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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부부 ‘모르쇠’ 일관해도 연결고리 밝혀내면 소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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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19-10-05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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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은 10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포토라인. [뉴시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은 10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포토라인. [뉴시스]

    “지난 정권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였던 ‘경제공동체’라는 그들(정부·여권)의 논리에 비춰보면 조국 부부를 동시에 구속 수사하는 것이 마땅하다.”(9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발언)

    국정농단 때부터 ‘경제공동체’ 프레임 출현

    10월 1일 교육  ·  사회  ·  문화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조국 법무부 장관(왼쪽). 9월 17일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교수연구실이 굳게 닫혀 있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뉴시스]

    10월 1일 교육  ·  사회  ·  문화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조국 법무부 장관(왼쪽). 9월 17일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교수연구실이 굳게 닫혀 있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뉴시스]

    10월 3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해 조사했다. 9월 6일 사문서(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불구속 기소한 지 한 달 만이다. 검찰은 정 교수를 상대로 딸 입시 부정과 관련한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사모펀드 운용 관여, 증거인멸 등의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에 대한 수사의 핵심은 남편 조 장관이 이 모든 혐의로부터 자유롭냐는 것이다. 딸의 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입시제도의 문제로 유감스럽다”고 해명하고 넘어갔다 해도, 아내가 재산의 상당액을 투자한 내용을 남편이 전혀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 아내가 받는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조 장관에 대한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조 장관의 유죄 여부와 관련해 조국-정경심 부부의 경제공동체 관계가 중요한 연결 고리 구실을 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공동체란 ‘경제적 이해를 공유하는 매우 긴밀한 사이’를 뜻하는 말로, 아세안경제공동체(AEC) 등에 활용된다. 다만 법적 용어는 아니다. 이 단어가 ‘서초동’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 때부터다. 

    “희한하게 (최순실과) 경제공동체라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엮어도 너무 어거지(억지)로 엮은 것이고….” 



    2017년 1월 25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권한이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정규재 당시 한국경제 주필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서 두 사람이 경제공동체인지 여부는 주요한 대목이었다. 특히 최순실 씨가 대기업과 그 총수들로부터 금품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고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공동체인 만큼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셈이라는 주장을 더불어민주당 측이 줄기차게 내놓았다. 올해 8월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 상고심에서 최씨가 승마선수인 딸 정유라의 승마 지원 명목으로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36억 원과 말 3마리(34억 원 상당)를 뇌물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였다는 것이다. 

    뇌물을 직접 받은 사람은 최씨지만 그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한 박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공범이 됐다. 공직자가 직접 뇌물을 받는 단순수뢰와 제3자를 통해 받는 제3자 뇌물공여죄는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처벌된다. 제3자라도 배우자 등 이른바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자를 통한 뇌물 수수에는 단순수뢰죄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 공소장이나 법원 판결문에 등장하진 않지만, 경제공동체라는 개념이 재판의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 셈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경제공동체 개념은 엄밀히 말해 법적 용어는 아니지만 최근 뇌물죄 사건에서 자주 언급된다”며 “공직자의 뇌물 사건에서 공직자의 배우자도 사실상 경제적 이익을 함께 향유하므로 공직자에 준해 책임을 묻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가사·이혼 소송을 다수 맡아온 다른 변호사는 조 장관의 ‘모르쇠’ 해명은 “의아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혼인 이후 부부가 함께 노력해 이룬 재산은 상속 등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공동재산”이라며 “재산의 운용·관리를 배우자에게 숨기는 것은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가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라면 상당액의 투자를 놓고 긴밀히 상의하는 것이 상례”라고 말했다. 

    경제공동체 문제는 도덕적·도의적 책임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4월 이미선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주식 재산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자의 부부가 신고한 재산 42억6000만 원 가운데 주식이 35억4887만 원에 달하고, 2013~2018년 376차례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 후보자는 “주식투자는 남편이 주로 결정하고 나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판사들의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부부는 경제공동체기 때문에 이 후보자가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조국-정경심 부부도 경제공동체로서 법적 책임을 함께 묻는 것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부부라고 해서 법적 책임을 공유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번에는 뇌물 사건과는 달리 봐야 한다. 정 교수의 혐의에 대해 조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아내의 투자를 남편이 모를 수 있느냐’는 의심 정도고, 법적 책임까지 물으려면 의심을 사실로 입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링크는 누구의 것입니까’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와 달리 간접투자로 분류되는 사모펀드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신고 대상이 아니다. 공직자의 간접투자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의 운영에 조 장관 일가가 직접 관여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7년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는 업계 관계자에게 ‘코링크 총괄대표’라는 직함이 찍힌 명함을 건넸다. 9월 16일 조씨를 구속한 검찰은 정 교수를 코링크의 실소유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정 교수가 실소유주로서 코링크 운영에 개입했다면 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해당한다. 펀드의 운용과 투자 분리 원칙, 그리고 공직자의 직접투자 금지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펀드 운용에 조 장관 일가가 개입한 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 전문가는 “투자자가 사실상 자금 운용 지시를 하고 운용자는 얼굴 마담에 그치는 경우가 적잖은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투자자의 펀드 개입이 사실상 관행이라는 것. 또한 자본시장법 제249조에 규정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투자-운용 분리 조항은 벌칙 규정도 없는 선언적 원칙에 가깝다. 이 펀드 전문가는 “투자자의 일상적 지시나 관여를 막자는 취지 정도”라며 “투자자가 운용에 관여한 사실이 적발된다 하더라도 금융감독원의 제재 정도로 끝난다”고 전했다.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코링크의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루코어)는 2017년 8월 13억8000만 원을 투자해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후 비상장사인 웰스씨앤티는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 주식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되는가 하면, 현대자동차 협력사 ‘익성’의 자회사로 2차 전지를 생산하는 ‘아이에프엠’에 13억 원을 투자했다. 익성은 2016년 코링크가 내놓은 또 다른 사모펀드에 투자한 업체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의혹이 제기된다. 먼저 조 장관 일가가 블루코어를 통해 웰스씨앤티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직접투자’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로서 얻은 정보로 불공정거래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는 ‘친환경 미래에너지 발굴·육성’을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이는 배터리 제조업 관련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한 펀드 전문가는 “민정수석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하거나, 기업의 인수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가했는지 여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 관련 의혹

    ? 자본시장법 위반 정경심 교수가 실소유자로서 코링크 설립 및 운영 주도
    ? 공직자윤리법 위반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인 정 교수가 코링크 통해 사실상 직접투자
    ? 특경가법상 횡령 정 교수가 코링크 통해 사모펀드 자금 횡령
    ? 증거인멸 정 교수가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 등으로 불리한 증거들을 인멸
    ? 사문서 위조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 위조

    펀드 이벤트 때 부부간 통화량 급증했다면…

    아내가 재산의 상당액을 불법적으로 운용해 이익을 얻었는데, 남편이 이를 모르는 것이 가능할까. 검사 출신인 정태원 법무법인 에이스 변호사는 “사모펀드를 둘러싼 정 교수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 해도 조 장관이 바로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모, 즉 구체적인 ‘의사와 연락’(의논) 유무가 중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펀드 투자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았다면 공모에 해당돼 조 장관이 공범이 되고, 가령 아내에게 “투자 참 잘했다”고 격려했다면 방조범에 해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부의 투자 공모는 합리적 의심이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면 의혹에 그치게 된다. 앞선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범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는 관계자 진술이지만, 부부 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진술을 통한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전화통화 내용이나 문자메시지, e메일 등은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부부 사이의 통화량이 특정 시점에 급증한 추이 등도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펀드 관련 이벤트가 있을 때 통화량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면 재판부는 혐의를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검찰은 조 장관이나 정 교수의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조 장관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이 기각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검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 변호사는 “일반 수사에서는 자택 압수수색에 앞서 먼저 확보하는 증거품이 휴대전화인데, 수사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도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한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든, 법원이 이를 기각했든 모두 적절치 못한 처사다. 확실한 증거와 정황이 있어야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가능하다는 것은 수사의 선후가 뒤바뀐 것”이라며 “정부·여당의 직간접적 압력에 검찰이 수사를 주저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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