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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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IT 공룡 때리기’ 자충수… 한국엔 기회

韓 게임 ‘판호 규제’ 시달리다 면역 생겨, 글로벌 시장 겨냥 스타트업에 호재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1-09-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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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중국 IT(정보기술)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사진은 차량 공유 서비스기업 디디추싱, 게임업체 텐센트, 온라인 쇼핑몰업체 알리바바 로고(왼쪽부터).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중국 IT(정보기술)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사진은 차량 공유 서비스기업 디디추싱, 게임업체 텐센트, 온라인 쇼핑몰업체 알리바바 로고(왼쪽부터).

    ‘IT(정보기술) 굴기’를 꿈꾸던 중국이 자국 빅테크 기업들에 규제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빅테크업계에 대한 규제는 세계적 추세이긴 하나, 중국 당국의 조치는 상식을 뛰어넘는다. 기업에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이미 시장에 출시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하고 기업 경영권을 박탈하기까지 한다. 중국은 ‘빅브라더’를 꿈꾸는 것일까. 9월 1일 본격 도입한 ‘중화인민공화국 데이터안전법’(이하 데이터보안법)에 따라 중국 정부는 자국 인터넷 기업들의 모든 데이터에 대한 접근·관리권을 확보했다.

    IT 굴기에서 빅브라더로

    국가의 초강력 규제·개입으로 중국 기업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알리바바 측에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3조1000억 원을 부과했다.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차량 공유 서비스기업 디디추싱은 정부 반대에도 기업공개를 강행한 ‘괘씸죄’에 걸렸다. 당국의 보안조사를 받는 것은 물론, 신규 회원 모집도 금지됐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앱 틱톡 개발사 바이트댄스가 나스닥 상장을 포기하는 등 기업들은 몸을 바짝 엎드렸다. 중국 정부는 9월 들어선 텐센트, 넷이즈 등 대형 게임업체로 칼끝을 돌렸다. 신규 게임에 대한 판호(서비스 허가) 발급을 중단하고,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시간을 규제하고 나섰다.

    글로벌 IT산업은 서로 연결된 거대한 생태계와 같다. 중국의 자국 기업 옥죄기는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해 세계 IT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 다만 인간은 언제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인터넷 공간에서 그 적응력은 배가된다. 글로벌 IT업계가 중국의 빅테크 규제를 기회로 이용할 수 있을지 따져보자.

    첫째, IT업계의 자금 확보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분명 악재다. 최근 상당수 중국 빅테크 기업이 글로벌 주요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투자자들은 당장 손실을 만회하고자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일본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중국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증권사와 개인투자자도 중국 기업 투자에 대해 보수적 태도로 돌아섰다. 중국뿐 아니라 타국 IT업체도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IT 생태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여지도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다른 국가 IT업체로 투자가 몰릴 개연성도 크다. IT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데이터보안법, 탈중앙화 기술 발달 촉진

    둘째, 국내 게임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거대한 게임시장 중국이 문호를 좁히면 국내 게임업체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자국 내 게임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게임업체들은 더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려 들 것이다. 다만 한국 게임업체는 상당 기간 중국 당국의 판호 규제에 시달려 어느 정도 ‘면역’을 지녔다. 성인 대상의 게임 콘텐츠도 여럿 보유해 청소년 게임 시간제한도 사실상 피해갈 수 있다. 한국 게임업체가 모처럼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셋째,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국 IT 스타트업에 성장의 호기가 될 수 있다. 2010년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의 신생 IT 기업을 적극 지원했다. 해당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오늘날 빅테크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점에서 중국 당국이 정치적 이유로 자국 기업을 규제한 것은 자충수다.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공백은 더 새롭고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 주자가 채우기 십상이다. 중국 빅테크 공룡이 주춤하는 사이 한국 스타트업이 도약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IT업계 규제는 경제적 영향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중국은 IT업체가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하는 것을 막겠다며 데이터보안법 등 규제에 나섰다. 그 저의는 국가 권력이 개인정보를 자유자재로 통제하겠다는 것. 이는 인터넷 사용자가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연스레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처럼 탈중앙화 기술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질 것이다.

    IT 기술을 자국 경제발전 원동력으로 삼던 중국. 정작 인터넷 공간의 속성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유례없이 강력한 규제는 도리어 한국 등 다른 나라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안겨줬다. 국가가 인터넷 공간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이 거꾸로 탈중앙화 기술 발달을 촉진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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