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8

..

투벤저스

ETF와 리츠만 알아도 노후가 ‘따뜻’

제로금리, 장수 사회에서 투자는 선택 아닌 필수

  •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입력2021-03-02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대수명이 100세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연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기대수명이 100세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연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사람은 115세까지 살 확률이 대략 1억 분의 1이고(0.000001%), 122세까지 살 확률은 1000억 분의 1이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앞으로 상가(喪家)에서 “천수를 누리셨군요”라는 말을 듣는 나이는 120세 정도일 거라고 한다. 이 정도 나이에 대비하려면 연금이 튼튼해야 한다. “자식보다 연금이 중요하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연금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을까. 

    연금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을 넘어 적립금을 증식시켜야 한다. 1%도 안 되는 예금 금리로는 원금이 2배로 늘어나려면 70년 이상 걸린다. 제로(0)금리는 자산 증식을 막는 블랙홀이다. 장기 복리 효과를 통해 자산을 늘리려면 수익률이 4% 이상은 돼야 한다. 따라서 연금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키스톤(keystone)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투자상품과 원리금보장상품(예금 등)에 대해 잘 생각해봐야 한다. 

    많은 사람이 연금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퇴직연금 DC(확정기여형)의 경우 85%를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연금은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는 일정 부분 잘못된 생각이다. 퇴직연금은 당장 원금이 보전돼야 하는 단기적 안전이 아니라, 노후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장기적 안전’에 해당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연금 운용수익률이 물가상승률 이상은 돼야 한다. 제로금리로는 물가상승을 따라가기 어려우므로, 실질적으로 구매력 측면에서 손해를 보는 셈이다. 반면, 투자상품은 단기적으로 원금을 훼손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구매력 이상의 수익을 낸다.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에 나오는 우화를 보면, 두 마리 작은 생쥐와 꼬마 인간 두 명이 미로를 다니며 치즈를 찾아 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치즈가 사라져버렸다. 두 마리 생쥐는 바로 다른 치즈를 찾아 나섰지만 꼬마 인간은 ‘왜 치즈가 없어졌나’를 생각하며 불평만 하고 있다. 금리라는 치즈가 없어지면 우리는 다른 곳으로 수익을 찾아 나서야 한다. 금리가 왜 떨어졌을까, 언제 다시 오를까 고민해봐야 소용없다. 투자상품이라는 다른 치즈를 찾아야 한다.


    글로벌 자산으로 눈 돌려라

    문제는 ‘투자 방법’이다. 예금은 어느 은행에 하든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예금 방법을 알려주마’라는 책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는 방법이 중요하다. 투자를 시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올바른 방법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예금과 달리 투자 노하우에 관한 책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이유다. 연금은 연금에 맞는 투자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연금은 초(超)장기, 적립식으로 투자해 그 적립금을 노후에 생활비로 써야 한다. 모순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높이는 방법이어야 한다. 연금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분산이다. 이 단어는 너무 자주 언급돼 식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분산은 투자에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요즘 바이오, 배터리 등 혁신기업의 주식 가격이 많이 오르니 연금에서 바이오나 배터리 ETF(Exchange Traded Fund)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하지만 그 테마가 언제든 어려워질 수 있는 게 시장이다. 배터리 ETF 하나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바이오(Bio), 배터리(Battery), 인터넷(Internet), 게임(Game)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BBIG ETF가 연금에는 더 나은 선택이다. 부동산이 ‘입지, 입지, 입지’라면 투자는 ‘분산, 분산, 분산’이다. 또한 투자자산을 선택할 때는 ‘10년 후에 한 번 비교해보자’는 생각을 가져야지, 단기적으로 내 수익률이 뒤처졌다고 해서 초조해하거나 따라가선 안 된다. 마라톤도 상대방 페이스에 말리면 경기에서 지고 만다. 

    둘째, 글로벌 자산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2%가 채 되지 않는다. 98% 이상이 우리나라 밖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셈이다. 글로벌 자산을 보유하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연금은 30년 이상을 운용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나라가 어떤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 영국, 이탈리아, 일본, 독일, 미국 등 제조업 국가는 모두 발전 과정에서 어려움에 처했다. 미국이나 독일처럼 위기에서 벗어나 도약한 나라도 있고, 일본이나 이탈리아처럼 오랜 기간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라도 있다. 

    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한 우리나라도 앞으로 장기 저성장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렇기에 길게 보고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연금 자산은 글로벌 투자로 분산해야 한다. 익숙함에 치우쳐 우리나라 자산을 많이 갖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습관을 버려야 한다. 글로벌 자산을 절반 이상은 보유해야 한다.


    투자는 ‘기다리는 것’

    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글로벌 자산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동아DB]

    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글로벌 자산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동아DB]

    셋째, 바벨형 구조로 자산배분을 한다. 어중간한 중위험-중수익 자산을 집중 보유하는 것보다 안전 자산과 혁신 자산 둘로 나눠 보유하는 게 낫다. 전자를 총알처럼 생긴 자산배분이라고 해 불릿(bullet)형이라 하고, 후자는 양쪽 끝으로 자산배분을 하는 게 바벨을 닮았다고 해 바벨(barbell)형이라 한다. 왜 바벨형 자산배분이 유리할까. 혁신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 기술이 실생활에 확산되는 한편, 또 다른 새로운 혁신이 나오는 일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혁신 기업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만큼 불확실성도 크다. 그래서 노후 자금인 연금은 혁신 기업을 보유하면서 동시에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자산도 함께 가져야 한다. 인컴 자산과 혁신 자산을 바벨처럼 갖는 것이다. 

    넷째, 금융상품은 ETF와 리츠(REITs)를 활용하면 좋다. ETF나 리츠 모두 금융혁신의 산물이다. ETF는 편리한 레고 블록과 같아서 입맛에 맞게 선택해 조립할 수 있다. 리츠는 여러 부동산 물건을 모아서(pooling) 상장해 소액으로 거래를 가능하게 한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이다. 물류센터·데이터센터·임대주택 리츠를 소액으로 사 부동산을 분산할 수 있다. 리츠는 부동산 물건을 분산하고 유동성을 높임으로써 개인이 부동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자산 관리는 ETF와 리츠만 잘 알아도 충분한 시대가 왔다. 

    마지막으로, 좋은 조언자를 옆에 둬야 한다. 프로골퍼에게 캐디는 단순히 캐디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유익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다. 대회에서 탄 상금의 10%를 지급할 만큼 캐디는 선수 기량 면에서 기여도가 꽤 크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유익한 조언자를 옆에 두는 게 좋다. 무엇보다 좋은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게 필요하다. 좋은 금융기관은 이익이 나는 금융상품을 팔고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곳이다. 고객에게 좋지 않은 금융상품을 권하는 기관은 좋은 금융기관이 아니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를 사귀라”는 말이 있다. 좋은 사람, 좋은 금융기관을 옆에 둬야 한다. 

    투자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돈을 버는 법’이다. 투자로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버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거의 사실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 투자를 통해 돈을 벌려면 장기적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승부하는 금융상품이 바로 연금이다. 연금과 투자는 ‘찰떡궁합’인 셈이다. 다만, 아무리 인연이 좋은 부부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야 하듯이, 투자할 때는 투자 방법도 중요하다. 연금에 투자라는 엔진을 장착해 올바른 방법으로 항해한다면 제로금리, 장수 사회라는 환경을 능히 이겨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