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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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러블리즈’ 뜨거운 안녕

[미묘의 케이팝 내비] 7년 벽 못 넘고 팀 해체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1-11-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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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일 울림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러블리즈 멤버들의 전속 계약이 11월 16일부로 만료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팀 해체를 알렸다. [뉴스1]

    11월 1일 울림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러블리즈 멤버들의 전속 계약이 11월 16일부로 만료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팀 해체를 알렸다. [뉴스1]

    그룹 러블리즈가 해체를 선언했다. 표준계약서상 계약 기간인 7년 만의 일이다. 2014년 데뷔한 이 8인조는 ‘음악 팬’들의 지지를 두루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도 에픽하이와 넬을 매니지한 바 있는 ‘음악 레이블’로 자부심을 가진 곳이다. 보컬이 빠진 인스트루멘털 트랙만 모아 CD 3장으로 발매한 이례적인 행보도 있었다. 러블리즈는 자못 개성 강한 음색의 멤버들이 다채롭게 조합돼 있었고, 데뷔 전부터 ‘정통파 보컬’로 꽤 눈도장을 찍은 이들도 있었다. 데뷔 초반 윤상의 프로듀싱은 화제 몰이 이상의 일을 했다. 환상적이면서도 섬세한 특유의 사운드와 선율은 당시 우리가 아이돌에게서 일상적으로 기대하곤 하는 범주를 넘어서 러블리즈에게 세련되고도 아름다운 옷을 입혔다.

    그렇다고 ‘아이돌 엔지니어링’적 요소가 부족했던 것도 아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연극적 가사는 때론 사랑스러운 이면에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는 듯한 인상을 자주 안겼고, 다른 노래, 다른 앨범과 연결고리를 의식하게 했다. 앨범마다 수록곡 사이에 은근한 서사성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연작으로 구성되기도 했다. 지금 ‘세계관’으로 불리는 기법의 한 원형을 일찍부터 시도한 그룹 중 하나였던 셈이다.

    진가 발휘 못 한 아쉬움

    무엇보다 러블리즈의 ‘아이돌성’은 그 이미지에 있었다. 이들은 데뷔 당시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통칭 ‘옆집 소녀’가 부상하던 시기 ‘청순’ 걸그룹 유행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러블리즈는 ‘친숙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들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오히려 아득한 비현실성을 강조했다. 아주 아름답게 가공된 현실이 주는 아슬아슬함은 다음 순간이면 당장에 사라질 듯한 덧없음으로 스며들기도, 때로는 어쩐지 스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살랑살랑 다정하고 몽상적인 노래도, 강한 비트와 서정적 멜로디가 결합한 힘 있는 노래도 그렇게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이곤 했다.

    2019년 이들은 Mnet 걸그룹 경연 ‘퀸덤(Queendom)’에 출연했다. 달라지고 있는 트렌드와 경연이라는 환경 속에서 러블리즈도 흔히 말하는 ‘걸 크러시’를 시도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 무대에서 선보인 ‘Moonlight’는 결국 원래의 자신들에게서 새로운 얼굴을 찾아내 보여줬다. 그것은 ‘청순’이라는 이름표가 채 담지 못한 이들의 입체성, 즉 우아함과 서정, 몽상을 담아 잘 조형한 풍성한 ‘순정만화’적 세계였다. 그리고 좀 더 다부지고 주관이 뚜렷한 표정을 보여준 러블리즈는 ‘청순’을 넘어선 곳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하는 참이었다.

    특정 아티스트보다 케이팝업계 전반을 주시하는 팬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러블리즈는 바로 그런 이들 사이에서 일찍부터 첨예한 관심사였다. 때로 생각만큼 흥행하지 않을 때면 많은 이가 입을 열었다. 음악이 너무 곱고 근사해서라고, 고연령층 팬이 너무 많아서라고도 했다. 분명한 건 러블리즈의 한계 때문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차라리 케이팝산업 전반이 여성 아티스트 이미지에 대해 가지는 상상력의 한계 때문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그것이 이들에게서 ‘청순’ 이상의 진가를 발견하지 못하게 했고, 거기서 더 나아가는 기획을 쉽지 않게 했다. 지금까지 러블리즈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살아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케이팝은 달라질 것이다. 언제든 우리는 “만일 지금 러블리즈가 있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라는 상상을 제법 하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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