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8

2021.10.01

백신 주권 향해 뛴다, 미래 먹거리 일구는 SK바이오사이언스

[K-바이오가 달린다] ‘국산 코로나19 백신 1호’ 눈앞… 바이오의약품 CMO·CDMO 시장 선도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1-10-0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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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함께 바이러스 변이주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함께 바이러스 변이주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SK바이오사이언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데 가장 시급한 것은 ‘백신 주권’ 획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한국 기업 중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8월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임상3상 승인을 받은 백신 후보물질 ‘GBP510’이 ‘한국 1호 코로나19 백신’으로 거듭날지 관심이 쏠린다.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수입에 의존하는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인다. 한국은 변이 바이러스에도 빠르게 대처하는 ‘백신주권국가’로 거듭나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신설된 기업이다. 백신·생물학적 제제·유전자치료제 등 의약품 연구부터 생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지난해 3월 질병관리청이 공고한 ‘합성항원 기반 COVID-19 서브유닛 백신 후보물질 개발’ 사업에서 우선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백신 선두 기업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항원을 여러 형태의 단백질 배양과 정제 플랫폼을 거쳐 백신 후보물질로 확보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GBP2001’과 ‘GBP510’ 2가지다. 이 중 두 번째로 개발한 GBP510이 지난해 12월 국제민간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추진하는 ‘Wave2(차세대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 지원 대상에 선정돼 8월 말 임상3상에 돌입했다. ‘Wave2’는 CEPI가 빌&멀린다게이츠재단(BMGF)의 보조금을 받아 가동한 프로젝트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CEPI로부터 GBP510 임상 등에 활용할 연구개발비로 총 2억1010만 달러(약 2464억4730만 원)를 받았다. 이는 국내 단일 백신 개발 국제 지원금으로는 최대 규모다.

    GBP510에 대한 CEPI의 대규모 지원은 안전성과 면역원성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계적 항원디자인 연구소인 미국 워싱턴대 IPD(Institute for Protein Design)와 손잡고 GBP510 면역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GBP510의 ‘수용체 결합 단백질(RBD)’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 IPD의 ‘자체 결합 나노입자’ 디자인 기술이 적용됐다. 안정적으로 구조화한 RBD 나노입자가 높은 수준으로 중화항체를 유도하고 바이러스 증식을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GBP510 임상3상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비교 임상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제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기존 허가받은 백신과 효과를 비교하는 방법을 택했다. 전체 임상 대상자 3990명 중 3000명에게는 시험백신, 990명에게는 대조백신을 0.5㎖씩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한다.



    해외 임상은 국제백신연구소(IVI)가 책임진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IVI가 이미 세계 여러 국가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함께하고 있는 만큼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임상 진행과 허가 속도가 좀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내 임상은 순조롭다. 당초 목표 모집 인원은 93명이었으나 9월 15일 기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을 통해 임상 참여를 결정한 인원은 72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상에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의 면역증강제 기술도 투입됐다. 팬데믹 면역증강제 기술은 스파이크 단백질 항원을 광범위하게 자극함으로써 뚜렷하고 지속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설비 완벽 구축, 대규모 생산 가능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공장 L하우스. [사진 제공 · SK바이오사이언스]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공장 L하우스. [사진 제공 · SK바이오사이언스]

    국내외 임상이 완료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보건기구(WHO) PQ(Pre-qualification·사전적격성평가) 인증과 국가별 긴급사용허가 획득 준비 절차를 진행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앞서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GBP510을 투여한 임상1·2상 stage1 결과 투약군 전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가 형성돼 중화항체 형성률 100%를 보였다. 또 중화항체 유도 수준도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청 패널보다 5배에서 최대 8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WHO와 영국 국립바이오의약품표준화연구소(NIBSC)가 확립한 국제 표준물질 및 평가법을 통해 측정한 수치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GBP510 투약과 관련성이 있는 중대한 이상반응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고령자도 포함된 stage2 참여자 247명에 대해서도 6월 말 2차 투약을 마치고 안전성을 추적 관찰 중으로, 현재까지 특별한 안전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상용화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내다본다. GBP510이 상용화되면 백신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를 통해 수억 회 접종 물량이 저개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공급된다. 2~8도 냉장 조건에서 보관이 가능해 기존 백신 물류망을 통해 유통할 수 있고 장기 보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량 생산도 문제없다.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공장인 경북 안동 L하우스는 연간 수억 회 물량의 대규모 상업 생산이 가능하다. 공장 내 9개 구역의 독립된 사이트에서 여러 종류의 백신을 동시에 제조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L하우스의 코로나19 백신 제조 시설은 올해 초 유럽 EU-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를 획득했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이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ZD1222 원액을 생산하는 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 노바백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NVX-CoV2373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급업체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기술이전도 받았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는 많지만 생산시설까지 갖춘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생산설비를 갖추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따라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늘고 있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MO·CDMO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케미칼 백신 노하우, 코로나19 백신 밑거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사진 제공 ·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사진 제공 ·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SK케미칼 시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코로나19 백신 선두 주자로 자리 잡았다. 먼저 2015년 세계 최초로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SK케미칼은 독감백신의 경우 유정란에서 배양하는 방식으로는 소변이가 일어나 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세포배양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무균 배양기를 통한 백신 생산 기술을 개발해냈다. 기존 6개월 넘게 걸리던 유정란 방식에 비해 기간도 절반 이상 줄었다.

    SK케미칼의 백신 기술력을 그대로 이어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7년 대상포진백신 세계 두 번째 허가, 2018년 수두백신 국내 두 번째 허가, 사노피파스퇴르와 세포배양 인플루엔자백신 생산 플랫폼 기술 수출,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주’ 국내 출시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 개발과 함께 바이러스 변이주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GBP510이 성공적으로 임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헌신해준 임상 참여자들과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범정부지원위원회, 보건복지부, 식약처, 질병관리청 등 국내 보건당국과 글로벌 기구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안전성과 효과성이 담보된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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