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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 안티고네, 세월호
‘벨기에의 거장’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는 늘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만든다. 어쩌면 당연한 문제를 잊거나 무시하는 우리의 ‘편리한’ 망각과 이기주의를 되비추기 때문일 테다. 아이(자식)들이 방기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에 대한 무시(…
20170503 2017년 05월 02일 -
마이클 래드퍼드 감독의 ‘일 포스티노’
최근 국내에서 20여 년 만에 재개봉한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우편배달부 역을 맡은 배우 마시모 트로이지는 원래 연출과 연기를 병행했다. 그는 난니 모레티, 로베르토 베니니와 더불어 1980년대 ‘이탈리아의 신세대 트로이카’ 가운…
20170419 2017년 04월 17일 -
스테판 브리제 감독의 ‘여자의 일생’ “인생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은 원제목이 ‘일생(Une Vie)’이다. 제목에 여성, 남성에 대한 제한이 없다. 곧 모파상은 보편적인 삶의 단면을 그리려 했다. 그런데 영미권에 이 책이 번역되면서 제목에 ‘여자’…
20170405 2017년 04월 04일 -
아버지의 울음, 딸의 절규
가족관계의 붕괴는 멜로드라마가 자주 다루는 주제다. 가족관계는 가치관 차이나 현실적인 경제 문제로 위협받곤 한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혈연관계를 무너뜨리는 제도적 원인을 성찰케 하는 게 멜로드라마의 사회적 미덕이다. 멜로드라마가 일반…
20170322 2017년 03월 17일 -
너무나 편안한 퀴어 영화
‘문라이트’는 흑인 남성 동성애자의 성장기를 다룬 ‘퀴어 영화’다. 일부 관객으로부터는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성적 소수자의 사랑 이야기다. 게다가 남자의 사회적 조건은 계급(최하층), 인종(흑인), 주거지역(흑인 집단 거주지) 등…
20170308 2017년 03월 03일 -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들을 때
영화 제목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미국 북동부의 작은 어촌 이름이다. 아름다운 바다, 조그만 항구, 고기잡이배, 그리고 갈매기가 어우러진 평화로운 마을이다. 배에선 삼촌이 어린 조카를 상대로 “무인도에 간다면 아빠와 나 가운데 …
20170222 2017년 02월 17일 -
신화를 만드는 방법
‘재키’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아내 재클린(재키)의 가장 극적인 날들을 소환한다.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벌어진 대통령 암살 사건부터 25일 장례식까지 나흘간 이야기다. 케네디 암살 사건은 대중매…
20170208 2017년 02월 03일 -
위반의 사랑, 위반의 예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나파밸리(Napa Valley)는 세계 최고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다. 특히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맛으로 전 세계 와인 애호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
20170118 2017년 01월 13일 -
뮤지컬, ‘카사블랑카’, 움베르토 에코
‘라라랜드’는 오랜만에 발표된 뮤지컬 장르 영화다. 노래하고 춤추는 환상성이 늘 존중받을 수 없듯, 뮤지컬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래에 대한 낙관이 약화되자 그 영향력도 꺾였다. 뮤지컬 영화의 정점은 MGM에서 ‘사랑은 비를 …
20170104 2016년 12월 30일 -
졸라의 현실주의, 세잔의 이상주의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은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작가 에밀 졸라와 후기인상주의 회화의 선구자 폴 세잔의 우정에 대한 기록이다. 소년 졸라가 세잔이 살던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로 이사하면서 두 예술가의 평생 인연은 시…
20161221 2016년 12월 19일 -
파랑과 빨강의 정체성
스페인 멜로드라마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줄리에타’는 그가 즐겨 다루던 주제인 ‘어머니와 딸’에 관한 영화다. 이를테면 할머니에서 손녀로 이어지는 여성 삼대의 운명을 다룬 ‘귀향’(2006)과 비교된다. 어머니와 딸 사이…
20161123 2016년 11월 21일 -
스크린에 자화상을 그릴 때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의 ‘라우더 댄 밤즈’는 가족멜로드라마다. 가족의 표면은 지극히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폭탄보다 시끄러운(Louder Than Bombs)’ 갈등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야기의 중심엔 유명 사진…
20161109 2016년 11월 07일 -
‘바람 불어 좋은 날’의 귀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장률 감독의 ‘춘몽’은 도시 주변부로 밀려난 청년들의 일상을 그린다. 공간적 배경은 서울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맞은편 수색역 부근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첨단과 낙후, 혹은 선진과 저개발의 개념…
20161026 2016년 10월 21일 -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가 살아 있는 곳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는 회화 전시관으로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더불어 최다 방문자 수를 자랑하는 미술계 명소다. 다빈치의 ‘동굴의 성모’, 홀바인의 ‘대사들’…
20161012 2016년 10월 07일 -
이별을 그리는 풍경화
‘다가오는 것들’은 제목이 예언적이다. 프랑스 원제목도 ‘미래(L’Avenir)’다. 누구에게나 닥쳐올 일이란 뜻일 테다. 우리의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프랑스 중견감독 미아 한센 러브는 우리 삶의 후반부에서 만나게 되는 피…
20160928 2016년 09월 26일 -
히치콕에 대한 10개의 시선
앨프리드 히치콕은 원래 ‘대중영화’의 최고 감독으로 통했다. ‘오명’(1946), ‘이창’(1954), ‘현기증’(1958) 같은 대표작이 쏟아져나오던 1950년대 말까지 그에 대한 평가는 변함없었다. 그런데 60년대 들어 변화가 …
20160831 2016년 08월 29일 -
마일스 데이비스에 대한 헌정
‘마일스’는 재즈 음악계의 전설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기영화(Bio-Pic)’다. 아마도 재즈 팬에겐 데이비스에 관한 영화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반가운 소식일 테다. 음악가 관련 전기영화는 수없이 만들어졌지만, ‘재즈의 왕’이라 불…
20160817 2016년 08월 12일 -
철학 교수가 라스콜리니코프의 범죄를 꿈꿀 때
코미디영화 전문인 우디 앨런 감독은 간혹 범죄영화를 만든다. 웃음기는 거의 빼고, 범죄의 속성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누가 범죄자인가 하는 점이다. 그 부분에 우리 사회의 모순이 압축돼 있어서다. 우디 앨런 식 범…
20160803 2016년 07월 29일 -
’ 바흐의 피아노가 새소리처럼 들릴 때
퍼시 애들론 감독의 영화 ‘바그다드 카페’(1987)에선 두 여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서로를 처음 본다. 독일인 관광객 야스민(마리안네 제게브레히트 분)은 여행 중 남편과 심하게 다툰 뒤 얼마나 마음이 아팠으면, 사막이나 다름…
20160720 2016년 07월 19일 -
디스코 세대의 청춘예찬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성장기 영화’에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다. 12년 동안 한 소년의 성장과정을 기록한 ‘보이후드’(2014)는 그 정점일 테다. 링클레이터는 신인 때부터 ‘멍하고 혼돈스러운’(1993) 같은 작품으로 사춘기…
20160706 2016년 07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