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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해도 취해도 못잊을 그 맛이여
곡주나 약주류는 10도는 넘고 20도는 넘지 않는다. 독하지 않기에, 먼저 코로 향내를 맡고, 입에 지그시 머금으며 혀로 온갖 맛을 다 감지하면서 목 안으로 흘려보낸다. 마시고 나서는 혀끝에 돌고 입안에 남은 뒷맛까지 새겨보는데, …
20000622 2006년 01월 25일 -
음! 진달래향 … ‘술술’넘어가네
이른 봄부터 진달래 피기만을 기다렸다. ‘진달래꽃을 수매한다’는 말 때문이었다. 쌀이나 보리처럼 꽃을 수매한다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싶었다. 전국에 유명한 진달래 군락지야 창녕의 화왕산, 여천의 영취산, 마산의 무학산, 대구의 비…
20000511 2005년 11월 01일 -
날카로운 화살 같은 맛 … 어, 취하네
충청남도 금산에서 축제가 열린다. 8월25일부터 9월3일까지 열리는 인삼 축제다. 올해로 20회가 되었는데, 금산에서 인삼이 처음 재배된 것은 15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백제시대에 진악산 기슭의 개안(開眼)이란 마을에 강처사(姜處…
20000831 2005년 10월 14일 -
술잔에 담긴 여름 마셔볼까나
경상북도 김천은 교통이 좋다. 경부선 철로가 지나고, 경부고속도로가 지난다. 동서로 뻗은 3번 국도와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4번 국도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교통보다 더 좋은 게 있다. 김천 물이다. 물이 좋아, 샘에서 금까…
20000810 2005년 09월 05일 -
맛에 한잔 ‘쭉’…향에 또 한잔 ‘쭉’
지난 봄에 섬진강 하류를 여행했다. 매화와 산수유를 보기 위해서였다. 코끝을 간질이는 매화향에 취해 강변을 오르내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 매실주 공장이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매실을 수확하는 농민들이 공동 출자하여 만…
20000720 2005년 07월 26일 -
코와 혀 사로잡는 진한 사과향기
녹두주(鹿頭酒)라고 있다. 사슴의 머리를 삶아서 짓찧어 낸 즙으로 담근 술이다. 밤에 헛것을 보거나 기가 허한 사람들을 위한 약술로 마셨다고는 하지만, 인간이 모질다는 생각이 앞선다. 아마도 사슴이 흔했던 지방에서 담았던 술이겠거니…
20001026 2005년 06월 30일 -
달착지근함에 취하는 고구려의 정취
경기도 남양주시에 가면 ‘술 취하는 돌’이 있다. 이름하여 ‘醉石’(취석)이다. 대한민국 술꾼이라고 자처한다면, 그 빗돌과 마주앉아 대작 한번 해볼 만하다. 와부읍 덕소리 석실마을에 있는데, 취석의 원 주인은 근처에 묻힌 김상헌(1…
20000921 2005년 06월 22일 -
목젖을 치는 달콤 쌉싸름한 淸酒
경부고속도로에서 청주 시내로 들어서는 길가에 도열한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늘 풋풋하고 상큼하다. 어떤 환영 행사보다도 따뜻하고, 어떤 환영객보다도 반갑다. 이제 그 거리엔 낙엽들이, 환영 행렬 뒤로 날리는 색종이처럼, 온통 휩쓸고 있…
20001221 2005년 06월 10일 -
진하고 단맛 도는 자주색 와인
전국에 농민이나 농민 단체가 운영하는 술도가가 70개가 넘는다. 직접 재배한 과일, 약초, 채소, 곡물 따위를 원료로 하는데 그 중에서 포도로 술을 빚는 곳으로 경상북도 경산시에 경상포도조합이 있다. 국산 와인, 곧 국산 포도주를 …
20001123 2005년 05월 31일 -
수원성처럼 훌륭하게 복원된 약주
휴일에 어디를 갈까, 묻는 서울 사람들에게 나는 곧잘 수원성을 권한다. 아이들을 동반할 때는 민속촌이나 놀이동산보다도 훨씬 더 훌륭한 곳이다. 수원성은 조선 22대 임금 정조의 이상이 깃들이고, 다산 정약용의 실학 정신이 구현된 곳…
20010215 2005년 03월 18일 -
카리스마 느껴지는 ‘將帥의 술’
제비원 석불은 안동의 수문장이다. 고려 때에 만들어졌는데, 민속신앙과 결부되어 있어, 성주굿을 할 때면 성주(집을 지키는 신령)님의 본향으로 거론되기도 한다.나는 안동에 가면 반드시 이 석불과 눈을 맞추고 온다. 바쁠 때는 길가에서…
20010111 2005년 03월 08일 -
물의 왕이 빚어낸 ‘氣음식’
전주(全州)라 모악산에 수왕사가 있다. 수왕(水王)이니, 물의 왕이다. 물을 놓고 이보다 더 크고 높은 이름이 어디 있을까. 물이 좋은 것은 물어볼 것도 없다. 마셔보니 맹물을 마셨을 때의 가벼움은 없고, 기가 빨려드는 것처럼 묵직…
20010412 2005년 02월 24일 -
500년 도읍지의 맛, 전통의 향
사람 많이 사는 서울에서 서울토박이를 찾아보기 어렵듯이, 서울 술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서울 이름을 달고 나오는 술이라면 서울장수막걸리 정도일까. 궁궐도 있고 선비도 많았던 서울에 살아남은 술이 눈에 띄지 않다니! 백제 500년, …
20010322 2005년 02월 18일 -
바닷속 같은 신비한 색과 맛
나는 담양을 특별한 곳으로 여기지 않았다. 담양과 어깨를 맞댄 도시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소중함을 모른다. 그런데 금성산성을 오르고서는 마음이 바뀌었다. 담양호를 내려다보는 금성산성은 요새였다. 공룡의 등 같은…
20010607 2005년 02월 01일 -
구기자 + 약재 듬뿍 ‘최고의 약술’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낯선 나를 바라다보는 일이야말로, 여행의 참 묘미다. 그 자리에 술이 끼여들면 세상은 더욱 낯설어진다. 그녀의 인생을 들여다보다 내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그저 술을 빚는 이가 아니었다. 녿부였고,…
20010510 2005년 01월 25일 -
애주가 유혹하는 더덕향의 '황홀주'
전남 순천시 낙안에서는 해마다 남도음식문화잔치가 열린다. 올 가을엔 세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린다. 남도의 풍요로움이 차고 넘쳐, 이제 세계의 음식들과 손을 잡았다. 세계의 미식가들을 시험하려 드는 낙안은 어떤 동네기에 이런 행사를 기…
20010823 2005년 01월 19일 -
정성으로 빚는 자존심 센 술
”음식으로 사람은 살아가지만, 음식으로 사람은 병을 얻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득선 씨는 술을 빚을 때면, 집안에 있는 아홉 대문(솟을 대문, 안큰대문, 일각문, 중문, 샛문, 사랑대문, 안대문, 쪽문, 월각문)을 모두 걸어잠근다…
20010802 2005년 01월 14일 -
뒷맛 당기는 식혜 같은 탁주
꿈같은 얘기다. 이 땅에 도연명이 그리던 무릉도원이 있다니.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에 무릉리와 도원리가 있다. 두 동네가 어우러지면 무릉도원이 된다. 더욱이 두 동네를 휘감고 주천강(酒泉江)이 흐르고 있다. 술샘강이라니, 술 좋아하던…
20010705 2005년 01월 05일 -
화개장터 화끈하게 달군 소주
1년 반 동안 진행한 술기행의 마지막편이다. 순전히 술과 기행이라는 두 글자가 어울릴 것 같아 시작한 일이었다. 술 좋은 곳은 물이 좋고, 물 좋은 곳은 산이 좋고, 산 좋은 곳은 경치도 좋을 터이니, 경치에 취하고 술에 취해보자는…
20010913 2004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