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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에 언론자유의 역사적 순간을 회고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론 공격이 비정상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그는 미국 언론의 대표주자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자랑스러워하기는커녕 ‘가짜 뉴스’를 만드는 ‘믿을 수 없는’ 언론사라고 공격한다. 이…
영화평론가 2018년 03월 13일 -
히치콕의 ‘레베카’를 기억하며
폴 토머스 앤더슨은 웨스 앤더슨(‘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제임스 그레이(‘잃어버린 도시 Z ’)와 더불어 현대 미국 영화를 대표하는 40대 ‘작가’(자기 스타일이 뚜렷한 감독)다. 세 감독은 작품성은 물론, 대중성에서도 괄목할…
영화평론가 2018년 02월 27일 -
존 웨인이 영웅이었던 흑인 소년의 성장기
라울 펙 감독의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I Am Not Your Negro)’는 1960년대 미국 인권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 초대되며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6…
영화평론가 2018년 02월 06일 -
케이트 윈즐릿 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우디 앨런은 거의 매년 영화 한 편씩을 만드는 다작 감독이다. 주로 코미디이고, 간혹 심리적 멜로드라마도 만든다. 코미디 영화에는 여전히 직접 출연하며, 식지 않은 유머감각까지 발휘한다. 하지만 멜로드라마의 경우 자신의 코믹한 이미…
영화평론가 2018년 01월 23일 -
분열된 사랑, 분열된 자아의 기원을 찾다
프랑수아 오종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멜로드라마 감독이다. 가족이라는 제도에서 잉태된 뒤틀린 사랑과 상처가 그의 영화에선 긴장의 핵이다. 오종의 드라마에서 가족은 평화와 안전의 터전이 아니라, 개인의 삶을 통째로 허무는 외부의 힘이다.…
영화평론가 2018년 01월 09일 -
패터슨에 사는 패터슨, 市가 詩가 되다
짐 자무시는 미국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그의 독특한 미니멀리즘(표현을 최소화한 미학)은 마치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는 듯 무심해 보인다. 대사가 별로 없고, 배우들의 얼굴은 무성영화의 전설 버스터 키턴처럼 무표정(dead…
영화평론가 2017년 12월 26일 -
도축장에서 꾼 사슴 꿈
헝가리 노장 감독 일디코 에네디의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맺어질 것 같지 않은 두 남녀가 몇 가지 걸림돌을 넘어 결국 결합에 이르는 내용이다. 할리우드 장르 영화와 약간 다른 점은 영화의 정서가 즐거움보…
영화평론가 2017년 12월 12일 -
무심한 듯, 뜨거운 감정
테런스 데이비스 감독은 영국의 숨어 있는 보석이다. 영국 영화의 두 거장, 곧 정치적 리얼리즘의 켄 로치, 가족 멜로드라마의 마이크 리와 비교하면 우리에겐 무명에 가깝다. 올해 72세인 이 노장은 43세 때 첫 장편 ‘먼 목소리, …
영화평론가 2017년 11월 28일 -
갑갑한 현대 정치의 알레고리
영화 ‘범죄도시’는 깡패를 때려잡는 형사 이야기다. 몸집이 ‘헐크’처럼 큰 강력계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주인공이다. 그가 일반 형사와 다른 점은 수사 규칙, 절차 같은 ‘귀찮은’ 법칙은 쉽게 무시한다는 것이다. 악질 혐의자는 …
영화평론가 2017년 11월 14일 -
별이 된 고흐의 죽음
‘러빙 빈센트’는 애니메이션이다. 영화 속 그림 전부가 빈센트 반 고흐의 실제 작품에서 모티프를 따왔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를테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1889)을 모사한 화면이 등장한 뒤 그 그림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영화평론가 2017년 10월 30일 -
그 남자아이는 ‘열매 있는 나무’가 됐을까
마이크 밀스 감독은 가족 이야기를 잘 만든다. 자전적 성격이 짙은 영화에서 그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을 털어놓는다. 그 이야기들은 우리 모두의 문제를 건드린다. 이를테면 감독에게 명성을 안겨준 ‘비기너스’(Beginners · 2…
20171018 2017년 10월 17일 -
가족의 불신 속에서 성장한 예술가의 초상
칸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같은 유명 국제영화제가 최근 지원하는 특별 프로그램이 있다. ‘영화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영화사의 자랑스러운 순간을 조명하는 동시에 젊은 영화인에게 영화를 만들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그…
20170920 2017년 09월 19일 -
시민이 공영방송을 불신할 때
호 감독의 ‘공범자들’은 공영방송 수난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이명박 정부 이후 거의 10년간 KBS, MBC에서 벌어진 파행적 사건들을 담았다. 정부에 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이 폐지되고, 뉴스 내용은 현실과 멀어지며, 언론인이 해고되…
20170906 2017년 09월 05일 -
‘마담 보바리’가 복수를 상상할 때
‘레이디 맥베스’는 영국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의 데뷔작이다. 시대극인데 크게 예산을 들인 것 같지 않다. 거의 한집에서, 그리고 몇 벌의 옷만으로 찍었다. 그런데도 극의 긴장감은 대단히 높다. 이런 저예산 시대극의 성취는 같은 영…
20170823 2017년 08월 21일 -
자기모순에 빠진 부성(父性)의 비극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은 21세기 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루마니아 영화계의 선두주자다. 그는 두 번째 장편 ‘4개월, 3주...그리고 2일’(2007)로 제60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루마니아 영화를 세계에 알렸다…
20170809 2017년 08월 08일 -
방황하는 이들에 대한 뜨거운 응원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감독 앤드리아 아널드의 영화엔 늘 자전적 요소가 조금씩 들어 있다. 그의 영화에서 자주 반복되는 주제는 ‘버려진 소녀들에 대한 사랑’일 테다. 이런 태도는 아널드에게 명성을 안겨준 두 번째 장편 ‘피쉬 탱크’(…
20170726 2017년 07월 25일 -
식민지 영웅 영화의 불편함
영화 ‘박열’의 주인공은 식민지 시절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를 자처한 독립투사다. 10대 때 독립운동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박열(이제훈 분)은 인력거꾼 등 당대 조선인이 겪었던 사회 최하층의 고생을 고스란히 경험하며 항일투쟁을 …
20170712 2017년 07월 11일 -
돈과 쾌락의 디스토피아
네덜란드 출신인 폴 버호벤(79) 감독은 ‘원초적 본능’(1992)과 ‘쇼걸’(1995)을 발표하며 할리우드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2000년대 들어 거의 잊힌 노장이던 그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엘르’(Elle·그녀)를 발표하며 ‘…
20170628 2017년 06월 28일 -
노인 야쿠자와 ‘7인의 사무라이’
일본 감독 겸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는 ‘야쿠자 영화’로 사랑받았다. 액션영화 특유의 초법적이고 반사회적 폭력, 그리고 야쿠자마저 할 일이 없어 빈둥대는 무기력한 사회에 대한 풍자는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했다(‘소나티네’·1993)…
20170531 2017년 05월 30일 -
보르헤스의 상상력으로 그린 네루다의 삶
칠레의 중견 감독 파블로 라라인은 지난해 독보적인 행보를 선보였다. 전기영화 두 편을 동시에 만든 것이다. 재클린 케네디가 주인공인 ‘재키’, 칠레 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주인공인 ‘네루다’다. 특히 ‘네…
20170517 2017년 05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