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만보

농경의 배신 外

  • 입력2020-01-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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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농경의 배신
    제임스 C. 스콧 지음/ 전경훈 옮김/ 책과함께/ 392쪽/ 2만2000원 

    문명화는 ‘길들이기’라는 대항서사 관점에서 인류학과 역사학을 연구해온 예일대 정치학 스털링 석좌교수의 대표작. 불을 길들이는 데 성공한 이후 인류의 역사는 곡물과 가축, 국가와 국민, 마지막으로 가부장제 아래의 여성 길들이기로 이어진 타자에 대한 지배와 착취의 역사였다는 것이다. 국가라는 통제로부터 자유로웠던 인류가 신석기 농업혁명 이후 노동력 집중을 위해 국가에 포섭되면서 착취의 역사가 시작됐다는 비판적 관점을 통해 국가의 탄생과 문명 발전을 찬양하는 공식 역사를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그로 인해 자유롭게 떠돌며 살던 인류는 전염병과 주기적 흉년으로 인한 기아에 시달리게 됐으며 노예제도와 여성착취의 제도화를 낳았다. 국가라는 구심력과 그에 속박되지 않는 야생이라는 원심력의 역학관계에서 인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다.

    누구도 멈출 수 없다
    멜린다 게이츠 지음/ 강혜정 옮김/ 부키/ 392쪽/ 1만8000원 

    멜린다 게이츠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공동의장이 자신이 염원하던 삶을 살면서 원하는 가정을 이룰 수 있었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는 것이 피임약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0년간 일하고 결혼한 뒤 세 자녀를 각각 세 살 터울로 낳은 것이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는 얘기. 재단을 세우고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백신 사업을 펼칠 때 멜린다는 자신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이유로 피임약을 간절하게 원하는 아프리카 여성들을 만나게 된다. 이후 재단은 피임약 배포와 가족계획을 빈곤을 종식하는 가장 혁신적인 방법으로 간주하고 관련 사업을 전개해간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남편을 둔 사모님’이 아닌, 20년간 편견과 배제에 맞서 자신의 소명을 꾸준히 추구해온 여성의 진솔한 에세이다.

    푸드 트렌드 No.3 : 뉴밀리어
    문정훈 외 지음/ 이김/ 136쪽/ 1만6000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에서 내놓은 2020년 식품 분야 전망서. 경자년 푸드 트렌드를 새로움(new)과 익숙함(familiar)이 결합한 ‘뉴밀리어(Newmiliar)’라고 정의한다. 뉴밀리어 감성을 가진 소비자는 신제품과 새로운 경험에 열광하지만, 불편한 것은 싫고 어색한 것은 기피한다. 익숙한 건 좋지만, 따분한 건 싫다. 이러한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면 ‘익숙한 범주에 있는 새로움’을 제시해야 한다. 저자들은 뉴밀리어 감성을 제대로 파고든 예로 밀키트(Meal Kit  ·  간편요리세트)를 든다. 건강한 집밥이라는 느낌과 요리하는 즐거움이라는 익숙함을 주는 동시에 다양한 레시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편의점, 채소, 치킨, 주류, 골목상권 등 다양한 ‘먹는 시장’에 대한 통찰도 제시해 카페 사장부터 식품회사 직원까지 일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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