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6

2020.07.03

北 원산에 배치된 구형 전투기, 근접 공중전엔 南보다 우세 [웨펀]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0-06-30 11:40:07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북한 원산갈마비행장-전투기 포착.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 홈페이지 캡쳐]

    북한 원산갈마비행장-전투기 포착.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 홈페이지 캡쳐]

    6월 23일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강원 원산 갈마비행장 위성사진을 공개하면서 북한이 이곳에 전투기 40여 대를 추가로 전진 배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대남 군사 행동 보류를 결정했음에도 휴전선과 가까운 곳에 1개 비행단에 가까운 규모의 전투기가 전진 배치된 것이다.
     
    38노스는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이렇게 많은 수의 전투기가 포착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 정도 규모는 김정은이 참석한 지난해 11월 전투비행술경기대회 이후 처음”이라고 언급하면서 위성사진을 분석해 전투기들의 기종과 수량을 소개했다.

    무겁고 둔중한 폭격기

    원산갈마비행장 MIG-21. [조선중앙TV 캡쳐화면]

    원산갈마비행장 MIG-21. [조선중앙TV 캡쳐화면]

    38노스가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식별한 전투기는 MIG-21과 MIG-17, MIG-15 등 세 종류였다. 북한이 어떤 군사적 도발을 할 때는 주로 MIG-29나 MIG-23 같은 비교적 신형 기체를 동원했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보유한 가장 낡은 기종들이 갈마비행장에 집결했다. 

    이 전투기 가운데 MIG-21은 북한의 사실상 주력 전투기 기종이다. 북한은 옛 소련제 오리지널 MIG-21은 물론, 중국제 복제품인 J-7 계열을 전투기 120여 대, 지상 공격용으로 개조한 공격기 30여 대, 복좌형 훈련기 40여 대 등 190대 이상의 계열 기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56년부터 생산된 MIG-21은 소련 전투기 역사상 최초로 마하 2 벽을 깬 초음속 전투기로, 초기 단계부터 철저히 요격기로 개발됐다. 소련은 이 전투기를 개발할 때 고도의 공중 기동성보다 빠른 속도와 상승 능력을 요구했다. 이 전투기가 상대할 대상은 적의 날렵한 전투기가 아니라 무겁고 둔중한 폭격기였기 때문이다. 


    북한 MIG-21. [GLOBAL AVIATION]

    북한 MIG-21. [GLOBAL AVIATION]

    이 전투기에는 레이더가 있긴 하지만 사실 별 의미가 없다. MIG-21에 탑재되는 레이더는 개량 여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북한이 구입한 버전은 30km가량이 최대 탐지 거리다. 우리 군의 F-16 전투기가 100km 이상 탐지 거리를 갖는 것과 비교할 때 레이더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MIG-21이 이 정도인데 더 구식인 MIG-15와 MIG-17은 말할 것도 없다. MIG-15는 제2차 세계대전 도중 개발에 들어가 1947년 완성된 그야말로 골동품이다. 6·25전쟁에 참전해 당시 미 공군의 신예 제트 전투기 F-86에 처절히 박살났던 기종이다. 

    MIG-15는 6·25전쟁 때 썼던 기종인 만큼 초음속 비행은 꿈도 꿀 수 없다. 엔진을 최대 추력으로 가동해야 마하 0.9 정도를 달성할 수 있고, 무장 역시 23mm 기관포 2문이 전부다. 레이더와 전자장비 따위는 없으며, 조종사가 눈으로 적기를 확인하면서 꼬리를 물고 물리며 기관포로 싸워야 하는 전투기다. 

    북한은 MIG-15를 아직도 100대 이상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유사시 미끼로 쓰기 위해서다. 전시가 되면 MIG-15에 탑승한 조종사들은 최대 속도로 가속해 우리 군의 지대공·공대공미사일을 소진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거나, 전방지역 주요 시설에 자폭 공격을 수행하도록 계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IG-17, 100대 이상 보유

    MIG-15. [위키피디아]

    MIG-15. [위키피디아]

    MIG-17은 MIG-15의 완성형이다. 급하게 만든 MIG-15는 높은 고도에서 속도를 조금만 올려도 스핀에 빠져 추락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 때문에 소련에서도 MIG-15는 과도기적인 기종으로 인식됐고, 진짜 양산형은 MIG-17이었다. 

    북한은 MIG-17을 100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데, 기체 수명이 60년을 훌쩍 넘은 이 전투기들의 주요 임무는 놀랍게도 공중전이다. MIG-17은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의 F-4 팬텀, 베트남군의 F-5A 프리덤 파이터 등과 공중전을 벌여 상당한 격추 실적을 거둔 바 있다. 그리고 그 F-4와 F-5를 지금도 우리 군에서 쓰고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MIG-17이 아직 쓸 만하다고 생각할 법하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이번에 구식 미그기가 대거 배치된 갈마비행장은 북한군이 보유한 여러 비행장 가운데 비교적 전방 비행장에 속한다. 이 비행장에서 발진하는 항공기는 동해안 지역의 방공과 지상군 지원 임무를 수행하는데, 전시가 되면 이들과 가장 먼저 조우하는 것이 우리나라 강릉 공군기지에 있는 제18전투비행단이다. 

    동해 최전선에서 유사시 긴급 발진 임무를 맡고 있는 제18전투비행단의 보유 기종은 F-5E/F이다. 미국으로부터 직도입한 F-5E/F 기체와 우리나라가 녹다운 방식으로 조립 생산한 KF-5E/F 전투기 2개 대대를 운용하고 있다. F-5E/F는 1974년부터 1980년 사이, 국내에서 조립 생산한 ‘제공호’는 1980년부터 1986년 사이 도입돼 40여 년이라는 긴 시간을 운용한 노후 기체다. 

    북한이 원산에 배치한 구식 미그기의 수는 우리나라가 강릉기지에 배치한 구식 F-5 계열 기체의 수와 거의 동일하다. 물론 원산에서 발진한 전투기 40대와 우리 공군 F-5 전투기 40대가 동시에 맞붙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만에 하나 이들 기체가 동해 군사분계선 인근 상공에서 우발적으로 충돌한다면 우리 전투기들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 전투기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F-5E/F는 카탈로그 데이터만 놓고 본다면 모든 면에서 북한군 MIG-21보다 열세다. 전투기의 공중 기동성을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추력 대 중량비를 보면 F-5E가 0.4 정도이고, MIG-21이 0.7을 조금 넘는다. 추력 대 중량비가 더 좋다는 것은 그만큼 전투기가 더 빠르게 가속해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공중에서 전투기가 얼마나 더 짧은 원을 그리면서 도느냐, 즉 얼마나 더 민첩하게 움직이느냐를 결정하는 익면하중은 F-5E가 254, MIG-21이 226 정도다. 익면하중이란 기체 무게를 날개 면적으로 나눈 값인데, 익면하중이 높을수록 같은 속도에서 꺾을 수 있는 원의 반경이 커져 공중전에서 불리하다.

    낮은 고도에서 기동성은 뛰어나

    F-5E는 MIG-21에 비해 추력 대 중량비와 익면하중 등 공중전 승패를 좌우하는 모든 데이터에서 열세다. 물론 데이터 차이가 크지 않고 조종사 기량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문제는 MIG-17이다. 

    북한이 전방 비행장에 MIG-17을 가져온 것은 상당히 오랜만의 일이다. 100대 안팎인 MIG-17은 평안북도 방현비행장을 중심으로 주로 북부지역에 배치, 운용돼왔기 때문에 연평도 포격도발이나 동해안 미 정찰기 위협비행 같은 상황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기체다. 이 기체를 평안북도에서 강원도까지 가져왔다는 것은 뭔가 노리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MIG-17은 6·25전쟁 때 사용한 MIG-15의 개량형이고, 주로 베트남전쟁에서 쓰인 고색창연한 물건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골동품으로 취급할 수는 없는 기체다. 물론 MIG-17을 상대하는 것이 우리 공군의 최신예 F-15K나 KF-16이고, 근접 공중전이 아니라 미사일을 사용한 가시거리 밖 공중전 상황이라면 MIG-17은 그냥 사냥감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제는 원산에 배치된 이 MIG-17을 가장 먼저 상대해야 할 우리 공군 전투기가 F-5E/F라는 것이다. 

    F-5E/F는 분명 MIG-17보다 나중에 나온 초음속 전투기다. MIG-21과 달리 레이더도 달렸고, 구식이지만 단거리 공대공미사일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F-5E/F의 레이더 성능은 날씨가 좋을 때 조종사의 시야보다 좀 더 멀리 보는 정도이고, 공대공미사일도 조종사 시야 내에서 쏴야 한다면 결국 두 기체는 마치 개들처럼 서로 꼬리를 물려고 격렬하게 움직이는 근접 공중전, 즉 도그 파이팅(Dog Fighting)을 해야 한다. 

    이 도그 파이팅에서 초음속 비행 성능은 장점이 못 된다. MIG-17의 최대 속도가 마하 1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고 F-5E 속도는 마하 1을 넘지만, 실제 도그 파이팅에서 음속을 넘는 최대 속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방향 전환, 즉 선회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공중 도발 위한 사전 조치 가능성

    北원산갈마비행장 위성사진. [뉴스1]

    北원산갈마비행장 위성사진. [뉴스1]

    공중전 역사를 살펴보면 도그 파이팅은 대부분 천음속(Transonic) 영역, 즉 마하 1 안팎의 속도 범위에서 이뤄졌다. 고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도그 파이팅을 벌이는 전투기들의 속도도 더욱 낮아졌다. 중력과 공기 밀도에 의한 저항이 커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베트남전쟁에서는 최대 속도가 마하 0.9를 조금 넘는 MIG-17이 당대 최고 고급 요격기인 F-105 썬더치프를 중고도 이하 영역에서 여러 차례 격추시켰고, 반대로 MIG-17이 최대 속도 500km를 조금 넘는 프로펠러 전투기인 A-1에게 저고도 영역에서 격추된 사례도 있었다. 

    북한군 MIG-17은 최대 속도는 느리지만 낮은 고도에서 기동성은 대단히 뛰어난 기체다. 원산의 MIG-17이 군사분계선 북방 20~50km 일대 전술조치선(TAL)을 넘어 남하하면 강릉기지에서 F-5E가 대응 출격할 것이다. 이때 북한 전투기가 급격히 고도를 낮추면 우리 전투기도 이에 대응하고자 고도를 낮춰야 하는데, 이때 도그 파이팅이 벌어지면 저고도 영역에서 가속 성능과 선회율 모든 면에서 크게 열세인 F-5E는 승리는 고사하고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 

    북한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은 김정은의 대남 군사 행동 보류 결정에도 전연군단과 공군, 일선 해군에 내려진 1호 전투근무태세를 해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든 대남 도발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춘 것이다. 북한이 평안북도에서 강원도로 MIG-17을 가져온 것은 이 기체의 특장점을 이용해 공중 도발에 활용하기 위한 사전 조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공군은 북한이 MIG-17을 내려보내면 가장 가까운 F-5E/F를 보내 감시하되, 북한 전투기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충주 등 가까운 F-16 운용기지에서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탑재한 F-16을 보내 F-5E/F를 엄호하는 대응을 취해야 한다. 

    북한은 항상 낙후된 무기로 우리의 허를 찔러온 집단이다. 21세기에 나온 최신형 HK416 소총이나 임진왜란 때 조총이나, 일단 사람이 맞으면 죽는 것은 매한가지다. 북한이 전방지역에 구닥다리 전투기를 가져왔다고 조롱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왜 그런 조치를 취했는지, 그것이 우리의 안보에 어떤 위협이 되는지 면밀히 살피고 다양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단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 국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