고 섬세한 멜로를 장기로 하는 이재용 감독. …
20060815 2006년 08월 09일 -
파격적 性과 통렬한 풍자, 에로와 코미디는 동거 중
여느 때처럼 비디오테이프를 빌리러 비디오가게에 갔다가 그곳에서 한국계 포르노 배우로 유명했던 이승희의 ‘물위의 하룻밤’에 등장하는 누드 사진이 앞면을 장식한 이상한 비디오 하나를 발견했다. 제목은 ‘내 안의 남자’. 카피는 ‘그녀는…
20060801 2006년 07월 26일 -
상처받은 여자의 삶 죽거나 헤엄치거나
영화 ‘웨일 라이더’에서 뉴질랜드의 소녀는 고래 등을 타고 마을의 족장이 된다. 이마무라 쇼헤이의 영화 ‘간장 선생’에서 창녀 소노코는 마침내 작살로 고래를 잡는다. 그러나 파타고니아 해변의 창녀는 끝끝내 고래와 눈을 맞추고 바닷속…
20060718 2006년 07월 14일 -
어디선가 본 듯한 영상 이전투구 ‘조폭 잔혹사’
비열한 거리에 비가 내린다. 비열한 거리에 사내들의 주먹이 쏟아진다. 건달들의 붉은 결기가 도시의 시궁창을 헤맨다. 유하 감독이 돌아왔다. 거장 마틴 스코시즈의 영화와 같은 제목의 영화를 갖고서. 그러나 사시미 칼과 개싸움이 난무하…
20060627 2006년 06월 21일 -
촌철살인 유머의 칼로 일본 사회 전격 해부
한때 일본 애니메이션의 명가, 지브리 스튜디오의 이웃집에는 토토로라는 일본 도깨비가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지브리의 이웃에는 종잡을 수 없는 평범함으로 무장한 야마다군이 살고 있다. 예쁘고 탐스런 국화 대신 그 옆에 있는 작은 …
20060613 2006년 06월 12일 -
엉뚱한 만남, 우아한 상상 아슬아슬 사랑 고백
파트리스 르콩트의 영화에서 남자와 여자는 늘 우연한 계기로 그들의 시간이 겹치게 된다. 전작 ‘살인 혐의’에서 재봉사 이르는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하지만 살인자의 애인을 위해 끝내 입을 다문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의 미용사 마틸…
20060530 2006년 05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