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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시국’ 임신·출산·육아는 예상과 많이 달랐다

코로나 팬데믹, 부모로 살아남기

  • 안미은 채널A 미디어커머스팀 기자 labrida@donga.com

‘코시국’ 임신·출산·육아는 예상과 많이 달랐다

코로나 시국이라 아이 백일잔치를 하는 대신 집에서 셀프 백일상을 촬영했다. [사진 제공 · 안미은]

코로나 시국이라 아이 백일잔치를 하는 대신 집에서 셀프 백일상을 촬영했다. [사진 제공 · 안미은]

“아이는 천천히 갖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만나 서약을 하고 결혼 4년 차에 접어들었다. “거실 소파는 이쪽으로 옮겨볼까.” “수건은 돌돌 말아 놓는 게 보기 좋겠어.” 서로 취향은 달랐으나 까다롭지 않은 성격 덕에 결혼생활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물론 국내와 해외, 산과 바다로 여행을 다니자던 신혼 초 약속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전 세계를 휩쓴 탓에 흔적마저 희미해졌지만, 언제까지 기죽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우리는 현 상황에 맞춰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집. 관광 코스는 안방에서 부엌, 거실에서 서재로 이어졌다. 요리를 만들어 먹고, 카드놀이를 하다 촛불에 와인잔을 비추며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는 등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하는 데이트는 색다르면서도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줬다.

생각과 달랐던 ‘코시국’ 임신

“나 임신했어.”

아이는 내후년쯤 가져야겠다는 막연한 계획만 있었는데 삶은 우리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줬다. 축복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팬데믹 상황이라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었다. 과연 우리가 임신과 출산 과정을 무사히 이겨내고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엄마는 강하다는데, 나도 그럴까. 산부인과 검진 때마다 아이가 마치 잘못되기라도 할 것처럼 마음을 얼마나 졸였는지. 방역지침 때문에 보호자 동반이 금지돼 남편이 곁에 있어주지도 못했다.

아이의 첫 심장 소리를 들을 때도, 손가락과 발가락 개수를 셀 때도, 아이 얼굴을 보는 감격스러운 순간에도 홀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진료 때마다 병원 지하주차장에서 휴대전화를 부여잡고 내가 전달한 초음파 영상을 보던 남편 역시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아이의 탄생과 함께 본격적인 육아 신호탄이 울렸다. 부모가 된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 벅찬 일이지만, 동시에 감내할 일 또한 많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출산 후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잠을 설쳐가며 2~3시간마다 젖을 물리고, 우는 아이를 달래고, 온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내 끼니는 뒷전이라 대충 국에 밥을 말아 먹거나 빵 쪼가리로 때웠다. 샤워는커녕 세수할 시간을 내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가 생기면 같은 엄마들끼리 유모차 끌고 다니며 수다도 떨고 싶었지만, 코로나19 탓에 쉽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그나마 허락됐던 유모차 산책의 자유마저 빼앗겨 아이 예방접종을 위해 소아청소년과에 들락날락하는 게 기분 전환의 전부였다.

아이를 데리고 또래 엄마들과 수다를 떠는 대신 실외에서 유모차를 끌며 외로움을 달랬다. [사진 제공 · 안미은]

아이를 데리고 또래 엄마들과 수다를 떠는 대신 실외에서 유모차를 끌며 외로움을 달랬다. [사진 제공 · 안미은]

손주 구경은 ‘줌’, 백일상은 ‘셀프’

“지난 설에도 못 뵀는데, 이번 추석에는 친정에 내려갈 수 있을까.” “백신도 맞았으니 거리두기가 완화되길 기다려보자.” 엄마가 돼봐야 엄마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육아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대구에 계신 친정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서울과 대구가 그리 먼 거리도 아니지만, 아이를 낳고 친정을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명절 풍속마저 비대면으로 바꿔놓은 모양새다. 아이가 있는 친구들은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자 아이의 건강을 우려해 명절 연휴에 이동하는 대신 친지들의 안부를 영상통화나 화상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나도 그렇고.

요즘처럼 어려운 시국에 힘이 되는 건 가족이다. 부족한 초보 엄마 밑에서도 아이는 6개월간 쑥쑥 자랐다. 얼마 전 영유아 검진에서는 키 99%, 몸무게 92% 백분위 수를 기록했다. 백분위 수란 같은 성별과 같은 연령대의 영유아 100명 가운데 작은 쪽에서부터 순서를 말하는데, 키가 1등으로 자랐다. 건강 및 발육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결과 통보서를 보면서 처음으로 어깨가 으쓱했다.

아이는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제법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기는 흉내를 내고, 장난감을 이리저리 쥐고 흔들면서 혼자 놀기도 하고, ‘음마음마 음마 빠빠’ 하고 엄마, 아빠 비슷한 소리도 낸다. 월령에 맞게 잘 크는 아이를 보자니 육아의 고단함이 보람으로 바뀌어간다.

고마운 건 아이 덕에 코로나19와 육아휴직으로 단절될 뻔한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 출산한 회사 동료들과 그 어느 때보다 친근하게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육아 고민을 해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조동’(조리원 동기)도 없었고, ‘문센친구’(문화센터 친구)도 옛말이 됐지만, 많은 엄마의 소통 창구가 돼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친구가 늘었다. 크고 작은 아기용품 구매부터 이유식 준비, 셀프 백일상 촬영까지 육아로 ‘찐소통’하며 새삼 비대면 시대 소통의 즐거움을 깨달아가고 있다.

아이가 있는 삶과 없는 삶은 확연히 다르다. 부부 둘뿐이던 이전처럼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지는 못하지만, 행복은 건재하다. 지치고 고된 상황에서도 곤히 잠든 아이 얼굴을 바라보며 남편과 늘 “우리가 가장 잘한 일은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된 일”이라고 말한다. 삶의 목표도 한층 분명해졌다. 불확실한 미래에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최선을 다해 나아가는 것. 이것이 현 시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란 걸 안다.





주간동아 1306호 (p56~57)

안미은 채널A 미디어커머스팀 기자 labri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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