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13

2019.11.08

문화

부산 동래학춤과 만난 프랭크 게리의 ‘곡선’

루이비통 청담동 매장 재개관…자코메티 소장품 전시도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19-11-08 14: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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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이비통 메종 서울’. [사진 제공 · 루이비통 메종 서울]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이비통 메종 서울’. [사진 제공 · 루이비통 메종 서울]

    프랭크 게리(왼쪽). ‘루이비통 메종 서울’. [ƒAlexandraCabri, 사진 제공 · 루이비통 메종 서울]

    프랭크 게리(왼쪽). ‘루이비통 메종 서울’. [ƒAlexandraCabri, 사진 제공 · 루이비통 메종 서울]

    ‘펄럭’. 

    단단하게 서 있는 건물이 움직임의 소리를 낼 수 있다면 프랭크 게리가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은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를 낼 것 같다. 유리로 된 도포자락이 흰색 석조 건물을 스치며 날아오르는 것 같은 그의 작품이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공개됐다. 

    게리는 ‘루이비통 메종 서울’(청담 메종) 디자인에 부산 동래학춤의 우아한 움직임에서 받은 영감을 담아냈다고 한다. 그는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1997),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2003),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재단 미술관(2014) 등에서 볼 수 있듯 유리와 철근 같은 무거운 소재를 곡선으로 가볍게 표현한 건축물로 이름을 떨친 세계적인 건축가다. 


    1층 엘리베이터홀 앞에 설치된 
아틀리에 오이의 ‘오리가미 
플라워’에서 모티브를 따온 조형물과 캄파나 형제의 봄보카 소파 레드(위). ‘루이비통 메종 서울’의 1층 매장. 세계적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피터 마리노가 내부 공간을 디자인했다.

    1층 엘리베이터홀 앞에 설치된 아틀리에 오이의 ‘오리가미 플라워’에서 모티브를 따온 조형물과 캄파나 형제의 봄보카 소파 레드(위). ‘루이비통 메종 서울’의 1층 매장. 세계적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피터 마리노가 내부 공간을 디자인했다.

    청담 메종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 지하 1층부터 3층까지는 루이비통 제품 라인을 쇼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4층에는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Espace Louis Vuitton Seoul)’이 들어섰다. 루이비통이 도쿄, 뮌헨, 베네치아, 베이징에 이어 다섯 번째로 선보이는 전시공간이다. 주로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1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의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회 모습. 가운데 가장 큰 작품은 자코메티의 대표작이라 할 ‘키가 큰 여인Ⅱ’(1960). 2 자코메티가 말년인 1964~65년에 제작한 ‘남자 두상’ 시리즈. 3 왼쪽부터 ‘쓰러지는 남자’(1950), ‘장대 위의 두상’(1947), ‘걸어가는 세 남자’(1948). [홍태식]

    1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의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회 모습. 가운데 가장 큰 작품은 자코메티의 대표작이라 할 ‘키가 큰 여인Ⅱ’(1960). 2 자코메티가 말년인 1964~65년에 제작한 ‘남자 두상’ 시리즈. 3 왼쪽부터 ‘쓰러지는 남자’(1950), ‘장대 위의 두상’(1947), ‘걸어가는 세 남자’(1948). [홍태식]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의 첫 전시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소장전.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인물의 본질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1940년대 후반부터 1966년 사망 직전까지의 조각 작품 8점을 선보인다. 비록 전시된 작품 수는 적지만 누드 여성을 표현한 높이 277cm의 ‘키가 큰 여인Ⅱ’, 작가가 평생 싸워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담아낸 ‘장대 위의 두상’, 인간의 나약함과 강인함에 대한 고찰이 드러나는 ‘남자 두상’ 등 자코메티의 작품 세계를 풍부하게 보여주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4 루이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캄파나 형제, 봄보카 소파. 5 루이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로 에지스, 콘서티나 조명. 6 마크 하겐, ‘컬러 테라피 Ⅲ’, 2017. 7 그레고어 힐데브란트, ‘네프라이트 핸들’, 2018. [사진 제공 · 루이비통 메종 서울, 홍태식]

    4 루이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캄파나 형제, 봄보카 소파. 5 루이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로 에지스, 콘서티나 조명. 6 마크 하겐, ‘컬러 테라피 Ⅲ’, 2017. 7 그레고어 힐데브란트, ‘네프라이트 핸들’, 2018. [사진 제공 · 루이비통 메종 서울, 홍태식]

    ‘예술’은 4층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매장 곳곳에 마틴 클라인, 안젤름 라일레 등 현대작가의 작품은 물론, 산업디자이너들과 협업한 가구 오브제가 놓여 있다. 특히 계단 공간에 다수의 작품이 전시돼 있으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보다 천천히 걸어서 둘러보는 게 좋다. 


    8 ‘루이비통 메종 서울’의 4층 베란다. 9 프랭크 게리가 ‘루이비통 메종 서울’을 설계하면서 그린 스케치. 10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는 간행물. 11 프랭크 게리가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을 설계하면서 그린 스케치와 발언이 4층 베란다 한쪽 벽면에 전시돼 있다. [홍태식]

    8 ‘루이비통 메종 서울’의 4층 베란다. 9 프랭크 게리가 ‘루이비통 메종 서울’을 설계하면서 그린 스케치. 10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는 간행물. 11 프랭크 게리가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을 설계하면서 그린 스케치와 발언이 4층 베란다 한쪽 벽면에 전시돼 있다. [홍태식]

    청담 메종의 정수(精髓)는 4층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에 딸린 널찍한 베란다. 유리를 통해 햇살이 따사롭게 쏟아지는 공간에서 게리의 곡선을 안에서 밖으로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54
    ●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일요일은 정오부터)
    ● 관람료 무료
    ● 전시기간 2020년 1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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