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9

2021.10.08

달러는 투자 위기 시 ‘나 홀로 강한’ 안전자산

[오건영의 투자전략] 불확실성 클수록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 필요… ‘지역 분산’ ‘통화 분산’ 늘 염두에 둬야

  • 오건영 신한은행 IPS기획부 부부장

    입력2021-10-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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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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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금융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던 지난해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무제한 양적완화와 행정부의 전례 없는 재정 부양책은 무너져가던 금융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도록 유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금융시장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은 미국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연준 스탠스에 동조하며 양적완화 규모를 크게 늘렸다.

    테이퍼링 → 금리인상 →긴축정책

    전 세계적인 유동성 공급정책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충격 회복을 넘어 자산시장 과열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출구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8월 단행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연내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연준의 테이퍼링이 대표적 예다.

    연준은 양적완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매달 1200억 달러(약 142조2360억 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고 있다. 원화로 환산하면 매달 140조 원이 넘는 자금을 금융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는 이 정도 부양책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과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걷잡을 수 없는 자산 가격 버블을 야기할 수 있다. 유동성 공급을 조금씩 줄이는 테이퍼링이 연내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유동성 공급량이 한 달 간격으로 120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 800억 달러 식으로 점차 줄어드는 방식이기에 긴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공급하는 유동성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이지 유동성 공급은 이어진다. 그렇지만 문제는 남는다. 테이퍼링이 종료되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테이퍼링은 엄밀한 의미에서 긴축이라고 할 수 없지만, 뒤따라오는 기준금리 인상이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을 야기한다.

    유동성 힘으로 금융시장이 회복됐는데, 유동성 공급을 점차 줄이다 뿌려놓은 유동성을 회수한다고 한다. 금융시장에는 부담되는 이슈다. 다만 유동성 공급이 줄어드는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이 정상 궤도로 회복됐다는 확신이 있기에 중앙은행도 긴축 스탠스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렇다. 유동성이 줄어들더라도 성장세가 과거처럼 강하게 나타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테이퍼링이나 금리인상을 견뎌낼 정도의 강한 성장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이 탄탄한 흐름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시장의 기대처럼 강한 성장이 이어질 수 있을까. 이미 델타 변이라는, 누구도 통제하지 못하는 변수를 봤다. 중국의 부동산 규제, 미국의 부채 상한 이슈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금융시장을 다시금 뒤흔들 수 있다. 향후 흐름을 예단하기 어려운 지금 같은 상황을 가리켜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금융시장이 불확실하기에 분산투자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주식·채권 반반’으론 부족하다

    분산투자 하면 너무나 식상한 얘기처럼 들린다. “주식하고 채권하고 반반 하라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뒤따르겠지만, 주식과 채권만으로는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없다. 채권시장은 물가 상승에 취약하다. 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주식시장이 긴장할 경우 ‘주식-채권 분산투자’는 힘을 못 쓴다. 다양한 분산투자 팁을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식과 채권 외 원자재 관련 자산에도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 원자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나 금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 대표적 예다. 이들 자산을 ‘대안자산’이라고 부른다. 더욱 다양한 자산에 투자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분산투자의 첫 번째 팁이다(표 참조).

    두 번째 팁은 다양한 지역 및 종목에 분산하는 것이다. 주식이라는 자산에도 너무나 많은 종류가 있다. 미국주식, 유럽주식, 선진국 주식, 신흥국 주식, 한국주식 등이 대표적 예다. 현 시점에 가장 중요한 것은 테이퍼링, 혹은 금리인상 같은 긴축에도 잘 견디는, ‘성장이 나와주는 자산’을 찾는 일이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이 다 동일하게 강한 성장을 보일 수 있을까. 강한 성장을 보이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강한 성장을 보이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가 있을 것이다. 강한 재정 부양 및 높은 코로나19 백신 보급률을 보이는 선진국과 백신 보급률이 낮아 신음하는 신흥국 중 어느 쪽 성장이 더 강하겠는가. 한 나라 주식에만 투자하라는 법은 없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분산투자하는 것, 이를 ‘지역 분산’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 분산투자 팁이다.

    세 번째 팁은 ‘통화 분산’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원화 투자에 익숙하지만 전 세계 투자자는 달러 투자에 익숙하다. 이들 입장에서 투자를 위한 현금 재원 확보는 달러 확보를 의미한다. 달러는 글로벌 투자자산이 흔들릴 때 나 홀로 강한 흐름을 보이는 안전자산의 특성을 지닌다.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달러를 일부 보유하는 통화 분산을 세 번째 팁으로 제시한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분산투자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현명하다. 따분해 보이고 다소 복잡해 보일지라도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투자가 가능하다.

    오건영은… 신한은행 IPS기획부 부부장으로 투자 솔루션 업무를 담당한다. 미국 공인회계사(AICPA) 등 금융 관련 자격을 다수 보유한 거시경제 전문가다. 서강대 사회과학부와 미국 에모리대 고이주에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로 ‘부의 시나리오’ ‘부의 대이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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