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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 음식, 여름 입맛을 깨운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이런저런 음식을 잘 챙겨 먹자는 말을 주고받곤 한다. 땀을 많이 흘리게 되니 보양식을 먹자, 더위가 울고 갈 만큼 시원하고 맛있는 빙수 한 그릇 먹자처럼 다른 계절에 비해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늘어난다. 여름…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7월 29일 -
올리브, 오일에 가려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 열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다. 이 말만 들으면 아무렇지 않던 입이 얼얼해지고, 배 속에서 사르르 파도가 이는 것 같다.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살던 시절이 있었다. 식습관이 불규칙했고, 잠도 제때 들지 않았으며, 여럿이 한…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7월 15일 -
토마토로 고추장을 만든다고?
과일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유난히 손이 가지 않는 것이 토마토다. 토마토를 눈여겨보지 않았던 이유는 맹맹하고 싱거워서다. 특히 완숙 토마토는 탐스러운 붉은색, 크고 불룩한 모양새와 어울리지 않게 ‘물맛’이 많이 난다. 달고 …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7월 01일 -
앉은뱅이밀, 금강, 조경, 백강이라고 들어봤나?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다. 그래서 학교 방학 때 휴가 가는 일이 드물다. 친구나 친척 아이들과 동행해봤지만 영 재미없는 어른으로 취급받기 일쑤인 데다, 우리까지 덩달아 여행지를 붐비게 만들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어서다. 주로 봄…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6월 17일 -
한국 사과, 프랑스인 손길을 거쳐 상큼한 술로 태어나다
분주한 5월이 저물고 있다.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 어버이, 스승, 성년, 부부, 발명, 세계인, 바다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진 날과 부처님오신날, 그리고 화창함에 더 사무치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도 있었다. 달력에 적힌…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6월 03일 -
NO 버터, NO 설탕, NO 오븐으로 완성하는 달콤한 디저트
사회 초년병 시절, 처음 맡은 일은 요리책을 만드는 것이었다. 요리책 한 권을 출간하려면 시장 조사와 기획, 저자와 스태프 구성, 원고 정리와 촬영, 디자인과 교정을 거쳐 인쇄와 판매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 임무는 원고 …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5월 20일 -
도시 양봉으로 천연꿀 따고 환경도 지키고
어릴 때부터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등 바퀴 달린 물건을 좋아했다. 열 살 무렵 친구들과 어울려 비포장도로를 달리거나, 과속방지턱을 넘는 모험을 즐기다 넘어지기 일쑤여서 무릎과 팔꿈치가 성할 날이 없었다. 상처에 묻은 흙을 살살 씻어…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5월 07일 -
뚱뚱한 가지, 샛노란 호박, 근육질 토마토 등 별천지
얼마 전 생활철학잡지 ‘뉴필로소퍼(NewPhiloso pher)’에 실린 문장에 눈길이 멈췄다. ‘임종의 순간이 오면 우리는 온라인상에서 보낸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라는 한 줄이다. 이 문장의 답을 구해보려고 꽤 오랫동안 가만히 …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4월 22일 -
편육 같은 채소 ‘테린’ 맛보셨나요
내 학창 시절의 큰 기쁨을 꼽자면 안타깝게도 공부가 아니라 도시락이었다. 뒤돌아 앉아 뒷자리 친구들과 얌전하게 나눠 먹던 초등학생 시절, 밥그릇 들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동네 반찬을 탐하던 중학생 시절, 그리고 오전 중에 일찌감치…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4월 11일 -
낯선 콩 맛에 빠져든다 ‘템페’
봄날이면 엄마는 늘 분주했다. 꽃놀이가 아니라 ‘장(醬)놀이’를 하느라 친구들과 우우 모여 분주히 다녔다. ‘장 뜨러 간다’는 엄마의 말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던 그때는 무엇이 저토록 엄마를 들뜨고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일까 궁금했다.…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3월 25일 -
로컬 치즈의 가능성을 보여준 ‘치즈플로’
치즈는 누구에게도 낯선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과연 치즈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속속들이 친한 친구와 자주 인사를 나누는 옆집 아주머니에 대한 ‘앎’ 정도가 다르니 말이다. 치즈와의 ‘인생 첫 만남’은…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3월 12일 -
은근한 열기와 은은한 연기로 맛과 향을 입히다
바비큐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다소 거리가 느껴지는 음식이다.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BBQ’라는단어는 캠핑, 자연, 장작, 친목 도모 같은 기분 좋은 장면을연상케 한다. 반면 조리 방법으로 보자면 일상적으로 해먹기는 쉽지 않다…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2월 25일 -
시린 겨울 주렁주렁 열리는 금빛 열매 ‘귤’
초등학교 다닐 때 동네 과일 가게에서는 귤을 한 개씩도 팔았다.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던 동전을 하굣길에 귤과 맞바꿨고, 친구들과 놀이터에 앉아 귤 한 개씩 홀랑 까 먹은 뒤 귤껍질은 모래에 파묻고 집으로 갔다. 겨우내 집에 찾아오는 …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2월 18일 -
초콜릿은 수만 가지 모습으로 다가오는 행복
1989년 오리온제과의 초콜릿 광고에 장궈룽(장국영)이 등장했다. ‘사랑을 전할 땐 투유초콜릿’이라는 광고 문구와 애절한 장궈룽의 모습을 함께 담았다. 한 해 앞서 롯데제과는 배우 이미연을 가나초콜릿 광고에 등장시켰다. 닮고 싶은 …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2월 11일 -
우리 식탁과 가까워진 특이한 채소들
1990년대 말 서울에 처음 생긴 쌀국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 업무는 홀서빙이었지만 한가할 때는 주방 일을 도왔다. 육절기로 양파를 썰면서 한없이 울기도 하고, 씨가 눈에 튀지 않게 주의하며 청양고추를 잘게 써는 일도 했…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1월 21일 -
굴비, 그중에도 깊게 곰삭은 보리굴비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와 가까이 살았다. 할머니는 아들을 일곱이나 낳고, 딸은 겨우 하나 낳았다. 나는 귀한 딸의 딸인 데다 주말이면 할머니 곁에서 뒹굴며 시간을 보내는 손주라 그런지 할머니로부터 남다른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할머니…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1월 14일 -
알수록 재미있는 ‘식탁의 경계’
해는 매일 뜨고 진다. 그럼에도 1월 1일 뜨는 해는 다른 날들에 비해 특별하다. 실제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지만 매번 마음이 새로워지는 것을 보면 ‘경계’가 갖는 힘은 분명히 있다. 후회나 미련을 작게 접어 가슴 한편에 보관할 수…
푸드칼럼니스트 2019년 01월 07일 -
온몸에 뜨거운 기운이 벅차게 차오른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을 타고 대전을 지나 좀 더 가다 보면 금강휴게소가 나온다. 어릴 적 부산에 사는 할머니를 뵈러 갈 때 여러 휴게소에 들르곤 했는데 금강휴게소는 늘 특별했다. 화장실 때문에 급하게 들렀다 가는 여느 휴게소와 달리 …
푸드칼럼니스트 2018년 12월 31일 -
화려한 도시에서 발견한 다정한 맛
적도 아래쪽, 남반구에 위치한 나라는 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더운 날의 크리스마스는 상상하기 어렵다. 흰 눈으로 뒤덮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할 수 없고, 빨강과 초록이 어우러진 털양말이나 장갑도 기분 좋게 낄 수 없다. …
푸드칼럼니스트 2018년 12월 24일 -
통통하게 여문 살집에 구수한 맛 가득~
연말이면 으레 이런저런 모임 자리가 생긴다. 대부분 일 년 동안 소식을 자주 전하지 못하고,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었던 지인들을 반갑게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오랜만에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누려면 맛있는 음식과 대화를 이끄는 한두 잔의…
푸드칼럼니스트 2018년 1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