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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사진작가 순스케는 알뜰살뜰 살림에 전념하는 아내 사쿠라와 산다. “당근차가 몸에 좋다”며 맛없는 차를 1년 365일 남편에게 끓여다 바치고, 신문의 건강란은 빠짐없이 스크랩한다. 하지만 순스케는 아내의 정성이 죄다 귀찮고 부질없는 …
20100906 2010년 09월 06일 -
악마와 싸우다 악마를 닮다
한 여자가 눈 오는 날 살해당한다. 참혹한 살인이다. 인간의 몸이 고깃덩어리가 되는 순간이며,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다. 살인마는 늘 천사 모양의 날개를 단 백미러로 세상을 훔쳐본다. 약혼녀를 잃은 사내는 장례식장에서 주먹을 부르르…
20100823 2010년 08월 23일 -
외로운 아이 눈에 스쳐가는 공포
외로운 아이는 무엇이든 보고, 무엇이든 듣는다. 아홉 살 리사는 어느 날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남긴 대저택에서 유령을 만난다. 바로 엄마의 쌍둥이 여동생 카렌. 리사는 낡은 가방 속에 든 엄마 일기장에서 카렌을 죽이고 싶다는 엄마의 …
20100809 2010년 08월 09일 -
중력의 법칙 어긴 초현실주의 화면
생각을 훔치는 도둑, 돔 코브. 그는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타인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빼내는 특수 보안요원이다. 미래 사회의 유망 직업이라 할 수 있는 이 일을 하면서 코브는 아내도 아이들도 모두 잃었다. 우연한 사고로 국제적인 수…
20100726 2010년 07월 26일 -
하얀 정직 뒤에 숨은 잔혹한 진실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은 영화 미학적으로는 독일인의 사회학적 초상을 찾아 평생을 헤맸던 아우구스트 잔더의 흑백사진에 빚을 졌다. 또한 철학적으로는 에리히 프롬, 라인홀트 니부어, 하버마스 등 전체주의 폭력의 역사적 기원…
20100712 2010년 07월 12일 -
뉴욕 문명 등지고 불편하게 사는 법
뉴욕에서 역사 저술가로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아내는 잡지 ‘비즈니스 위크’에 글을 기고하고, 둘은 세 살짜리 딸을 키운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남자가 엉뚱한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고 1년을…
20100628 2010년 06월 28일 -
섹시한 연애담, 발칙한 도발
이야기꾼이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원본은 ‘춘향전’이지만, 김대우 감독은 ‘방자’하게도 그것을 이몽룡의 몸종인 ‘방자전’의 이야기로 비틀고 눙친다. 춘향은 팜므파탈에 가깝고, 몽룡은 영혼을 판 출세주의자다. 묵직…
20100614 2010년 06월 14일 -
한국과 일본 유쾌한 소통 가능하네
아내의 정부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강릉까지 택시를 대절한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쿄에서 서울로 ‘고’를 외치는 남자가 나타났다. 4인조 밴드 리드보컬이자 도쿄타워 밑에서 라멘집을 하는 료는 비행기 공포증으로 고생하고 있…
20100531 2010년 05월 31일 -
욕망의 서스펜스? 현대판 궁중사극?
하녀는 주인이 남긴 음식을 먹는다. 예나 지금이나 그렇다. 그러나 음식을 담은 접시는 밥찌꺼기가 아니라, 와인의 붉은빛과 스테이크의 기름기로 번들거린다. 하녀들의 신상도 ‘막장’은 아니어서 늙은 하녀는 검사 아들을 뒀고, 젊은 하녀…
20100517 2010년 05월 17일 -
세상 바꾸려는 사내들의 한판 승부
칼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메스’라 불리는 수술용 칼은 인간에게 생명을 주지만, ‘검’과 ‘도’라 불리는 칼은 목숨을 빼앗는다. 여기, 그 칼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내들이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두 사람이 꿈꾸는 칼…
20100503 2010년 05월 03일 -
폭력과 싸우다 폭력에 물들다
처음부터 영화 제목이 궁금했다. 허트 로커(Hurt Locker), 직역하면 상처 가득한 사물함. 미군 속어로는 ‘남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남겨주는 어떤 것’이란 뜻이란다. ‘허트 로커’는 제목처럼 영화 중반부까지 참을 수 없는…
20100427 2010년 04월 20일 -
교실이 변해야 교육이 변한다
‘뭐, 이렇게 정교하게 연출한 영화가 다 있지?’ 영화학자인 남편과 영화평론가인 내가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보는 방법이나 영화에 대한 감수성이 극과 극인 우리 부부가 이 영화의 촬영 기법에서만큼은 의견이 일치했다. 로랑 캉테 감독의…
20100413 2010년 04월 08일 -
가슴 시린 멜로? 어설픈 치정극?
‘누구예요, 당신?’ 정체성 혼란에 관한 영화의 단골 클리셰는 ‘쌍둥이’ 혹은 ‘도플갱어’인 주인공을 내세우는 것이다. 그건 ‘올드보이’의 ‘넌 누구냐?’와는 또 다른 플롯의 꽈배기와 반전 속에서 인간 내면의 다중성도 즐길 수 있기…
20100330 2010년 03월 23일 -
아랍인, 감옥에서 인생을 배우다
한 소년이 첫 번째 살인을 명령받았을 때는 부들부들 손을 떨었지만, 두 번째 살인 지령 때는 자신만의 지략으로 조직의 보스가 된다. 남들은 학교에서 인생을 배울 기간인 6년 동안 아랍인 말릭은 감옥에서 인생을 배운다. 자크 오디아르…
20100316 2010년 03월 10일 -
“게이, 커밍아웃” 외친 용감한 우유 씨
Thanks Harvey! 미국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 거리에는 무지개색 국기(게이들의 심벌임. 여러 가지 색깔을 모두 포용한다는 뜻)들이 붙어 있는 가운데 ‘고마워, 하비’라는 표어가 유독 눈에 띈다. 하비 밀크. 이 미스터 우유 …
20100302 2010년 02월 24일 -
고단한 노동자에게 온 ‘아기천사’
프랑스의 악동 감독, 프랑수아 오종은 죽었다. 배신, 질투, 동성애, 살인 등 인간의 독버섯 같은 욕망을 다뤘던 오종은 이제 없다. 오종의 신작 ‘리키’는 그가 맹렬히 비난하던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따뜻이 감싸며 스릴러와 판타지를 넘…
20100209 2010년 02월 04일 -
깨물어주고 싶은 풋풋한 사랑
기이하게도 요즘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대세 중 하나는 남자들이 실연의 상처에 더 아파하고 목을 맨다는 것이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존 쿠색이나 ‘키핑 더 페이스’의 에드워드 노튼처럼, 톡톡 튀는 배경음악에 실연당한 남자…
20100126 2010년 01월 21일 -
신나고 에지 있는 삶이란?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팀 버튼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을 때, 전 세계는 ‘포레스트 검프’의 초콜릿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었다. 팀 버튼의 판타지는 ‘인생은 한 상자의 초콜릿’ 같은 은유가 아니라, 정…
20100112 2010년 01월 06일 -
빛보다 찬란한 소리의 성찬
13개의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있다. 만듦새는 소박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뒤흔드는 뭔가가 있는 영화.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거기에 빠져들다 보면 그 평범함 속에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는 영화.크리스티아노 …
20091229 2009년 12월 23일 -
달 채굴 기지에서 만난 클론
달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이 다 벗겨졌는데도 영화 ‘더 문(The Moon)’ 속의 달 기지는 신비롭다. 100분 내내 모든 장면에 배우 샘 록웰이 혼자 나와 자신의 탄생에 대한 비밀을 벗겨가는 미스터리한 구조인데도 영화는 흡인력 만…
20091215 2009년 1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