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7

2021.09.24

바이든이 사랑한 ‘나스닥 신데렐라’ 펠로톤

[강지남의 월스트리트 통신] ‘커넥티드 피트니스’ 창조… 리콜 사태 극복, 후발주자 견제 관건

  • 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입력2021-09-2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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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 한 펠로톤 매장. [사진 제공 · 강지남]

    미국 뉴욕 한 펠로톤 매장. [사진 제공 · 강지남]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의 결혼에는 세 명이 있는 것 같다. 나와 남편, 그리고 펠로톤(Peloton) 자전거.”

    작가 홀리 번스가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때론 남편의 펠로톤이 밉다’에서 한 말이다. 이 글에서 번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인이 실내용 자전거 펠로톤에 얼마나 많이 의지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한 여성은 마라톤 선수 출신이자 펠로톤 인기 강사인 로빈 아르존을 “나의 세라피스트”라고 표현했다.

    뉴욕 펠로톤 본사 전경. [사진 제공 · 강지남]

    뉴욕 펠로톤 본사 전경. [사진 제공 · 강지남]

    “부티크 피트니스를 집 안으로 가져오자”

    뉴요커는 운동에 진심이다. 횡단보도에서 녹색등을 기다리며 제자리 뛰기를 하거나 아예 무단횡단을 하면서 맨해튼 거리를 달리고, 개와 함께 혹은 유모차를 밀며 달린다. 솔사이클(Soul Cycle), 이퀴녹스(Equinox) 등 부티크 피트니스산업이 가장 먼저 꽃을 피운 곳도 뉴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트니스 클럽이 문을 닫자 뉴요커는 집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이 바로 펠로톤이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로 뛰었고, 주가는 10배 이상 올라 ‘나스닥의 신데렐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폭증하는 수요를 공급체계가 따라가지 못해 광고를 전면 중단하는 일도 벌어졌다. ‘헬스장에 펠로톤 자전거 구비’는 지난해부터 뉴욕 아파트들이 즐겨 내세우는 광고 문구가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취임 전까지 펠로톤 자전거를 즐겨 탄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문제로 백악관에 펠로톤 자전거를 가져가지 못했다고 한다.

    펠로톤 창업주는 반스앤드노블 e커머스 담당 사장을 지낸 존 폴리다. 사이클링 마니아로 뉴욕 부티크 피트니스 열성 회원이던 그는 회사 일을 하면서 어린 두 자녀를 돌보느라 피트니스 클럽에 갈 시간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부티크 피트니스를 집 안으로 가져오자’며 펠로톤을 창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트니스 클럽이 문을 닫자 뉴요커들은 집에서 운동하기 시작했다. [펠로톤 홈페이지]

    코로나19 사태로 피트니스 클럽이 문을 닫자 뉴요커들은 집에서 운동하기 시작했다. [펠로톤 홈페이지]

    펠로톤은 실내자전거와 실내운동 수업을 동시에 판매한다. 펠로톤 고객은 자전거에 달린 태블릿PC 화면을 통해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운동한다. 부티크 피트니스처럼 운동복을 맵시 있게 차려입은 강사가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은 채 수업을 진행한다. 화면을 통해 자신의 운동 데이터뿐 아니라 같은 수업을 시청하는 다른 사용자들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집에서 여럿이 함께 운동하는 기분을 느끼고 동기 부여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펠로톤은 사이클링 외에도 달리기, 걷기, 근력운동, 명상, 요가 등 다양한 종목에서 5000개 이상 수업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실외 달리기(음성만 제공),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가족 운동 프로그램도 론칭했다. 펠로톤 자전거가 없더라도 펠로톤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해 홈트레이닝 수업을 시청할 수 있다.

    펠로톤의 수익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자전거 등 기기 판매, 그리고 월 구독 형태의 피트니스 콘텐츠 서비스다. 대당 2000달러(약 234만 원·기본 모델 1895달러, 프리미엄 모델 2495달러)에 달하는 고가 자전거를 산 고객이 월 39달러짜리 구독 서비스를 쉽게 해지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펠로톤의 수익 구조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피트니스 클럽이 다시 문을 열더라도 펠로톤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앱만 사용하는 디지털 회원도 월 12.99달러를 지불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펠로톤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선 새로 출시한 러닝머신 때문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5월 한 어린이가 펠로톤 러닝머신에 끼어 사망한 것은 물론, 몇 건의 부상 사고가 발생해 법무부와 국토안보부로부터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펠로톤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이미 판매된 제품은 전부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또 펠로톤 사용자가 줄어드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앱 조사업체 앱토피아(Apptopia)에 따르면 펠로톤 앱 사용자는 최근 7개월간 연속 하락해 4월 이후 총 감소율이 41.7%에 달했다. 펠로톤은 6월 말 기준 고객의 평균 순 월간 이탈률이 0.73%로 1년 전(0.52%)보다 상승했다고 밝혔다. 인당 월평균 운동량도 24.7건에서 19.9건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이후 피트니스 클럽이 재개장하고 야외 활동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펠로톤 운동 콘텐츠 월 사용료는 39달러, 애플리케이션만 사용할 경우 월 12.99달러다. [펠로톤 홈페이지]

    펠로톤 운동 콘텐츠 월 사용료는 39달러, 애플리케이션만 사용할 경우 월 12.99달러다. [펠로톤 홈페이지]

    자전거 가격 인하, 의류사업 진출로 위기 타개 모색

    펠로톤의 장기 성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적잖다. 우선 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자전거를 공급하고자 미국 내 자체 생산설비에 투자, 2023년부터 오하이오주에서 자전거를 생산할 계획이다(현재는 대만에서 만든다). 물류망과 관련해서도 4억 달러(약 4681억6000만 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자전거 기본 모델 가격을 20% 인하하고 마케팅 지출을 늘리기로 한 것도 장기적으로 고객을 확대해 펠로톤의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된다. 지난달 ‘펠로톤 어패럴(Peloton Apparel)’이라는 이름으로 의류사업에 뛰어든 것도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커넥티드 피트니스(Connected Fitness) 세계를 창조한 펠로톤이 동화 속 신데렐라처럼 영원히 행복하게 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러닝머신 리콜 사태로 불거진 안정성 이슈를 해결해 소비자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종료 후 더욱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고 싶어 하는 운동 마니아들의 ‘오프라인 욕구’에도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룰루레몬의 미러(Mirror), 하이드로(Hydrow), 토널(Tonal) 등 후발 커넥티드 피트니스업체들의 추격을 어떻게 따돌리느냐도 당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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