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1

2021.05.28

CJ 이경후 · 이선호 남매, ‘올리브영’ 지렛대로 승계 작업 가속

프리IPO 후 CJ신형우선주 매입… 상장 후 매각 가능성 높아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1-06-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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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신형우선주를 통해 승계 지분을 늘리고 있는 이경후 CJ ENM 부사장(왼쪽)과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CJ그룹, 뉴시스]

    CJ신형우선주를 통해 승계 지분을 늘리고 있는 이경후 CJ ENM 부사장(왼쪽)과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CJ그룹, 뉴시스]

    CJ그룹의 ‘잘 키운 비상장사 하나’가 CJ 일가 승계 작업의 탄탄한 디딤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성공한 CJ올리브영이 그 주인공. 내년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녀 경후(CJ ENM 부사장)·선호(CJ제일제당 부장) 남매는 CJ올리브영 프리IPO를 통해 거액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부사장과 이 부장은 CJ올리브영 지분을 각각 4.26%, 11.09%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프리IPO에서 구주 일부를 매각해 각각 391억 원, 1018억 원 현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CJ신형우선주(CJ4우)를 매입하는 등 승계 작업의 포석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CJ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경후 CJ ENM 부사장은 올해 1분기 중 CJ4우를 5만2209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지난해 말 기준 22.72%에서 23.95%(101만2290주)로 늘렸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역시 CJ4우를 7만8588주 매입해 CJ 지분율을 22.98%에서 24.84%(104만9688주)로 끌어올렸다.

    신형우선주는 최근 그룹 오너들 사이에서 승계 수단으로 유용하게 쓰인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어서다. 또 당장 의결권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보통주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래돼 증여세를 줄일 수 있고, 최저배당률이 정해져 있어 배당을 통한 승계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CJ4우는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된다. 5월 29일 종가 기준 가격은 8만9100원으로 CJ의 11만2000원보다 저렴하다.

    CJ신형우선주 8년 뒤 보통주로 전환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2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성공해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CJ올리브네트웍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2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성공해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CJ올리브네트웍스]

    CJ그룹도 2019년 4월 지주사 CJ가 주식 배당을 통해 신형우선주를 발행하면서 이경후 부사장에게 CJ4우 5622주를 배당했다. 당시 이 부사장은 CJ 보통주 0.13%를 보유하고 있었다. 같은 시기 이선호 부장은 지주사 지분이 없어 신형우선주를 배당받지 못했다. 그해 말부터 이재현 회장은 신형우선주를 활용한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 자신이 보유한 신형우선주 184만 주를 이 부사장과 이 부장에게 각각 92만668주씩 증여한 것. 이때부터 이 부장은 신형우선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 남매는 장중에서 계속 신형우선주를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CJ4우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남매의 CJ 지분은 자동으로 늘어난다. CJ그룹 지배구조 중심은 지주사 CJ다. 현재 최대 주주는 이재현 회장으로 지분 42.1%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1.19%, 이 부장은 2.75%로 미미하지만 신형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자연스럽게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CJ올리브영 상장이 경영권 승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CJ올리브영은 최대 주주 CJ(55.24%)를 중심으로 이 부장(17.97%)과 이 부사장(6.91%)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업계는 이들 남매가 CJ올리브영 상장 후 매각으로 얻은 자금을 CJ 지분 확보에 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본다.

    CJ올리브영은 내년 기업공개를 앞두고 몸값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온오프라인 연계 강화를 들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CJ올리브영은 온라인 매출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 감소분을 만회하게 됐다.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2019년 10.6%에서 2020년 17.9%, 올해 1분기에는 23.4%까지 늘었다. 지난해 12월 프리IPO 당시 CJ올리브영은 기업가치를 1조8361억 원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경후·선호 남매의 사실상 개인회사로 불리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타임와이즈)에 CJ계열사가 잇따라 투자하면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5월 20일 CJ올리브영은 타임와이즈에 50억 원을 출자해 H&B(헬스&뷰티) 혁신 성장 펀드를 조성한다고 공시했다. 타임와이즈는 이번에 결성된 펀드를 토대로 CJ올리브영과 유망 벤처기업 발굴 및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장녀 부부 그룹 내 역할 커져

    타임와이즈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벤처캐피털로,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을 대부분 이선호 부장(51%)과 이경후 부사장(24%)이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이들 남매의 개인회사라고 할 수 있다. 타임와이즈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씨앤아이레저산업의 몸값이 올라가고, 이는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단, 정부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회사가 100% 벤처캐피털 지분을 갖도록 해 CVC 지분에 오너일가나 계열사, 비계열사가 지분을 같이 섞는 것을 금지했다. 또 펀드 조성 시 40%까지만 외부 자금을 조달하도록 허용했다. 즉 60% 이상은 지주회사 유보자금으로 펀드에 출자하게끔 돼 있다. 이에 대해 CJ 측은 “씨앤아이레저산업은 현재 배당을 시행하지 않고 있고, 투자 수익은 출자한 계열사가 가져가는 구조”라고 밝혔다.

    1985년생인 이경후 부사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 지주사 CJ의 대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한 데 이어 CJ오쇼핑 상품 개발과 방송 기획, CJ 미국지역본부 등을 거쳐 2018년 7월부터 CJ ENM에서 브랜드전략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남편인 정종환 CJ 부사장은 이 부사장과 컬럼비아대 석사 시절 만나 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씨티은행에서 근무하다 2008년 이 부사장과 결혼한 후 2010년 CJ에 입사했다. 2018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 부사장과 나란히 상무로 승진했고 2019년 이 부사장보다 1년 앞서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장녀 부부의 그룹 내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변종 대마를 흡입·밀반입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자숙하던 이선호 부장은 올해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발령받아 업무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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