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술로 찾아온 한국형 판타지 영웅
최동훈 감독은 한국 영화의 장르적 변용을 개척해왔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는 할리우드산(産) 범죄물이나 도박영화에 익숙해진 관객을 단숨에 한국적 장르영화의 호흡 속으로 끌어들였다. 빠른 화면 전개, 감칠맛 넘치는 대사, 기억…
20100105 2009년 12월 30일 -
그녀들의 수다, 실제 혹은 연기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세상에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배우가 있다. 여배우라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은 언제나 스포트라이트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쉽게 가십을 유발한다. 레드카펫 위에서 자태를 뽐내며 여신 대접받던 여…
20091222 2009년 12월 18일 -
악덕 기업가 양심불량 딱 걸렸어!
한동안 한국 문화에는 ‘팩션’이 유행이었다. 물론 지금도 ‘선덕여왕’을 비롯해 한국의 스토리텔링에서 팩션이 우세종은 확실하지만 말이다. 대개 팩션은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보탠다. ‘신윤복이 여자였더라면’이라는 가상에서 출발한 ‘미인…
20091208 2009년 12월 03일 -
그 남자는 왜 연쇄살인을 저지를까
어떤 영화들은 머리보다 먼저 오감을 가격한다. 놀라게 하거나 무서운 장면을 연출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런 작품들은 오감을 자극해 이성의 소름을 돋게 한다. 존재 자체를 혼란 속으로 밀어넣는 강렬함 말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20091124 2009년 11월 18일 -
형부를 사랑한 처제의 위험한 욕망
안개는 왜 무책임한 남자들에게 도피처가 돼줄까? 김승옥의 ‘무진기행’ 속 주인공은 서울에서의 비겁을 피해 고향 무진으로 내려간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의 주인공도 일자리 때문에 안개의 마을로 간다. 박찬옥 감독의 영화 ‘파주’ …
20091110 2009년 11월 04일 -
내겐 자식 따윈 없…있다
영화 ‘부산’에는 매력적인 세 남자 김영호, 고창석, 유승호가 등장한다. 김영호는 주로 TV 드라마에서 선 굵은 남자의 매력을 선보인 바 있다. 추성훈과 닮은 외모로 화제가 됐을 만큼 김영호는 최근 트렌드로 급부상한 야수 같은 이미…
20091027 2009년 10월 21일 -
우린 소수자인 동시에 가해자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은 용감한 영화다. 추석 시즌, 게다가 여러 편의 대형 프로젝트 영화가 기다리는 대목에 ‘인권’을 들고 찾아왔으니 말이다. 우리에게 ‘인권’은 지켜야 하지만 확인하기엔 불편한 것들을 지칭한다. 예를 들…
20091013 2009년 10월 07일 -
이웃집 억척 모녀 코끝 찡한 감동
멜로 영화는 시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계층적 차이가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장애였을 때 다른 계층의 사랑 이야기는 애달픈 순애보로 찾아왔다. 1970년대, 산업화가 시대적 화두이던 시절 고향을 떠나 도시의 하층민으로 전락한 …
20090922 2009년 09월 16일 -
패션 신화의 숨기고 싶은 젊은 날
샤넬, 그것은 현대 여성이 꿈꾸는 욕망의 이름이다. 샤넬 로고가 달린 체인백은 수백만원을 호가하지만 혼수 1순위로 회자된다. 현실적으로 갖기는 어렵지만 ‘결혼’이라는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얻고 싶은 사치품, 그 이름이 바로 샤넬이다.…
20090908 2009년 09월 02일 -
돌무더기에도 나무를 심는 아이들
밀란 쿤데라는 그의 소설 ‘향수’에서 향수(nostalgia)를 “그곳이 어찌 됐는지 모르는 무지” 상태라고 말했다. 향수, 노스탤지어의 어원은 잃어버린 것의 고통이다. 향수는 떠난 자들의 마음에 남는다. 흥미로운 것은 떠난 자들에…
20090825 2009년 08월 19일 -
어설픈 인간들, 飛上으로 감동 선물
이쯤 되면, 한국형 장르 영화에 하나의 법칙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 듯싶다. 이런 식 말이다. ‘주류라고 부를 수 없는, 말하자면 열외 인종 혹은 마이너리티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이런저런 일 가운데서 울고 웃기는 해프닝을 만들어간…
20090811 2009년 08월 05일 -
죽음과 내통한 ‘에로스’의 5가지 색깔
‘오감도’라 하면 먼저 이상의 시가 떠오른다. 그러니까 ‘오감도’는 전위적이고 혁명적인 이미지를 환기한다. 영화 ‘오감도’는 이상 시의 제목을 차용한 것이다. 하지만 까마귀 오(烏), 볼 감(瞰)자였던 원래의 제목은 다섯 가지 감각…
20090728 2009년 07월 20일 -
동유럽 하층 ‘마더’의 처절한 싸움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에는 일종의 문법이 있다. 그 문법은 바로 시간의 흐름이다. 대표작 ‘시네마 천국’은 아동기에서부터 장년기까지 40여 년의 시간을 스크린에 담는다. 또 그의 영화에는 낭만적 회고와 쓸쓸함이 있다. 사라진…
20090714 2009년 07월 08일 -
전라도 역도부 여중생들의 성공 드라마
‘킹콩을 들다’(감독 박건용)는 성공할 만한 요인을 두루 갖춘 작품이다. 조심스레 추측건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에 버금가는 사회적 반응을 불러오지 않을까 한다. ‘킹콩을 들다’를 지탱하는 두 가지 드라마 테마는 …
20090630 2009년 06월 25일 -
운 없고 무능한 아버지의 권위 찾기
조필성은 잘하는 일도, 열심히 하는 일도 없는 형사다. 네 살 위인 여자와 결혼해 살고 있지만 집에서는 낡은 냉장고 취급을 받은 지 오래다. 정직까지 당한 필성은 아내의 쌈짓돈을 훔쳐 소싸움에 일생일대 내기를 건다. 어, 그런데, …
20090616 2009년 06월 11일 -
찌질이들의 속물근성 뒤집기
홍상수의 영화는 지적인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왜일까? 지적인 사람들의 삶을 잘 그려내서? 도리도리. 이유는 정반대에 있다. 홍상수의 영화에는 온갖 찌질이가 등장한다. 그것도 가방끈이 긴, 지적인 찌질이들 말이다. 낮에는 멋지게 …
20090602 2009년 05월 29일 -
불온한 욕망 들추는 불쾌한 진실
영화 ‘박쥐’는 심장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게 해주는 강렬한 작품이다. 눈을 찌르는 듯한 색감의 대조, 불길한 적막을 찢는 괴기한 관악기의 음률은 존재론적 질문을 휩싸고 돈다. ‘친구의 아내와 놀아난 신부’, 이 한 줄의 시놉시스만으…
20090519 2009년 05월 15일 -
속 깊고 우아한 욕망의 드라마
여행은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제공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미결정성이 여행의 긴장과 쾌감을 선사한다. 무릇 여행지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영화들은 이 미결정성에서 시작한다. 원제가 ‘Vicky Cristina Bar…
20090505 2009년 04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